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GMO없는 밥상차리기(6)> 대만 '학교급식에서 지엠오 퇴출'
<기획-GMO없는 밥상차리기(6)> 대만 '학교급식에서 지엠오 퇴출'
지방선거 의제로 시작한 '논지엠오 학교급식' 법 개정으로 발전
안전한 밥상 차리기 위한 필수 제도 '지엠오 완전표시제' 구축
  • 이현경 기자 lhk@okinews.com
  • 승인 2017.11.03 10:52
  • 호수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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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주간 보도는 지엠오(GMO·유전자변형식품) 없는 안전한 밥상을 차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경기도교육청은 논지엠오 가공식품 공동구매로 보다 건강한 학교급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경기도 광명시와 부천시는 논지엠오 가공식품 구입 차액지원을 통해 보다 많은 학교들이 논지엠오 학교급식을 실천할 수 있게 돕는다. 강원도·경기도·경남도교육청은 학교장독대 사업으로 지엠오로부터 안전한 장류가 학교급식에 사용될 수 있게 만들었다. 콩을 주원료로하는 장류부터 논지엠오로 바꾸겠다는 의지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와 남구 그리고 전남 나주시는 학교급식에서 수입산 콩과 옥수수로 만들어진 식용유를 대신해 논지엠오 유채유 사용을 약속했다. 전국 유채생산자 준비모임은 학교급식에 들어갈 유채유 생산을 위해 유채 재배에 들어갔다. 학교급식에서부터 지엠오를 퇴출하기위한 소비자·생산자들의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일고 있다. 지엠오 없는 안전한 밥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일렁이고 있는 것이다.

대만은 한국보다 한 발 앞서 학교급식에서 지엠오를 퇴출했다. 소비자 단체는 지방선거 주요 의제로 '논지엠오 학교급식'을 주장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학교급식 관련 법률 개정이란 결과를 가져왔다. 법률에 논지엠오를 명시하면서 전반적인 변화를 끌어냈다. 밥상의 변화는 급식에서 그치지 않았다. 논지엠오 밥상은 학교급식을 넘어 일반 소비시장으로 이어졌고 대만 국민들은 '비기개(非基改)·논지엠오(NON-GMO)'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논지엠오 학교급식이 식품 소비 시장 전반의 변화를 끌어낸 것이다. 대만 사례는 지엠오 없는 밥상 차리기 출발이 학교급식에서 시작된 것을 보여준다.

 

대만학교급식연대를 중심으로 한 소비자 단체는 ‘식품안전에 관심을 갖는 정치대리인을 달라!’. ‘자신의 아이는 자신이 구한다’, ‘학교급식 GMO=FREE’를 구호로 걸고 선거 캠페인에 나섰다. 지방선거 결과 논지엠오 학교급식을 공약으로 한 후보자는 82명이 당선됐다. <사진제공: 대만학교급식연대>

■ '식품안전에 관심을 갖는 정치인을 뽑자'

2015년 12월15일, 대만 입법부(국회)는 학교급식에서 지엠오를 퇴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학교위생법(學校衛生法)을 개정한다. 대만 학교위생법 제23조에서는 이를 '유전자 변형된 신선식재료와 기초가공식품의 사용을 금지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법 개정으로 250만명의 대만 청소년은 지엠오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을 제공 받게 됐다.

대만은 2015년 단계적 시범사업 단계를 거쳐 2016년 1월1일 지엠오 완전표시제를 전면 실시하고 있다. 편의점이나 마트, 백화점 식품코너를 방문하면 손쉽게 지엠오 혹은 논지엠오 표시를 찾을 수 있다. 사진은 지엠오 콩을 원료로 한 식료품. 흰색 네모 안이 지엠오 콩을 사용했음을 밝히고 있는 부분이다.

법 개정 직전에 있던 지방선거는 변화를 이끈 결정적 계기가 됐다. '논지엠오 학교급식'은 2014년 11월29일 치러진 대만 지방선거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대만학교급식연대'를 중심으로 한 소비자 단체가 각 지역구 후보자에게 논지엠오 학교급식을 공약으로 내걸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들이 내세웠던 구호는 '식품안전에 관심을 갖는 정치대리인을 뽑아 달라'였다.

대만은 연간 260만톤의 콩을 수입한다. 수입콩의 97%가량이 지엠오 콩이다. 이 중 26만톤이 식용 지엠으로 사용된다. 두부와 두유 소비가 많은 대만 국민의 식습관은 자연스럽게 지엠오에 노출되게 만들었다. 학교급식도 마찬가지. 대만학교급식연대 황찌아린 공동대표는 한 달 급식 일수를 20일로 볼 때 하루건너 한 번 꼴로 두부나 두유가 제공된다고 추정했다.

종교적 배경도 논지엠오 먹거리 운동에 영향을 미쳤다. 불교 신자가 많은 대만은 2천3만명 인구 중 300만명 가량이 채식주의자로 추정된다. 이들에게 주요 단백질 공급원은 '콩'이다.

'월요일은 고기 없는 날'과 같은 캠페인을 실천하는 학교의 경우 고기를 대체할 영양공급원을 찾아야 했고, 학교급식에서 콩 소비는 많은 비율을 차지하게 됐다. 건강한 콩이 공급되지 않는 이상 안전한 학교급식을 만들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셈.

