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설날
다시 태어난 설날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90.02.03 00:00
  • 호수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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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깨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으례껏 설날을 전후하여 자연스럽게 불리워지던 동요의 한 구절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 의미는 점차 우리들 곁에서 멀어져만 갔고 그날의 의미를 부여해 주던 놀이들 또한 세월의 귀퉁이 속으로 스며든지 오래다.

지난 1895년 역법이 음력에서 양력으로 바뀐 후 일제시대 왜놈들의 민족말살 정책에 따라 지금까지 숱한 고난속에서도 그 명맥을 유지해 온 결과 결국에는 공식명절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산업화의 직전에 따라 언제부터인가 돈벌이에 매혹되어 점차 고향을 등지고 떠나게 되었고 신정이란 왜놈의 설날을 공휴일로 맞으면서 구시대의 유물로 천대시 되왔던 설날.

그러나 그들의 뇌리에서 고향의 뿌리가 완전히 썩어 부서지기 전에 비록 짧은 기간이나마 고향의 흙내음속에서 가족들과 덕담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된 것은 아무튼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간 백여년의 세월을 양력에 길들여져 온 탓에 신년이란 인상을 느끼기에는 아직 설익은 감이 없지 않지만 말이다.

6천만 온 겨레의 명절인 설날! 이날은 조상에게 차례나 지내고 웃어른께 세배하는 날만은 아닐게다. 그간 신정을 쇠면서도 차례는 지냈고 세배 또한 해왔다. 우리민족의 최대명절인 설날의 본 의미를 회복하는 일은 현대문명의 편리함 속에서 점차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어 조상의 얼을 되살리는 일이다.

백화점에는 돈만주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설빔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다. 그 옛날 가물거리는 등잔불을 의지해 가며 우리 어머니들의 투박한 손마디에서 빚어지던 순각함과 정성어린 설빔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더불어 그날을 대변해주던 민속놀이-연날리기, 윷놀이, 팽이 돌리기, 제기차기, 쥐불놀이, 놋다리 밟기, 지신 밟기 등등-또한 우리주변에서 그 모습을 보기가 힘들게 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현존하고 있는 민속놀이의 2백여종 가운데 60%가 설날과 관련이 있는 놀이이고 보면 설날은 분명 우리 겨레의 대명절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수많은 세월 속에 묻혀있던 갖가지 의미들을 순식간에 되살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게다. 그러나 온 세상에 덮인 하얀눈 만큼이나 순수한 그날의 그 풍경들을 조금이나마 간직해 보고 싶은 기대감을 이대로 내동댕이칠 순 없다. 날이 갈수록 관심밖으로 떠밀려지고 있는 그 모습들을 후손들에게 일깨워 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자기부모의 생일은 몰라도 마이클 잭슨이란 외국 유명가수의 생일만은 기억하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에서 이날 단 하루만이라도 우리 고유의 멋을 자랑할 수 있는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 주어야 한다.

자부심과 긍지만으로 전통이 보전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들에게 좀더 깊은 관심을 유도해야겠다. 배금주의에 편승되어 편리함만으로 일관, 서구의 노랑물로 염색되어가는 현실 속에서의 그들에게 우리고유의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게끔 우리모두 노력을 아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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