시민사회의 희망을 위해 뜁니다
시민사회의 희망을 위해 뜁니다
[내고향 옥천] 청주경실련 사무처장 이두영씨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3.03.14 00:00
  • 호수 6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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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남면 지수2리 잔다리 출신 이두영씨

그의 사회에 대한 학습효과는 점점 진보적으로 그를 이끌었다. 안정된 직장에서,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가 사람들 속으로 사회 깊숙이 뛰어들어 행동하게 된 이유는 그의 부조리에 대한 민감한 안테나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그는 ‘희망’을 얘기했다. 점차 내 희망은 한 단계씩 상승하며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고. 안남면 지수2리 잔다리 출신 이두영(38)씨는 청주 경실련 창립 멤버이고, 현재는 청주 경실련을 이끌어 가는 사무처장 일을 하고 있다. 

외로운 자리라 했다. 부딪치고 호소하며 투쟁해야 할 문건들은 산적해 있고, 언론과 대중들의 무관심은 기운을 빠지게 하고,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가족들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위치는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10여 년 동안 한결같이 시민단체 활동을 하고 있다. 오히려 지치기보다 그런 불리한 환경들을 극복할 만한 충분한 열정과 의욕으로 가득 차 보였다. 

“안남초등학교를 나와 안내중 1학년때 청주로 온 가족이 이사를 왔어요. 제가 유복자에요. 어머님 혼자 아모레 화장품 장사를 하시면서 청산, 청성까지 옥천 전 지역 걸어서 안 다녀본 곳이 없을 거에요. 5남매를 키우시느라 쉴 새가 없던 어머니는 저희 교육문제로 청주로 이사를 가야겠단 생각을 하셨나 봐요. 시집간 누나(이미자, 군 여성농업인 회장)만 빼고, 온 가족이 청주로 이사했죠. 청주기공을 나와 바로 수원 삼성연구소에 취업을 했어요. 1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갔는데, 사회와 직장생활에 많은 실망을 했죠. 방송통신대 행정학과에 입학해 배우면서 ‘공부를 해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공부를 하면서 사회문제와 정치로 자연스레 관심이 옮겨갔고,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직접 행동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87대선 때는 김대중씨 선거캠프에도 왔다갔다 하고 그랬죠. 청주에 다시 내려와 한국 야금이라는 회사에서 노조를 만들다가 쫓겨났고 그 때 복직투쟁을 하면서 민노총의 전신인 전노협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시민단체활동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를 바꾸는 데,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데 작은 목소리지만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천도교에도 가입해 1년 동안 해암 박상익 선생 밑에도 있어보고, 20대 초반에는 아이템플 등 학습지 지부장도 하고 그랬단다. 금전적인 어려움과 인력 부족, 매번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일의 성격들이 어렵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한동이와 새날이의 아빠로서, 한 아내의 남편으로서 또, 기대치가 큰 아들로서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데, 그걸 알면서도 사회가 제멋대로 굴러가는 것을 그대로 방기할 수 없잖아요. 위정자들에게만 맡겨 놨다가는 우리의 삶이 송두리째 묵사발이 될지 모르는데, 한 시민으로서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것도 중요하지만, 저에겐 부조리한 현실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성공은 여느 사람과 확실히 달랐다. 자본주의에 기반한 성공보다 그는 시민사회에서의 성공을 얘기하고 있었다. ‘상식적이고 희망이 있는 사회’를 위해 그가 내딛는 발걸음이 버거워 보이긴 했지만, 지친 기색은 찾아볼 수는 없었다. 

‘정치개혁 연대’, ‘지방분권국민운동’, ‘행정수도 이전 범도민협의회’ 등 폭넓게 연대하며 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는 고향의 나무와 돌, 산자락을 소상히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정지용의 시 ‘향수’가 바로 자신의 고향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친구를 찾았다. 

“동양일보 지국하던 이병석이, 경찰하는 전홍찬이, 종로세무서에 있는 주효종이, 디자인 일 하는 정문영이.... 그 친구들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이두영 lee@o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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