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의 감성과 체력은 고향이 만들어 준 것~"
"지금 나의 감성과 체력은 고향이 만들어 준 것~"
[내고향 옥천] 세이안경원 대표 배영춘씨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2.08.28 00:00
  • 호수 6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군북면 국원리 출신인 배영춘씨

들어서자마자 그는 안경을 먼저 빼든다.  “잠깐만요. 안경이 오래 써서 그런지 많이 낡았네요. 조금만 손질해 드릴께요.” 얼굴에 걸쳐있던 안경은 한참동안 세척과 손질을 거쳐 나온다.
 
‘투철한 프로정신’이란 생경한 어구로 표현하기엔 사람을 편안케 하는 온화함이 몸에 배어 있다. 배영춘(34)씨. 그는 충남대학교 근처에서 ‘세이 안경원’을 운영하고 있다.   맵시 있는 옷차림으로 친근하게 다가오는 그에게서 이제는 익숙한 도시인의 냄새가 났지만, 아직까지 환하게 웃는 그의 표정에서 고향의 정취가 느껴졌다.
 
“고향은 늘티에요. 군북면 국원리 윗 부분에 자리한 조그만 마을인데요. 초등학교 다닐 때 우리 마을에 동기가 4명 있었거든요. 맨 날 다섯명이서 학교 다니면서 어울렸던 기억이 나요. 제가 5학년때 였을거에요. 함티에 있던 군북초등학교가 소정리로 이사했던 때가. 지금은 아쉽게도 폐교가 됐지만, 그 때 생각만 하면 즐거워져요.”
 
‘군북초등학교 43회, 옥천중 34회, 옥천고 9회’라는 학창시절은 그가 고향에 흩뿌려놓은 객관적인 흔적들이다.  “아버님 함자가 배자 인자 관자 신데 힘이 하도 장사셔서 그 마을 주변 사람들 왠만하면 다 알걸요. 그 집 11남매 두 번째 막둥이라 하면 대부분 아실거에요.

큰 형하고 나이 차가 19년차거든요. 큰형 친구 분이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을 맡기도 했어요. 박정만 선생님인가 그랬는데...아! 참, 큰 형(배중구)도 괴짜에요. 나훈아 흉내를 잘 내서 가수에 대한 꿈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국제종합기계에서 일하고 계세요.”
 
집안 식구들에 대한 정겨운 모습이 그의 고향 얘기에 묻어 나왔다.  “군북초등학교까지 걸어서 1시간 정도 걸렸거든요. 친구들과 산길로 들길로 강가로 내달리며 참 신나게 놀았죠. 어떻게 보면 지금 이렇게 쉬지 않고 일하는데도 별 탈 없이 버텨 나가는 것도 그 당시 길러졌던 체력 같아요. 얼마나 뛰어다니고 그랬는데요.”
 
고향이 거는 최면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입가에 잔잔한 미소와 함께 배씨의 머릿속에는 벌써 영사기로 지난날의 필름을 되돌리고 있었다.  추석이나 설날을 제외하고 아침 9시부터 밤10시까지 꼬박 일한다는 그는 그야말로 성실 그 자체이다.
 
“이 근처에도 큰 안경원들이 많거든요. 그 틈새에서 살아남으려면 단기간에 승부하기보다는 꾸준하게 소비자들에게 다가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쉬지 않고 일하는 것도 항상 열려있는 안경원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싶어서 그래요. 친절서비스는 기본이고요. 아까 말했지만, 이 모두가 고향 덕이죠. 부드러운 인성과 감수성, 꾸준한 체력을 유지하는 것도 어릴 적 자연과 더불어 뛰놀았던 자양분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이 드네요”
 
시골 사람들이 생활력이 강한 것은 흙을 비롯한 자연과 부둥켜안고 놀았기 때문이라며 어떤 난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력을 고향이 제공하는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고향이요. 자연을 훼손하는 기계적인 발전보다는 자연의 품안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렇게 설 수 있었던 것도 고향이 소중하게 간직했던 자연의 혜택이거든요. 이렇게 제가 증명하잖아요. 늘 곁에 있던 자연은 다시 고향으로 나를 불러들이는 힘이거든요. 언젠가는 다시 돌아갈 겁니다.”  그는 나중에는 다시 돌아갈 곳이라며 계속적인 관심으로 고향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