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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다. 옥천에 보기 드문 음식이다. 꼭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생각나면 언제든 찾고 싶어진다. 사장 부부가 손님들과 허물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단골 층이 두터워 보였다. 입안이 즐거워지는 야무진 식사 한 끼를 약속했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편에 음식에 정성이 깃들었다. 이 집은 반찬부터 메인까지 손수 다 만든단다. 물론 점심때만 맛볼 수 있는 특이점이 있다. 선택과 집중을 했다.구읍 교동저수지 인근을 지나가면 ‘황태전문점’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혀 있는 풍선간판이 보인다. 앞마당에 차 6대 정도 넉넉하게 주차할 공간이 마련돼 있다. 건물 1층엔 카페 공간이 있고, 옆 계단으로 올라가면 2층에 황태구이 전문점 ‘소정마을’을 만날 수 있다. 소정마을 식당을 운영하는 황용우(65, 읍 죽향리), 양경숙(63) 씨 부부는 군북면 소정리에서 시작한 식당 상호를 지금껏 이어가고 있다. 소정리에서 9년 하고, 이 자리에서 6년째 운영 중이다.구읍 교동저수지 인근에 자리한 건물 2층에 '소정마을' 식당이 있다. 앞마당에 주차할 공간이 마련돼 있다.건물 1층에 있는 카페 그림뜰앤 왼편에 소정마을 식당으로 올라가는 입구가 있다.소정마을은 오로지 황태 요리만 다룬다. 여기는 황태구이정식(1만원)을 주로 찾는다. 기본 6가지 반찬에 양념장을 바르고 구운 황태 한 마리가 나온다. 황태구이는 먹기 좋게 가위로 잘려 나와 편의성을 높였다. 식사하는 내내 온기가 남도록 황태구이가 돌판에 올라오는 게 특색이다. 정식을 더 특별하게 해주는 음식은 콩나물국이다. 황태채로 육수를 내 진한 국물 맛을 자랑한다. 반찬이든 육수든 소금 같은 조미료 안 쓰고 젓갈과 간장으로 간을 낸다.반찬이 부족하면 요청해달라는 사장 부부의 미덕은 기본이다. 이밖에 황태전골, 황태탕, 황태찜이 있다. 조리 특성상 황태찜은 1시 이후 한가한 시간에 가능하다고 한다. 황태는 황용우 씨 집안 조카가 운영하는 진부령 덕장에서 자연 건조한 걸 가져온다. 대전 갈마동에 살다 2005년 3월 군북면 소정리에 귀촌했던 두 사람은 옥천이 제2의 고향과 다름없다. 20년 가까이 옥천에 살며 가족처럼 지내는 이웃들이 늘어난 이들 부부의 사연이 궁금했다.소정마을 인기 메뉴는 바로 황태구이정식(1만원). 돌판에 올라가는 황태구이와 함께 여섯 가지 찬, 황태채로 우려 진한 국물 맛을 낸 콩나물국이 나온다.황태구이정식에 나오는 황태 한 마리. 진부령 덕장에서 가져온 황태를 직접 만든 양념장으로 발라 구웠다. 먹기 좋게 가위로 잘려 나온다.■ 도시 살 땐 못 느꼈던 옥천의 정 “식당에 둔 화분들도 다 손님들이 갖다줘서 키우는 거예요. 장사하다 보니 단골이 많이 생겼죠. 식사하러 오시면서 옥수수 쪄서 주시는 분도 있고, 별의별 손님들이 많아요. 어디 다쳤을 땐 시루떡도, 케이크도 갖다주셨고요. 대전 살 땐 전혀 못 느꼈던 건데 세상에 고마운 분들이 많다는 걸 느꼈죠. 옥천 사는 거 좋아요. 인정도 많고요. 손님들과 대화하는 게 얼마나 재밌는지 몰라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하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요. 참 고마워요.”도회지 사람의 로망이었을까. 건축 업계에 30년 넘게 발을 담갔던 황용우 씨는 쉬는 날 시골에서 조그마하게 텃밭을 가꿔보고 싶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오도이촌’(일주일 중 5일은 도시, 2일은 농촌에서 생활하는 삶의 방식)을 꿈꾼 셈이었다. 마음의 휴식처를 찾다 옥천과 인연이 닿았다. 한 3년 정도는 대전과 옥천을 왔다 갔다 하는 생활을 했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다녀가면 다음번에 올 때 풀이 쑥쑥 자라났다. 