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묻힐 곳, 다른 곳보다 더 아름다운 내고향'
'내가 묻힐 곳, 다른 곳보다 더 아름다운 내고향'
[내고향 옥천] 안내면 인포리 출신 이병관씨
  • 이안재 기자 ajlee@okinews.com
  • 승인 2002.11.15 00:00
  • 호수 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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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내면 인포리 출신 청주시 세원건설 부회장 이병관씨

"이것도 나이를 먹어서인가, 고향 얘기가 나오면 가슴이 다 울렁거리고 그래요. 내 고향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아름답고 좋은 곳에 있으니 자랑이에요."

안내면 인포리 출신 이병관(58·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세원건설 부회장)씨의 고향은 울렁거림이다. 이씨는 조선 개화기 갑신정변의 주인공인 김옥균이 인포리에서 태어났다는 말을 할아버지들에게서 들었다며 얘기를 푼다.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없는데 원래 인포리가 김옥균이 태어난 고향이라는 거예요. 지금은 돌아가신 김시균 선생님이 동네 앞 주렁산에 김옥균의 할아버지 묘소가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김옥균이 어릴 때 마을의 큰 밤나무에 올라갔다가 뱀을 잡아서 던졌다는 얘기며 갑신정변이 실패한 후에 마을 앞까지 시신을 가져와 동네 사람들에게 보였다고 할아버지들이 얘기하곤 했어요."

어찌됐든 이씨의 사회생활은 고향 안내에서 시작되었다. 67년부터 안내초등학교에 6년 동안 교사로 근무한 이씨는 당시로서는 중요했던 `반공'이라는 이념 틀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기는 했지만 `나라에 충성한 표본'으로 중봉 조 헌 선생의 흔적을 쫓았다. 그 작업은 이후 우리 고장에서 중봉충렬제가 개최되는데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셈이 되었다.

74년 4월호 월간충청에는 이씨가 조 헌 선생의 묘소나 후율당, 금산 칠백의총, 김포 등지의 각종 흔적을 직접 찾아다니며 쓴 `의병대장 중봉 조 헌'이 실려 있다. 이씨가 쓴 조 헌 선생에 관한 자료는 교육청 충효교육 교재로 사용되었다. 이씨는 청주 남성초등학교를 거쳐 98년 신흥고를 끝으로 교사직에서 물러났다.

"처음 재직했던 안내초등학교에 있을 때 일 많이 했어요. 당시 이범순(옥천교육장 역임) 교감 선생님이 계셨는데 저를 자식보다 더 아꼈습니다."

이씨는 대청호 수몰로 인해 자신이 고향에 갖고 있던 땅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다. 그리고 교사 생활을 하면서도 `끼어들기 좋아하고, 참여하기 좋아하는' 성격 때문에 지역건설업계에 뛰어들게 되었고 현재의 세원건설 부회장으로 연결되었다. `교사를 하면서도 성격이 과격하고 위험이 닥치더라도 내 뜻대로 해왔던 것'이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된 요인이라고 이씨는 설명한다.

그는 의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충북펜싱협회 부회장을 12년 동안 맡아 온 것이나 도내 유수의 기업에 돈을 빌려 주었다가 IMF 경제위기 때 피해를 본 사례도 있지만 오늘까지 단 한 번도 `돈 내놓아라'라고 말한 적이 없단다. 사람은 좋을 때 같이 있고 함께 하는 것보다 힘들 때 함께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고 인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년 전부터 주위의 알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결성해 맡은 `한마음산악회' 회장 직 역시 자신보다 단체를 좀더 잘 이끌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 물러나겠다는 각오란다. 현재 그가 몸 담고 있는 세원건설 역시 부도로 인한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세원건설을 택한 것은 쉽고 편한 곳보다는 어려운 곳을 먼저 찾는다는 그의 평소 생각 덕분이다.

부회장이니 월급액이 많겠다고? 그렇지 않았다. 그에게 회사에서 주어지는 것은 고급 승용차 한 대와 100여만원 정도의 월급여라고 했다. 직원들에게 부회장이 월급이나 축낸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전 국도일보 논설실장으로 잠시 머물기도 했던 그의 호는 `하송(夏松)이다. 독야청청한다는 이미지를 주는 겨울 소나무보다 눈에 띄지 않는 여름 소나무.

지난 6월 월드컵 4강의 감격을 노래한 자작시가 탁자의 유리 밑에 깔려 있다. 회갑 때 기념시집을 내겠다는 생각으로 그는 시 작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오! 그대는 오천만이 아니라 오직 하나임을 나는 그대의 외침에 비로소 눈을 떴습니다.' - 자작시 「오! 필승 코리아」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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