대만학교급식연대 황찌아린 공동대표

대만학교급식연대 황찌아린 공동대표는 "농약을 만드는 다국적 기업이 농약을 뿌려도 쉽게 죽지 않게 유전자를 변형 시킨 것이 지엠오 작물"이라며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변형시킨 것이 가져오는 부정적인 영향과 함께 다량의 농약이 사용된 식품은 건강한 먹거리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어린이·청소년은 안전한 먹거리에 접근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본인 ○○○은 ○○에 당선된 후, 예산을 편성하고 충분한 행정자원을 제공해 초·중·고등학교에서 논지엠오 콩 제품 식재를 규범으로 하여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위험하지 않은 논지엠오 음식을 제공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대만학교급식연대는 각 지역 지자체장과 지자체 의원, 시민대표에게 위와 같은 성명서를 보내고 논지엠오 학교급식을 공약으로 내걸게 했다.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가 발달한 것을 십분 활용했다. 페이스북에 논지엠오 페이지를 만들고 이를 지지할 시민을 지역별로 연결해 갔다. 각 지역 후보자에게 받은 공약증명서는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됐다. 어느 지역, 어떤 출마자가 논지엠오 학교급식을 약속했는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정리해 갔다.

이는 놀라운 결과로 이어졌다. 논지엠오 학교급식을 공약한 후보자 중 82명(△직할시장 5명 △직할시의원 44명 △현시장 7명 △현시의원 22명 △향진시장 2명 △시민대표 2명)이 당선됐다. 주목할 부분은 22개 1·2급 행정구역이다. 이는 한국으로 치면 광역지자체에 해당한다. 22개 1·2급 행정구역 중 19개 지역 출마자가 논지엠오 학교급식을 약속했고 이 중 12명이 당선됐다. 타이페이시, 신베이시, 가오슝시와 같은 주요 도시가 여기 포함된다.

대만학교급식연대 천루웨이 공동대표

대만학교급식연대 천루웨이 공동대표는 "급식연대 활동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끝났다. 2015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까지는 아니었고, 법률안까지 만들어 보자는 목표를 가진 것도 아니었다"며 "2014년에는 '쓰레기 식용유 파동' 사건으로 소비자들의 식품 안전 불안감이 높아진데다가, 논지엠오 학교급식을 공약으로 건 다수의 출마자들이 지방선거에서 당선되자 위기를 느낀 입법위원(국회의원)들이 먼저 나서서 학교위생법을 개정해 논지엠오를 명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 2016년, 지엠오 완전표시제 전면 실시

2013년 연말부터 활발하게 이뤄진 논지엠오 학교급식 운동은 학교급식에서 지엠오를 퇴출시킨 것 이외에도 '지엠오 완전표시제'라는 큰 성과를 거두는 계기가 됐다. 지엠오를 퇴출시키려면 우선 어떤 식품이 지엠오인지 알아야 한다. 2015년 7월1일부터 단계적으로 실시된 지엠오 완전표시제는 2016년 1월1일 전면 확대됐다. 이 또한 법률에 근거한 제도다.

대만주부연맹생활협동조합 황슈드어 상무

식품안전위생관리법 제22조, 제24조~25조에는 '유전자 변형 원료가 함유된 식품 첨가물은 표시를 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지엠오(基因改造)와 논지엠오(非基改). 편의점이나 마트, 백화점 등 식자재가 있는 곳이면 이 표시를 볼 수 있다. 영업등기를 낸 식당도 지엠오 식품 사용 여부를 밝혀야 한다.

학교위생법 개정과 지엠오 완전표시제 실시는 식품 기업의 저항을 샀다. 식료품비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기도 했다. 대만주부연맹생활협동조합 황슈드어 상무는 이는 기우라 일축했다. 지엠오 완전표시제는 논지엠오(非基改) 식품 소비를 증가 시켰고, 이를 인지한 식품 기업은 논지엠오를 새로운 판매 전략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학교급식에 식자재를 납품하기 위해서는 논지엠오 식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이유도 식품 기업 변화를 이끌었다. 논지엠오 식품 수요가 늘자 공급 또한 늘었고 결과적으로 식료품비 급증은 없었다는 게 황슈드어 상무 설명이다.

황슈드어 상무는 "지엠오 완전표시제로 인한 인식 변화가, 그리고 학교위생법 개정으로 인한 학교급식 변화가 식품 생산·유통 체계를 논지엠오로 이끌었다"며 "중국은 정부가 지엠오 농산물을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는데 이런 결과를 초래하기 전에 변화를 이끌어 낸 것 같다"고 말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 나섰던 후보자가 공약 증명서를 들고 기념촬영한 모습. 공약 증명서에는 당선된 후 논지엠오 학교급식을 위해 예산을 편성하고 충분한 행정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제공: 대만학교급식연대>
대만은 2015년 단계적 시범사업 단계를 거쳐 2016년 1월1일 지엠오 완전표시제를 전면 실시하고 있다. 편의점이나 마트, 백화점 식품코너를 방문하면 손쉽게 지엠오 혹은 논지엠오 표시를 찾을 수 있다. 사진은 논지엠오 콩을 원료로 했다는 표기를 찾아볼 수 있는 식료품들.
백화점 내 식료품 코너를 방문한 주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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