옥천에 눌러앉자고 결심하게 된 이유다.아늑하면서 깨끗한 분위기로 조성된 소정마을 식당 내부. 안쪽에 방 공간이 하나 있다.시골 살면서 유정란 빼먹을 겸 닭도 키우고, 염소도 키워봤다. 부화장에 병아리 400마리를 갖다 풀어놨다. 얼마 안 지나 동네에 난리가 났다. 수탉들이 사정없이 울어댔기 때문. 지금이야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이야기. 동네 주민들은 닭들을 얼른 처분하라고 했다. 닭 잡아서 지인들에게 나누는 것도, 요리해 먹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닭을 처분하는 과정에 결국 양경숙 씨가 거들었다. 마을 홍보도 할 겸 ‘소정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닭 요리 장사를 했다.닭백숙, 옻닭 요리를 중탕 식으로 끓여냈다. 하루에 한 마리 내지 두 마리씩 조금조금 팔던 시절. 해보니 보통 일이 아니었다. 닭을 잡는 것부터 숙제였다. 젊은 손님들이 오면 본인들이 직접 닭을 잡아 오라고 미션을 줬다. 200평 가까이 된 닭장에 대여섯 명이 들어가 닭 한 마리 잡으려고 달라붙었다. 푸다닥 푸다닥. 이제 나이 쉰이 넘었을 사람들, 지금도 그때 먹었던 토종닭이 쫄깃쫄깃하니 맛있었다고, 우리 입맛만 올려놨다고, 그때를 잊지 못하겠다고 그런다.■ 황태 맛 살리는 양념장 직접 개발“처음엔 닭 요리만 하다가 황태를 해보면 어떨까 싶었죠. 마을에서 닭을 못 키우니까요. 우리가 황태 요리를 좋아했거든요. 해보니까 반응이 좋더라고요. 식당 일 전혀 안 했어요. 식당에 다녀본 적도 없고, 식당을 해본 적도 없고요. 예전엔 직접 농사지은 걸로 했는데 지금은 시골 분들에게 다 의뢰해요. 고추니 호박이니 고춧가루니 농사지신 걸 받아오죠. 안남이나 안내 월외리에서요. 황태만 진부령에서 오고요. 우리 식구들 먹는 것처럼 다 하는 거예요.”'소정마을' 식당을 운영하는 (왼쪽부터) 양경숙, 황용우 씨 부부는 식당에 찾아오는 손님들과 오고 가는 정으로 음식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진부령에 덕장과 식당을 같이 하는 조카 집에 찾아가 아이디어를 구했다. 황태 본연의 맛을 살리는 양념장은 직접 만들었다. 양념장 만드는 날은 큰 행사처럼 치른다. 1년에 4번 정도, 양념 한 번 만드는 데 일주일이 걸릴 만큼 양이 어마어마하다. 골드키위, 배 등 갖은 야채와 과일을 두루 배합한다. 여기에 고추장, 고춧가루를 섞어 매콤한 맛을 살렸다. 다 만든 양념장은 최소 한 달 이상 저온 냉장고에 숙성한다. 숙성한 것과 아닌 것에 차이가 크다.식당은 점심장사로 돌렸어도 아침 7시 전에 일찍 출근한다. 메뉴 가짓수는 많지 않아도 황태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 중 하나다. 처음 황태구이 전문점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만류한 사람들이 있었던 이유다. 황태는 진부령에서 가져오기만 할 뿐 손질을 직접 다 한다. 저녁장사까지 하면 쉴 틈이 없다. 점심 지나서 정리하고 식사하고 나면 앉아 쉴 새 없이 바로 장사 시작이다. 이렇게는 살지 말자는 생각에 영업시간을 줄이기로 했다.“재작년에 음식값 천원씩만 올리고 계속 유지하고 있어요. 대전에 황태구이정식 제일 싸게 파는 데가 1만3천원일 거예요. 보통 1만5천원 하거든요. 전국으로 따져도 1만원 받는 데가 얼마 안 될 거예요. 요새는 그래도 황태가 보편화해서 젊은 층도 즐겨 찾지만, 우리 젊을 때만 하더라도 황태 못 먹은 사람들 꽤 많았어요. 강원도엔 황태 식당이 많이 있는데, 우리 대전 살 때만 해도 황태를 주로 다루는 집이 한 집인가 두 집뿐이 없었으니까요.”식당 한쪽에 이들 부부의 지인들이 주고 간 화분들을 가꿔놓고 있다.식당 입구 벽면에 이들 부부의 지인이 건네준 사진작품과 서예작품이 걸려 있다.식당 한쪽에 이들 부부의 지인이 준 서예작품이 걸려 있다.■ 형님처럼 친구처럼 만난 사람들강원도 춘천이 고향인 황용우 씨와 전북 남원이 고향인 양경숙 씨 부부는 40대 중반이 지날 무렵 옥천에 들어왔다. 열심히 일한 시절을 뒤로하고 차차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기 위함이었다. 