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담당 공무원, 아동학대 터진 후 본인 자녀만 전학
보육담당 공무원, 아동학대 터진 후 본인 자녀만 전학
사건 인지한 공무원, 지난해 11월 자녀 옮겨
학대피해 학부모들 '제 아이만 중요한가' 성토
공무원 '이번 사건 별개 원래 옮길 계획' 해명
  • 이창욱 기자 lcw@okinews.com
  • 승인 2017.04.1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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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시 이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던 아동보육 담당 공무원이 아동학대 장면을 확인한 직후 아동학대 정황을 다른 학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자신의 자녀만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공무원 A씨는 아동학대가 발생한 B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던 중 지난해 11월 경 읍내 다른 어린이집으로 자녀를 옮겼다. A씨는 2015년부터 이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15년 7월1일자로 옥천군 주민복지과로 발령됐고 올 1월1일자로 인사 이동돼 다른 부서로 갔다. 시시티브이 상 아동학대가 확인된 시점(지난해 9월10일~11월18일)에 A씨는 아동보육 업무를 담당했다.

학부모들은 A씨가 업무 상 아동학대를 확인하고 난 뒤 자신의 자녀 안위만을 생각해 원을 옮긴 것 아니냐며 지적하고 있다.

아동학대 피해아동 학부모 C씨는 "(A씨가) 시시티브이를 봤다고 했다"며 "언론에 공개된 시시티브이 장면을 본 건지 자신이 아동보육 업무를 하다가 보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안을 인지하고 있었던 건 분명하다. 그런 상황에서 부모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자기 아이만 다른 원으로 옮긴 건 공무원으로서도 같은 학부모로서도 부적절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아동학대 사건이 첫 보도된 3월24일, 학부모들이 군청을 항의 방문하던 중 A씨를 만나 얘기를 나누다가 확인됐다.

아동학대 피해아동 학부모 D씨는 "A씨가 왜 자녀를 다른 원으로 옮겼나 처음엔 별 생각 없었다"며 "군청에서 만나 얘기를 듣고 보니 (아동학대 상황을) 알고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 A씨는 본인이 (아동학대 조사) 담당자라 원이랑 껄끄러운 관계가 되다보니까 그랬다고 해명하더라"고 말했다.

B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은 지난해 10월 한 학부모의 신고로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됐다. 충북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과 옥천군이 시시티브이를 분석해 아동학대 장면을 확인했고 군은 2월15일 B어린이집을 경찰에 고발했다.

학부모들 지적과 같이 공무원 A씨는 자녀를 다른 원으로 옮긴 지난해 11월 시점에 아동학대 상황을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아동을 옮긴 건 맞지만 사건과 무관하게 옮길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A씨는 "남부아동전문보호기관에서 협조요청이 온 그 주에 옮겼다. 언론에 보도된 (7개 장면) 모두를 인지하고 있진 않았지만 학대 의심이 되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던 건 맞다"며 "상황상 학부모들이 (제 아이 안위만 생각해 옮겼다는) 그런 생각을 하실 수 있다는 건 충분히 이해하고 설명도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과 별개로 집과 가까운 원으로 옮길 계획이 있었고 원장에게도 얘기를 했었다. 2015년에 이사를 해서 (어린이집을) 옮겨야 했는데 바로 옮기면 아이가 적응하기 힘들 것 같아 미루고 있었다"며 "당시 학부모들이 도청에도 전화를 해서 도청 담당자와 통화를 했는데 도에서 (제가) 이 사안을 조사해야 할 사람인데 애기가 다니고 있어서 좀 그렇지 않냐고 간접적으로 얘기를 한 부분도 있었다. 제가 담당자다 보니 어린이집 시시티브이 영상을 떠오고 해야 해서 아무래도 어린이집과 좀 그런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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