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새옥씨 "새에 행복을 담아 드립니다"
방새옥씨 "새에 행복을 담아 드립니다"
함께사는 세상 [90]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2.11.01 00:00
  • 호수 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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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새옥씨

옥천장이 서는 매 5일과 10일, 15일, 25일, 30일에는 그를 만날 수 있다. 등기소를 낀 사거리에서 새를 팔고 있다. 아니 방새옥씨는 새가 아닌 자신을 판다고 설명했다.

나이는 43살 정도인데, 정확하지 않다. 이름도 본명이 아니다. 성은 확실하게 방씨인데 이름은 그렇지 않다. 새와 아내의 애정이 섞여 만들어진 이름이라는 것까지만 밝힐 수 있다. 나이도 28살 이후로 제대로 헤아려 본 적이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어차피 사람은 자신의 나이대로 사는 것이다. 내가 쉰이라고 생각하면 그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하려 하지. 그래서 딸이 나이라는 개념을 알기 시작했던 28살 이후로 나이를 헤아리지 않아. 내가 머리를 지금 길렀는데(방씨는 기른 머리를 질끈 묶고 있다) 내 진짜 나이 생각하면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겠어."
 
-머리는 왜 길렀는데요?
"마케팅 전략이지.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머리 기른 사람은 쉽게 기억할 수 있지. 할머니들은 날 보고 큰애기라고 그런다니까. 한 번 보면 안 잊어버리는 거지."

방새옥씨의 설명이다. 그는 옥천이 고향이 아니다. 충남 아산이라는 곳이 고향이다. 취미로 기르던 새를 사업으로 확장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장소를 물색하던 중 선택한 곳이 옥천이다. 처음에는 그냥 우리나라의 중심이 대전이라는 생각으로 대전에 자리를 잡으려다 지도를 펴놓고 옆을 보니 옥천이 있었다. 그 전까지는 들어본 적도 없는 고장이다. 하지만 대전보다 집 값도 쌌고 방씨가 하려는 사업의 최적지였다. 주저함 없이 옥천으로 향했고, 부동산을 들러 대전으로 가던 중 옥천읍 서정리 마을을 보게 되었다. 한 눈에 `저 곳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때마침 빈 집이 있었고, 그곳이 새 보금자리가 되었다. 작년 2월이었다.

운명의 십자매 한 쌍
옥천과의 인연은 그렇고 새와의 인연은 이렇다. 우연히 선물 받은 `십자매' 한 쌍이 있었다. 17년 전에 판촉광고업을 하고 있을 때 십자매를 선물 받았다. 왕성한 번식력으로 금새 불어났고, 그 재미에 다른 새들도 하나 둘 기르기 시작했다.
 
"십자매 선물 받은 지 1년 만에 한 쪽 벽면이 온통 새로 채워졌어. 관심을 쏟으면 쏟는 만큼 불어나는 그 재미가 아주 쏠쏠하더라구."
그 와중에 아산에 있던 부모님이 쓰러지시고, 고향으로 돌아가 본격적으로 취미생활을 시작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이며 인터넷을 통해 기본지식을 습득하는 한편 하루에도 몇 번씩 새장 앞에 쪼그리고 앉아 습성을 익혔다. 그렇게 쪼그리고 앉아 익힌 습성이 더욱 정확했음은 당연하다.
 
"새는 대충이라는 게 없어. 내가 정성을 쏟으면 그 만큼 보답을 하지. 피곤하다고 안 들여다보면 번식률이 금방 떨어진다니까. 그게 매력이야. 또 우리 집에 있는 앵무새는 애들이 들어오면 `안녕'하고 인사를 해. 그리고 어른들이 들어가면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한다니까. 새 마다 장·단점이 다 틀리듯이 그 매력이 다 틀려."

◆장사꾼이 되기는 싫었다
처음에는 온양에서 새를 기르면서 도매를 했다. 새를 기를 사람들을 만난 것이 아니라 새를 팔 사람들을 상대했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좋아하는 새를 점점 더 물건 취급하게 되었다. 산 생명인데 마치 물건처럼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새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기르는 방법도 설명해 주고 판매한 다음에 조언도 해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 것이 소매를 시작한 중요한 동기라고 설명한다.