캄캄한 저녁 풍경이 처음엔 낯설게 다가온 적도 있고, 중간에 다시 대전으로 돌아갈지 말지를 고민한 시절도 보냈다. 이들 부부는 도시에서 하던 일을 접고 쌀농사도 하며 식당을 지키고 있다. 양경숙 씨가 주방 요리를 도맡고, 황용우 씨는 홀 서빙이 어느새 주업이 됐다.식당 한편에 2년 전 소식지에 올라온 소정마을 식당이 보였다. 제목은 ‘영양 만점 진부령 황태와 남원 손맛의 황홀한 만남 황태전문점 소정마을’. 알고 보니 지인이 소식지를 코팅까지 해서 선물로 줬단다. 며칠 전에도 소식지를 건네준 지인이 식사하러 식당에 들렀다. ‘이렇게 하면 평생 잊어먹지 않겠쥬?’ 당시 코팅해서 준 지인이 건넨 말이었다. 장사도 장사지만 이들 부부는 이웃들과 오고 가는 정에 식당을 이어가는 힘을 얻었다.두 사람은 2년 전 소정마을 식당이 소식지에 소개된 지면을 지인이 코팅 처리해 갖다 준 걸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벌써 15년 이상 장사를 했네요. 식당 하면서 조금 아쉬운 게 있다면 연세 드신 분들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을 때예요. 한 달에 1~2번 계속 오던 양반들이 뜸하면 궁금하잖아요. 누구한테 통해 들으면 돌아가셨다는 거예요. 자주 오셔서 농담도 하고, 사는 이야기, 농사 올해는 재미는 보셨는지 이런 얘길 하는 게 낙이었거든요.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래도 진짜 형님 같고 친구 같은 분들이 많이 와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황태구이 드시고 싶은 분들은 소정마을에 편하게 놀러 오셔요.”메뉴판. 손님들이 주로 찾는 황태구이정식과 함께 황태탕, 황태전골, 황태찜이 있다.소정마을로 진입하는 입구 앞에 '황태전문점 소정마을'을 알리는 풍선간판이 놓여 있다.주소: 옥천읍 죽향리 13-16전화: 733-8841영업시간: 오전11시~오후3시매주 일요일 휴무

경제 | 윤종훈 기자 | 2024-04-25 15:33

옥천에 빵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희소식이다. 일명 ‘빵지순례(빵과 성지순례를 합친 신조어)’가 취미인 이들에게 살면서 한 번쯤 가볼 데가 하나 더 생겼을지 모른다. 신기리에 있던 카페 자리가 한 달 반 인테리어 작업을 거쳐 새로운 공간으로 바뀌었다. 상호는 ‘베이커리 공유(共有)’, 지난달 11일 개업해 프랑스빵을 전문으로 하는 베이커리 카페로 운영 중이다.베이커리 공유 공다윤(25, 군북면 증약리) 대표는 우송대 프랑스제과제빵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하고 우송대에서 제과제빵 실습조교로 일했던 공 대표는 음식 전반의 이해를 높이고자 양식, 중식, 일식, 제과, 바리스타, 케이크, 대학 내 프로그램인 INBP 프랑스제과제빵 디플롬 등 여러 자격증을 취득했다. 1년여 만반의 준비를 거쳐 그는 인생 첫 창업을 했다.지난달 11일 신기리에 개업한 '베이커리 공유' 전경. 가까운 거리에 하나마트, 충혼공원이 있다.“어릴 때부터 빵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창업하기 전에는 아무런 대가 없이 다른 분들에게 빵을 나눠드리는 일도 했는데요. 이제는 업으로 삼고 싶었고요. 제가 만든 빵을 돈을 받고 판매하면서 나누면 좋겠다 싶어서 ‘공유’라고 지었죠. 가게 앞에 ‘빵을 함께 나누는 공간’이라고 소개한 것도 공유의 의미를 빵과 접목한 거예요.”■ 새벽 5시30분에 출근하는 이유공 대표는 지난해 3월 퇴사하고 1년간 자격증 준비하며 가게를 차리는 과정에서 고민이 없지 않았다. 카페 창업하는 데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고 비교적 문턱이 낮은 업계 상황에 금방 폐업하는 곳들을 봐 왔기 때문이다. 그가 차린 베이커리 공유는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사활을 걸었다고 했다. 나이가 어리다는 편견 또한 극복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는 후문이다.