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성초 신지혜 교사
청성초 신지혜 교사
함께사는 세상 [100]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3.03.07 00:00
  • 호수 6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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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의 냄새를 맡는 요즘 시작이라는 단어를 자주 떠올린다. "시작은 두려운 만큼의 매력이 있다"는 신지혜 교사. 청성초등학교에서 첫걸음을 내디딘 신지혜 교사의 얼굴에는 시작하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설렘과 염려, 의욕과 자신감 등이 가득 담겨 있었다.

2003년 1월의 달력을 쳐다 볼 때보다, 봄의 냄새를 맡는 요즘 `시작'이라는 단어를 더 자주 떠올린다. 머리로 인식하는 `시작'보다 몸으로 인식하는 시작인지라 더욱 강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지도 모르겠다.

2003년 1월은 약속된 숫자의 측면이 강해 왠지 수동적인 느낌의 `시작'을 떠올리게 한다면 이맘 때 찾아오는`시작'이라는 느낌은 그것과 사뭇 다르다.
 
"시작한다는 것은 지금껏 접하지 않은 무엇인가를 한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설렘과 무서움이 항상 함께 하지만 그래도 매력적인 것 같아요."
 
`시작'을 `매력'으로 동치시킨 신지혜(24·옥천읍 가화리) 교사도 3월3일 새로운 `시작'을 했다. 공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청성초등학교에서 첫걸음을 내디딘 신지혜 교사의 얼굴에는 시작하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설렘과 염려, 의욕과 자신감 등이 가득 담겨 있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선생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막상 첫 출근 전 날은 무척 설레더라구요. 1년 동안 함께 할 아이들을 만난다는 생각을 하니까요. 가서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걱정도 되고요."
 
신 교사는 자신의 어린 시절 새학기가 시작되면 운동장에서 마이크를 통해 각 반의 담임선생님이 발표 될 때 들리던 아이들의 `환호와 안타까운 탄성'이 떠올랐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전교생이 100여명 남짓한 청성초등학교에서 그런 탄성과 환호성을 들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생각한데로 첫 출근이었던 3일, 1년 동안 함께 할 5학년 12명의 귀여운 아이들을 처음으로 만났다.

◆어릴 적 꿈이 선생님이었어요?
어릴 때는 꿈이 선생님이었죠. 누구나 그렇듯이 중간에 꿈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대학 진학을 앞두고 내가 할 수 있는 직업들을 고민해 봤어요. 화공학과도 고민이 되었고, 아버지가 원하시던 약대도 생각해 봤구요. 문과 쪽에서는 광고 일도 해보고 싶었구요. 근데 가장 제게 적당한 것이 선생님이더라구요. 엄마 꿈이 선생님이었다는데, 제가 선생님이 되었을 때 되게 좋아하셨어요.

◆첫 학교로 조그만 학교에 부임했는데?
집에서 다니기에 거리가 먼 것 빼고는 다 좋아요. 교생실습을 나갔을 때는 한 반에 40명이었는데. 그 때는 정말 정신 없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마치 과외 하는 것 같아요. 개학식 날 만난 엄마들은 `우리 아이가 발표를 못해요'라면서 걱정하던데 아이들이 얼마 없으니까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겠더라구요.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얘기도 다 들을 수 있어요.

◆처음 만난 아이들에 대한 느낌은 어때요?
늘상 제가 생각했던 5학년이면 되게 개구질 때인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아요. 한참 떠들다가도 `책 펴자' 그러면 조용히 책을 펴요. 재미있는 얘기해드릴까요? 급식을 하는데 같이 밥을 먹으러 갔어요. 손을 씻고 밥과 반찬을 타면서 배식하는 분들한테 `잘먹겠습니다' 하고 인사하더라구요. 또 다 먹고 나서도 `잘먹었습니다'하고 인사하구요. 너무 착하잖아요. (신지혜 교사에게 이런 아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나 보다.)