◆새가 아닌 자신을 판다
방새옥씨가 비록 번듯한 가게에서 새를 팔고 있지는 않지만 `상도'만은 정확하다. 방씨는 `새가 아닌 자신을 팔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방씨가 찾는 곳은 보은·옥천·영동·금산의 5일장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절대로 거르지 않는다. 손님들이 왔다가 헛걸음하는 순간 자신과 쌓은 신뢰가 무너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새는 못 팔더라도 먹이는 꼭 팔아야 한다.

새는 굶주림에 약한 동물이라고 방씨는 설명한다. 때로는 그 고집이 힘들기도 하다. 주변의 장사하는 사람들이 모두 추위를 피해 나오지 않는 날에도 혼자 자리를 지키며 유난을 떠는 일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손님이 많이 몰려들면 힘든 줄 모르고 일을 하지만 간혹 날씨가 궂으면 하루종일 손님 한 명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느끼는 피로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얼마쯤 얘기를 나누던 중 결국은 경찰의 성화에 못 이겨 차를 옮기기 위해 방씨가 자리를 뜬다. 손님들이 자신이 나온 것을 모르면 안 된다고 새장 몇 개를 내려놓고, 새가 가득 실린 트럭을 끌고 잠깐 사라진다. 그리고 돌아온다. 올려다보니 공설운동장 진입 갓길에 트럭을 세워 놓았다.」
 
-누가 새 그냥 가져가면 어떻게 하시려구?
"새 좋아하는 사람들은 남의 것 탐내지 않아. 호기심에 가져가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그래서 진짜로 새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외상을 줄 수 있다니까. 그래서 요즘처럼 혼자 자라는 아이들한테는 새 기르기도 좋은 교육이 될 수 있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르치는데는 애완동물만큼 좋은게 없는 것 같아."
 
방새옥씨의 믿음에 괜히 머쓱해진다. 그런데 가끔 이런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어머니가 꼬마를 데리고 와서는 그래 `새가 이유도 없이 죽었으니 다른 것 가져가겠다구.' 그럼 옆에 있던 꼬마가 그러지 `엄마, 우리 새 고양이가 물어 죽였잖아.' 그러면 엄마 얼굴이 빨개지지. 아이들한테 그렇게 가르치면 안 되는데..."

◆나는 절대 못 속인다
방새옥씨는 새를 싸게 팔지 않는다. 한 번 오고 다시 오지 않을 곳이라면 혹시 몰라도 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상가를 받는다. "폐조는 안 가져다 팔아. 사는 사람은 싼 것을 찾을지 몰라도 그런 것 사 가봐야 1년밖에 못 살거든. 새를 팔 때는 항상 교육을 시키면서 팔아. 내 노하우를 그대로 전수해 주는 거지. 내가 새를 키우는데 성공한 만큼 내 새를 사간 사람도 성공해야돼. 그래서 A/S는 철저하게 해주지. 우리 집 가훈이 `나 자신에게 떳떳하게 살자'야. 남을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나는 못 속이잖아." 손님들이 그런 자신을 인정하기까지는 시간이 더디게 걸리지만 차곡차곡 순서를 밟는다는 것이 그의 또 다른 장사 철학이었다.

◆다른 몇 가지 것들
새를 사랑하는 방새옥씨의 조언에 따르면 새는 내가 키우고 싶은데로 키우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새가 자라고 싶은 데로 키워야 한다. 또 새를 고를 때 내가 키우고 싶은 새를 먼저 생각하지 말고, 새를 키울 곳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장날이면 방새옥씨는 아침 11시께 터에 도착한다. 그리고 저녁 7시면 집에 도착한다.
 
방새옥씨의 꿈은 목장을 갖는 것이다. 그냥 목장이 아니고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키울 수 있는 그런 목장. 일방적으로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몫을 가져가면서 스스로 삶을 만들어 가는 그런 목장을 만드는 것이 꿈이란다. 그리고 하나 더, 올해는 경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 방씨의 분석이다. 그래서 정부의 경제분석자료들은 도대체가 하나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경기에 가장 민감한 것이 노점상들인데 매출액이 작년의 절반도 오르지 않아 큰일이라고 걱정을 쏟아놓는 순간에도 모자 밑, 가을빛에 그을린 얼굴에 퍼지는 미소는 거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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