베이커리 공유 매대. 안쪽에 빵을 제조하는 작업 공간이 있다.베이커리 공유 홀 내부.베이커리 공유 야외 공간.베이커리 공유에서 쓰는 밀가루는 세 가지다. 국산 밀가루, 프랑스 밀가루 그리고 옥천로컬푸드직매장에서 산 옥천 밀가루를 섞어 쓴다. 공 대표는 주식이 빵인 유럽 특성상 프랑스 밀가루가 국산과 비교해 약 3배 비쌀 만큼 향이나 질적인 면에서 다르다고 했다. 버터 같은 웬만한 재료 또한 프랑스 제품을 주로 쓴다. 국산 밀가루는 빵의 모양을 잡아주는 힘이 좋다.공 대표는 공유에서 제공하는 빵의 90% 이상을 ‘저온발효’로 만든다. 통상적으로 빵을 먹음직스럽게 부풀리는 효과로 발효하는 과정에 이스트(효모)를 넣는다. 이스트를 많이 넣을수록 양도 많아 보이고 제조가 수월해지지만 공 대표는 이스트를 소량만 넣고 반죽해 약 12~18시간 저온발효를 거친다고 강조했다. 빵을 먹었을 때 속이 더부룩함을 줄이기 위함이다.카페에 다양한 빵들이 진열돼 있다. 빵은 아침 10시30분~11시 사이에 나온다. 공유에서 제공하는 빵은 국산 밀가루, 옥천 밀가루, 프랑스 밀가루 세 가지를 섞고 반죽해 장시간 저온발효를 거쳐 만든다.새벽 5시30분에 출근하는 공 대표는 약 5~6시간 제빵 작업을 한다. 실제로는 전날 반죽해서 밤새 발효한 뒤 다음 날 아침 빵을 만드니 꼬박 이틀이 걸린다. 저온발효 방식이 손도 많이 가고 시간은 배로 걸리지만 ‘여기 빵은 속이 안 더부룩해’라는 손님 반응에 힘을 얻는다고. 당일 만든 따끈따끈한 빵은 오전10시30분~11시쯤 만날 수 있다. 판매하는 빵 목록은 당일 아침 공유 인스타그램(@sharewithyou_bakerycafe)에 올라온다.■ 아늑한 분위기, 속 편한 빵“대표 메뉴는 옥송이 크로아상(4천700원)이에요. 부여에서 받은 양송이로 수프를 끓여 크로아상에 넣어 만드는데요. 직접 개발했고요. 두 번째는 바게트 소금빵(2천800원)이에요. 일반 소금빵처럼 부드럽진 않고 바게트처럼 딱딱한 식감을 살렸어요. 양송이로 수프를 내는 건 양식의 과정이잖아요. 샌드위치도 갖은 야채를 손질해야 하니까 여러 자격증을 따며 공부했죠.”개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베이커리 공유엔 이미 많은 사람이 다녀갔다. 공 대표는 30~40대 아이 키우는 엄마들과 젊은 손님들이 주로 찾아왔다고 알렸다. 롤케이크, 소보루빵, 크림빵과 같은 익숙한 메뉴들이 없어 발길을 돌린 손님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방문하는 사람들이 느는 추세라고. 공유에 다녀간 손님들이 인터넷에 올려놓은 평을 간추렸다.공다윤 대표가 직접 개발한 옥송이 크로아상(4천700원). 부여에서 공수한 양송이로 수프를 끓여 넣었다.딱딱한 식감을 살린 바게트 소금빵(2천800원).생식빵(4천원, 5천500원).‘매장에 들어서면 깔끔하고 아늑한 분위기. 반갑게 인사해주시는 이쁜 미소. 그곳에 가득 채운 빵 냄새. 부드럽고 촉촉한 생식빵은 빵맛의 기본으로 그 집 빵맛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생각하는 빵순이는 오늘도 베이커리 공유를 찾아왔어요. 빵맛 인정!’ (아이디: hap****)‘저는 이 집 정착합니다. 집이 대전이라 주 1회는 꼭 와서 먹어야 할 듯해요. 특히 옥송이 크로와상은 아침밥 대용으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이에요. 대전 뚜벅이라 차 없이 와서 1시간 반 정도 버스 타고 걸어왔는데도 불구하고 후회 안 하고 돌아가는 그 맛. 음료도 빵들도 맛있고, 친절합니다. 빵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오셔도 됩니다.’ (아이디: 수***)‘옥천에 프랑스 빵 전문 매장이 생긴 게 놀랍네요. 젊은 파티시에와 파티시에르 두 분이 만드는 빵이 놀라울 정도로 디자인과 맛이 뛰어나네요. 식감에서 좋은 재료를 쓰고 있는 것이 느껴지고, 빵을 먹은 후 속이 편한 느낌은 처음이네요. 프랑스 빵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성지가 될 거 같네요. 주변에 많은 분에게 추천하고 싶은 베이커리입니다.’ (아이디: 유**)■ 청년 소상공인이 옥천에 바라는 점대학에서 프랑스제과제빵을 전공한 공다윤 대표는 1년간 준비해 베이커리 공유를 창업했다. 그는 양식, 중식, 일식, 제과, 바리스타, 케이크, INBP 프랑스제과제빵 디플롬 등 여러 자격증을 취득하며 조리 기술을 익히는 데 공을 들였다.고향이 대전인 공 대표는 가족과 함께 옥천에 정착한 지 8년 됐다. 그는 군북면 증약리에 있는 행복한교회(장로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대안학교를 나왔고, 중·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해 대학에 진학했다. 공 대표는 대학 시절 옥천에서 대전으로 통학할 땐 어려움이 있었지만, 차를 마련하면서 옥천 생활에 크게 불편함은 없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옥천에 청년들을 위한 실질적인 문화 인프라가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가게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대전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는 공다윤 대표. 과거 옥천에 진진빵집이 사라지면서 아쉬움을 느꼈던 이들 사이에 공 대표도 있었다. 그는 옥천에 빵집에 관한 갈증을 해소하고 이국적이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주는 빵집을 차려보겠다는 생각에 고민 없이 옥천을 선택했다. 그에게 청년 소상공인으로서 바라는 점이 있는지 물었다.옥송이 크로아상과 아이스 아메리카노.“옥천에 청년정책이 정말 잘 돼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 충북기업진흥원에서 청년 소상공인 창업응원금도 지원받았고요. 월세 지원은 올 하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옥천은 홍보가 필요한 지역이잖아요. 나름대로 SNS도 하면서 홍보하고 있고, 옥천군 홈페이지도 하루에 한 번씩 꼭 들어가 살펴보는데요. 지자체 차원에서도 상가 홍보에 도움을 주시면 청년 소상공인 입장에서 정말 좋을 것 같아요.”■ “휴무 없는 공유 만들어볼게요”베이커리 공유에 방문하면 크로아상 모양으로 그려진 로고를 만날 수 있다. 공 대표와 그의 동생이 연필로 직접 그린 그림이다. 디자인 업체에 의뢰하지 않고 손으로 그려 살짝 투박하지만, 옥천에 자립해가는 청년 창업가의 당찬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베이커리 공유는 조만간 홀 운영과 함께 배달도 병행할 예정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공다윤 대표가 입 모양으로 자른 빵을 들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8년 전부터 군북면 증약리에 살고 있는 공 대표는 창업하기까지 도움을 준 부모님과 가족, 지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저희 행복한교회 교인 분들이 물심양면으로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리고 인테리어 공사하는 동안 부모님이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희가 일요일 하루만 휴무였는데 월요일까지 급하게 늘렸어요. 빵에 들어가는 양송이랑 팥을 수급하러 다녀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쉬게 됐거든요. 현재로서는 매일 문을 여는 게 어렵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꼭 휴무 없는 베이커리 공유를 만들어볼게요.”음료 메뉴판.정문 앞에 '빵을 함께 나누는 공간'이라는 문구를 만날 수 있다.크로아상 모양의 공유 로고는 공 대표와 그의 동생이 직접 손으로 그렸다.주소: 옥천읍 신기2길 15-3 1층전화: 762-7066영업시간: 오전10시30분~오후7시매주 일요일 월요일 휴무인스타그램: @sharewithyou_bakerycafe베이커리 공유 라인업 

