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신년인사회 이대로는 '의미 없다'
[기자의 눈] 신년인사회 이대로는 '의미 없다'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3.03.07 00:00
  • 호수 6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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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발에 맞게 하려면 이 건 안 되는 거예요. 날짜를 다시 잡던지... 이건 낭비예요. 의미가 없어요. 자기 얘기만 하고 듣지는 않고." 지난 4일 군수신년인사회의 마지막 순서였던 옥천읍사무소 3층 회의실에서 유봉열 군수가 서둘러 인사회장을 빠져나간 후 한 참석자의 입을 통해서 나온 얘기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신년인사회는 11시30분께 까지 종합민원처리과장의 군정보고, 유봉열 군수의 군정성과와 계획이 주를 이룬 인사말이 이어졌다. 이어 유 군수는 "중요한 약속이 있다"라며 한 참석자의 질문 하나만을 받고는 서둘러 신년인사회장을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군정에 궁금한 사항이나 아이디어가 있으면 인터넷, 이장 등 채널이 많으니까 충분히 검토해서 좋은 방향으로 군정을 이끌겠다"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서두의 한 주민얘기는 이런 과정을 배경에 깔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달 24일 안남면에서 만난 한 주민은 "매번 이런 자리에 와보면 음식이 차려져 있고, 많은 주민을 모아 행사를 진행하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어떤 얘기들이 오갈 수 있겠느냐"라고 꼬집었다.
 
식사제공은 안 되고 한 사람 당 3천원어치의 다과제공만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바라본 테이블에는 김밥과 과일, 과자류 등이 놓여 있었고 모든 읍·면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번 신년인사회에서의 또다른 공통점은 면장 혹은 이장협의회에서 별도로 준비했다는 주류와 어묵국 등이 군수의 인사말 후에 제공됐다는 점이다.
 
시차를 두고 제공된 음식을 놓고 이해한다면 군에서 준비한 공식행사는 주류 제공 이전까지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공식행사는 읍·면 담당 실·과장들의 군정보고와 군수의 인사말로 모두 채워졌다.
 
주류가 제공된 후 음식을 먹으며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보자고 한들 적정한 수준의 긴장없이 진행되는 대화에서 얼마나 내용 있는 논의가 공식적으로 오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안남면에서 만난 한 주민의 지적도 이런 의문에서 출발한다. 이렇듯 매년 의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군수신년인사회의 모습이 이제는 변화할 때라는 지적이다. 유봉열 군수의 말대로 각종 건의사항을 인터넷과 이장 등의 채널을 통해 전달할 수 있다면 군정홍보 역시 같은 채널로 가능하다.
 
그렇다면 군수가 각 읍·면을 직접 방문해 주민들과 얼굴을 맞대는 자리는 그런 채널을 통해 오갈 수 있는 얘기 그 이상이어야 의미를 갖는다 할 수 있다. 군정의 치적(?)과 지역의 민원 및 숙원사업 위주의 대화를 넘어서 해당 읍·면의 발전을 위한 군수의 비전제시와 읍·면 주민들의 고언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해본다.
 
장밋빛 미래를 그려주고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지금의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막걸리 정치를 하는 시대가 아니지 않는가.
 
하나 더, 한 사람 당 3천원씩의 다과제공을 규정한 우스운 법률을 지키려 노력하는 행위 역시 우습다. 시원한 물 한잔에 풍요롭고 의미있는 군수와의 만남이라면 주민은 김밥과 과일 몇 조각이 상 위에 없더라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젠 믿을 때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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