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과 자신의 뿌리를 알아야 진정한 나를 찾지"
"고향과 자신의 뿌리를 알아야 진정한 나를 찾지"
[내고향 옥천] 옥천읍 삼청리 출신 곽정헌씨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2.11.01 00:00
  • 호수 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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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선설폐기물협회 대전충남지회장 곽정헌씨.

그에게 전화가 왔다. 수화기로 전해지는 목소리에는 고향에 대한 물기가 촉촉이 배어 있었다. 지나온 삶과, 고향에 대한 추억에 대해 고백을 하고 싶었으리라. 넌지시 고향을 방문해보지 않겠느냐고 묻자 본보 ‘고향사람’란을 자주 읽고 있다는 그의 말투에서 고향에 대한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3일 후 대전시 도마동에 위치한 곽정헌(53) 씨의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그는 세시간 여 남짓 ‘시간 뺏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하며 그의 미시사에 대해 조목조목 털어놓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와의 만남은 ‘고향에 대한 향수와 그 속에서의 뿌리 찾기’라는 주제로 설명할 수 있겠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정성스레 쓴 네 장의 편지와 선산 곽씨의 족보 요약본을 내보였다. 처음 “‘고향’ 이 얼마나 보고싶고 가고 싶은 곳인가? 언제나 포근하고 보고픈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고향이기에 옥천신문을 기다리는 출향인 모두는 특히 이 난(고향사람)을 기다리며 보시리라 믿는다. 그러나 여러분이 떠올리는 그런 고향보다도 진정한 마음의 고향 옥천은 이런 것이 아닐는지 나는 말하고 싶다”로 시작하는 편지는 “1990년 금성통신회사 재직 시 야유회 다녀오는 길에서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었다”는 인생의 전환점이 됐던 부분을 먼저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옥천읍 삼청리 하삼에서 태어나 자랐고, 군남초 1회 학생회장과 옥천중 수석입학, 도대표 육상선수로 당시 옥천 고을에서 유명했던 자신을 떠올리다가 어머니가 삼청리 앞 건널목에서 명을 달리하고 서울로 온 가족이 이사했던 자신의 인생사를 소상하게 적고 있다. 교통사고 이후 다시 생각하게 된 인생, 거기서 그는 고향에 대해 자신의 뿌리에 대해 비로소 생각하게 되었단다.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며 지낸 병상생활 100여일 동안 나는 내가 잃은 것보다 수십, 수백개 소중한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그 모진 질곡과 고난 속에서도 이제껏 목숨을 잇고 살아있도록 한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6.25 나던 해 8월생이니 한창 포화 속에서 찢어지게 가난했던 농부의 두 아들과 두 딸 다음의 다섯 째인 내가 어떻게 죽지 않고 살아 나왔을까?”

이어지는 세 번째 장의 첫 단락은 “나는 선산 곽씨의 28세손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며 선산 곽씨의 뿌리를 차분하게 정리하여 흘려 내린다. 

“지금부터 600여 년 전인 서기 1391년에 내게는 19대조 할아버지께서 이 곳 옥천에 오신 덕에 내 고향은 옥천이 되었고, 나는 언제나 내 고향 옥천을 자랑스레 여겼다. <&28137>정작 오늘 내가 이 좋은 고향을 가질 수 있었고, 선산 곽씨 문중의 후손이라고 말할 수 있도록 오랜 세월동안 온갖 핍박과 고통 속에서도 이기며 살아오신 내 선조님들은 잊고 살아왔으니....”

그는 당시 교통사고가 욕심만 채우려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였고,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편지 말미에 독자에게 간절히 당부한다. 

“우리 조상님들이 우리에게 남겨주신 참 인간으로 사는 길을 우리 후손들에게도 온전히 물려줄 수 있는 우리의 고향 옥천으로 되찾는 오늘이 되고 싶다고 말입니다. 우리들 마음의 진정한 고향! 옥천을 위하여”

곽정헌씨는 현재 한국건설폐기물협회 대전 충남지회장을 맡고 있고, 선산 곽씨 종친회(회장 곽윤성) 총무를 맡고 있기도 하다. 곽씨는 세 시간 남짓한 인터뷰 내내 족보와 자신의 인생사를 예로 들며 자신의 뿌리와 고향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열정적으로 얘기했다.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설명 속에 녹아든 그의 열정만으로도 애틋한 고향사랑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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