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떻게 지내세요>"노인이라고 예우만 받을 수 있나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노인이라고 예우만 받을 수 있나요?"
금천경로당 노광자 노인회장
  • 정창영 기자 young@okinews.com
  • 승인 2017.03.24 13:42
  • 호수 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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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광자 회장

17년 전 남편과 함께 아무 연고도 없는 군서면 금천리로 들어왔다. 그리고 지난 2월 금천경로당 노인회장이 됐다. 1942년생. 경로당에 앉아 일일연속극을 보거나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울 나이다. 하지만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건강이 허락하는 한 경로당 바깥으로 나가자고 했다. 노광자 노인회장 이야기다.

"17년 전에 남편 따라 여기로 왔어요. 아무래도 처음 들어왔을 때는 원래 살던 분들이 경계를 하시더라고요. 힘들었죠. 제가 먼저 다가가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렇게 몇몇 주민들과 안면을 트고 '생일계'를 시작했다. 계원 생일마다 모여서 축하하고 같이 밥을 먹었다. 사람살이가 돈독해졌다. 지금은 생일계는 하지 않는다. 대신 금천리 '친목계'를 하고 있다. 16집이 함께 하는데 곧 2집이 더 들어올 예정이다. 노광자씨는 여기서도 회장을 맡고 있다. 친목계를 하자고 먼저 제안한 덕에 맡은 감투다. 마을개발위원도 하고 있고 3년 전부터 녹색관광센타팬션 대표도 맡고 있다. 녹색관광센타팬션은 금천리 귀농귀촌인들이 공익적 목적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안그래도 여러 일을 맡고 있다보니 노인회장을 맡으라고 할 때 처음에는 싫다고 했어요. 노인회장이란 자리가 가벼운 자리가 아니에요. 마을 노인들 전체가 즐겁게 살수 있도록 해야 하는 자리잖아요."

기왕에 무거운 짐을 지고 있던 차에 노인회장까지 맡은 것은 세월 따라 바뀐 마을 모습 때문이기도 했다. 금천리는 현재 100가구가 넘는데 원주민은 40여 가구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노 회장처럼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많은 마을이다. 17년 전에 들어와, 17년을 살면서 터득한 원주민과 외지인들을 잇는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했다.

또하나 중요한 이유가 있다. 금천리를 지금보다 조금 더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다. 그러기 위해 노인들이라고 경로당에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건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마을을 위해 솔선수범을 보이자고 생각했다.

"노인분들하고 회의를 해서 4월부터 노인들이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어요. 나이 먹었다고 앉아서 예우만 받을 수는 없잖아요? 우리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앞장 서서 해보자 한 거지요."

4월 쓰레기 줍기 봉사를 앞두고 노 회장은 한가지 바람이 있다. 금천리 노인회는 쓰레기 줍기 봉사를 한두번만 하고 말 요량이 아니다. 군과 면에서 쓰레기 봉투를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싶다.

"우리가 나이는 먹었지만 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속마음이야 하고 싶은게 한 두가지가 아니에요. 여러가지 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까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지요."

노 회장은 마을이 안고 있는 숙제가 있다고 귀띔했다. 금천계곡을 따라 100여 가구가 살다보니 한곳뿐인 경로당을 이용하기 어려운 주민들이 있다. 기왕 있는 경로당도 좁아 사람이 여럿 모이면 불편하기 짝이 없다. 경로당이 하나 더 늘었으면 좋겠다. 장령산휴양림 입구 표지석 옆에 있는 낡고 오래된 다리 '금천교'도 넓고 튼튼한 다리로 바꿨으면 좋겠다. 장령산 휴양림에는 매년 엄청난 돈이 지원되면서 계속 좋아진다는데 마을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마을과 휴양림이 함께 발전하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노인이라고 같이 밥먹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즐겁고 건강하게 살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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