◆작은 학교와 그곳의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벌써 생겼나봐요?
학교 다닐 때 선배들이 제대로 많은 일을 배우려면 작은 학교에 가야 한다고 그러더라구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선생님들이 많지 않으니까 분위기가 가족 같아요. 서로 잘 챙겨주고요. 또 학교 다닐 때 배운 7차 교육과정에서의 학습방법을 실제로 적용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30∼40명씩 되는 학교에서는 불가능하거든요. 근데 여기는 12명이니까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생각하고 있는 선생님 상이 있을 텐데요.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 분이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었던 김홍권 선생님이에요. 나이가 많으신 분이었는데 선생님이라기 보다는 외할아버지 같이 자상한 분이셨죠. 그래서 대학 때 교사 정년 단축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해할 수 없었어요. 물론, 젊은 세대보다 컴퓨터나 영어 등에 덜 익숙하겠지만 그런 점은 전담교사 제도를 활용하면 가능하잖아요. 김홍권 선생님은 정말 인간적인 분이셨거든요. 우리들하고 관계가 할아버지와 손자·손녀 같았죠. 그 선생님처럼 아이들을 인간적으로 이해해 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아이들의 개성도 존중해주고요, 우리 반 아이들 12명에게서 12개의 답이 나올 수 있잖아요. 그 것을 인정해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어야겠죠.

◆우리나라 교육에 바라는 점이 있어요?
선생님들의 전문성을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근데 요즘은 아무나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잖아요. 그래서 사교육에 대한 의존성도 높아지구요. 초등학교 교사가 과목별로 지도를 하지 않고, 담임을 맡아 통합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다 이유가 있거든요. 각 과목별 연계교육이 중요해요. 큰 학교에 교생실습 갔을 때 아이들이 그러더라구요. `학원에서 배웠어요!', 아니면 `학원에서는 그렇게 안 배웠는데요'. 아이들조차도 학교 선생님보다도 학원선생님의 전문성을 더 인정하는 것 같아요. 선생님들의 전문성을 인정해 줄 때 공교육이 살아나겠죠.

◆아직 경험하진 못하겠지만 `교사의 권위 추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데요.
선생님이라도 모두 다 같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학부모님이 절대로 수업에 관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수업은 철저하게 선생님들의 권리거든요. 하지만 그 전에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이, 선생님들도 수업의 방향과 생각을 학부모님께 잘 전달해야겠죠. 그래야 학부모들도 선생님을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요.

◆선생님은 초등학교 때 어떤 학생이었어요?
발표는 잘했는데 그 외에는 마냥 말 잘 듣는 학생이었어요. 간혹 나서는 친구들에 휩쓸려서 말썽도 부리긴 했지만 대체로 얌전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초등학교 생각하면 조금 아쉬워요. 중·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군남이나 군서초등학교 다닌 친구들이 부러웠거든요. 학교가 작아서 그런지 풍물도 배우고 정말 다양한 경험들을 많이 했더러구요. 그런 다양한 경험이 자신감을 준 것 같아요. 졸업하고 나서 모임도 잘 하구요. (신지혜 교사는 삼양초, 옥천여중, 옥천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학교 다닐 때 가장 싫었던 선생님은 어떤 선생님이었어요?
어떤 잘못을 했을 때는 그 이유가 다 다를 수 있잖아요. 근데 그 것과 상관없이 무조건 단체기합을 주는 선생님이 제일 싫었어요. 또 결과만 보고 체벌을 하거나, 차별하고 편애하는 선생님이 제일 싫었죠. 체벌은 사실 교육적인 효과가 없잖아요. 학교에서도 그렇게 배웠구요.

◆같이 시작하는 12명의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
1년 동안 즐겁게 생활했으면 좋겠어요. 즐거워야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거잖아요. 마침 아이들에게 급훈을 생각해 오라고 했더니 `즐겁게 생활하자'와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기'를 생각해 왔더라구요. 상의해보라고 하니까 `즐겁게 생활하자'를 급훈으로 정했어요. 뭔가 통했나봐요. 또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기'는 규칙으로 정하고 자기들끼리 벌칙도 정하던데요. 어긴 사람은 노래 부르기로... (웃음)

신지혜 교사와의 대화는 다른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보다 급하게 이루어졌다. 아이들과의 수업이 모두 끝난 시간이었지만 학교 자체 연수도 있었고, 아직 초보운전인 신 교사가 어두워지기 전에 옥천읍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를 한 터라 마음이 바빴다. 마음을 바쁘게 만드는 그런 변수가 어쩌면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지는 또 다른 한 가지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 교사는 마지막으로 "노력한 만큼 이루어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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