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학교다니던 추억들 나의 건강한 디딤돌"
"시골에서 학교다니던 추억들 나의 건강한 디딤돌"
[내고향 옥천] 이원면 대흥리 출신 이종환씨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2.11.08 00:00
  • 호수 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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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면 대흥리 출신 대전 삼천중학교 체육교사 이종환씨

“시골 친구들을 잊으면 안 된다”는 아버지 말씀을 되새기며, 오랫동안 기억 한구석에 있었던 고향에 대한 편린들을 다시 끌어 모으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생각만 해도 엔돌핀이 돌고 저절로 웃음이 나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커다란 박하사탕처럼 ‘화’하는 느낌으로 상쾌하게 다가왔는가 보다. 듬직한 체구가 직업을 말해 주듯 이종환(32)씨는 사람 좋은 편안한 웃음으로 고향 얘기를 꺼냈다. 

“이원 중학교 때 육상선수였어요. 그때는 100m장애물달리기를 했었는데, 대전체고로 진학하면서 멀리뛰기로 종목을 바꿨죠. 고등학교 2학년 때 온 가족이 대전으로 다 이사를 와서 고향에는 군대갔다 와서 교사로 발령 받을 때까지 거의 못 갔죠. 운동과 진학문제, 졸업후에는 임용고시 준비하느라 한창 바쁠 때였어요.”

그런 그가 고향과 다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먼저 아버지의 말씀도 있었지만, 친구들이 갑자기 보고 싶어서였단다.

“사회생활하면서 녀석들이 생각났어요. 같이 흙장난하고 달걀 서리하고, 빈집에 가서 밴드연습한답시고 냄비 두드리고 별 짓을 다했던 친구들이 떠올랐어요. 참 재미있게 놀았는데..마침 이원초등학교 졸업한 동기들 중에 대흥리 모임이 있더라구요. ‘아지회’라고 개띠와 돼지띠 친구들의 모임이라고 강아지의 ‘아’와 돼지의 ‘지’자를 따서 지었대요. 9명쯤 되는데 거의 대전에 다 있어서 자주 만나는 편이에요.” 

그는 가만히 친구이름과 선생님 이름을 되뇌어 본다. 

“대전방송에서 프로듀서 하는 영욱(김영욱)이니, 대전에서 인테리어 업을 하지만 고향에서 다니는 현철(고현철)이, 이원중학교에서 아직 재직중인 한재섭 수학선생님, 같이 운동했던 충북의료기 영석(장영석)이, 당시 체육선생님이었던 곽상훈, 백봉현 선생님, 박창호 교장선생님….”

아련하게 떠오르는 추억의 이름들이 그의 건강한 디딤돌이라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았단다.

“지금 제가 아이들을 가리키고 있지만, 시골에서 학교 다녔던 기억이 참 소중하게 느껴져요. 제가 다니는 삼천중학교는 46반에 학생이 3천명 쯤 되는 대전에서 가장 큰 학교에요. 하지만, 전 이 녀석들이 전혀 부럽지 않아요. 경쟁으로 객관적인 학교성적이 뛰어날는지는 모르지만, 시골에서 몸소 배울 수 있는 그리고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인간적인 정서는 결코 도시에서 배울 수 없는 걸요. 그래서 아이들 끌고 옥천으로 가을 소풍을 갔다 온 것도 그 이유에요. 편리함과 효율성만으로 배울 수 없는 색다른 체험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어서요.”

그는 아이들과 뛰놀면서 배웠던 친구들과의 깊은 우정, 어른들에게 혼나면서 배운 예절교육, 그리고 자연과 함께 하며 스며든 푸근한 인간미 등은 절대 콩나물 교실에서 가르칠 수 없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후, 진학과 운동사이에 갈등을 할 때에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은 어릴 때 고향에서 배운 자립정신이었다고 웃으며 얘기했다.

교사 생활을 시작한지 어언 10여 년, 대전에서 같이 교사생활을 하는 아내 사이에 두 아이를 키우며 달콤한 가정생활을 누리고 있는 그는 앞으로 체력이 다할 때까지 교사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하는 말 한마디가 아이들한테는 크게 다가간다고 생각하니 조심스럽기도 해요. 하지만, 아이들의 꿈을 이뤄주는 지원자로서 또는 동반자로서 같이하고 싶어요.”

그는 즉석에서 옥천신문 한 부를 구독 신청했다.

“대전에 사는 어머니가 이원에 집 한채 만 마련해주면 살겠다고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는데 좋은 선물일 것 같네요.”

그의 마음은 벌써 고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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