경제 | 윤종훈 기자 | 2024-04-05 15:25

이 집 특색 있다. 안남에서 수확한 들깨, 콩, 쌀을 쓰는 식당이다. 어디 사다 쓰지 않고 음식도 직접 다 한다. 건강한 지역음식을 선사하면서 지역경제 선순환에 이로운 구실까지. 이미 한 달 전부터 동네에선 ‘노식이네 칼국수’ 문 열었다며 소문이 금방 퍼졌단다. 안남은 집집마다 수저가 몇 개인지 다 알 정도라 하니 이 동네 주민 중에 이 집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터다. 주말엔 외지서 온 손님들도 찾는다는 식당, 여기는 칼국수전문점 ‘해와 달’이다.지난달 4일부터 안남면 연주리에 개업한 ‘해와 달’은 말 그대로 칼국수를 전문으로 다루는 식당이다. 멸치 육수에 명태머리, 새우 등을 넣고 시원 칼칼하게 끓인 칼국수(7천원)부터 콩가루가 들어가 고소한 맛이 나는 들깨칼국수(9천원), 소고기를 볶아 고명으로 올린 고기칼국수(8천원) 세 가지 맛이 있다. 여기에 새싹채소, 상추, 당근, 적양배추, 김에 비빔장과 참기름을 넣어 자연의 맛이 담긴 비빔밥(8천원) 또한 인기다. 물만두(4천원), 미니족발(1만원)은 별미다.지난달 4일 안남면 연주리에 개업한 칼국수 전문점 '해와 달' 전경. 가까운 거리에 안남공판장, 배바우손두부가 있다.식당에 들어서자 마치 카페를 떠올릴 만큼 깔끔한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구석구석 아기자기한 소품과 그림, 화초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이한 풍경도 보였다. 식당 매대 옆에 현재 창고 용도로 쓰는 철문으로 된 금고가 보였는데 알고 보니 개인이 하던 우체국 자리였다고. 지역에 유서 깊은 공간을 그대로 살린 셈이다. 꼼꼼한 인테리어 구성은 해와 달 송지숙(52, 안남면 종미리) 대표가 꾸몄다. 송 대표는 미산마을이 고향인 남편 전노식 씨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시골의 정이 있는 안남 칼국수집“동네 분들은 다 아실 거예요. 처음엔 다들 궁금하니까 엄청 오셨죠. 한 번씩 다 잡숴보고 가셨어요. 단체로 오실 땐 동태찌개나 삼겹살도 해드려요. 메뉴판에 없어도 동네 분들이니까 하는 걸 다 아시거든요. 상호는 낮에도 밤에도 항상 열려있는 점포라는 뜻으로 지었는데요. 다들 예쁘다고 하시더라고요. 실은 ‘상인일기’라고 김연대 시인이 쓴 시를 읽었거든요. ‘하늘에 해가 없는 날이라 해도 나의 점포는 문이 열려있어야 한다’는 시 내용이 딱 떠오르더라고요.”입식 테이블로 이뤄진 홀 내부. 과거 안남에서 우체국으로 쓰였던 이 식당에 가면 철문으로 된 금고를 만날 수 있다.카페처럼 아늑하면서 편안한 느낌을 주는 방 공간.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송 대표의 손길을 거쳤다.칠판 모양의 메뉴판과 함께 알록달록한 그림이 걸려 있어 이색적인 느낌을 준다.아침 7시30분에 나와 야채 씻고, 고기 볶고, 육수 끓이며 음식을 준비한다는 송지숙 대표. 그는 식당 장사가 처음이 아니었다. 대전 둔산동이 고향인 송 대표는 안남에 정착하기 전에 충남 논산에 있는 건양대 앞에서 한솥도시락을 7~8년 운영한 바 있다. 당시 대학생 손님들이 많았고, 단체 주문이 들어오면 하루 2~3시간 자고 새벽에 일어나 하루 몇백 개 음식을 포장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던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힘들지 않다고 돌아봤다.더군다나 안남에 식당 하면서 주위에 도와주는 분들이 많다. 시골마을에 있는 사촌형님, 선희 강사님, 경숙 언니를 빼놓을 수 없다. 언제는 식당 일로 바쁜 모습을 보고 그다음 날 찾아와 '점심때만 잠깐 도와줄게' 하셨다. 설거지 해주고, 음식 날라주고. 돈을 드리려 하면 '형제끼리 이러면 못 도와준다'고 그러신다.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시골의 정이란 게 있다. 점심 바쁠 땐 신랑이 주방에서 칼국수 끓이는 걸 돕는다. 지역에 맡은 일도 많고, 소밥도 줘야 하건만 시장도 봐주고 점심시간 지나면 자기 볼일을 보러 간다.들깨칼국수(9천원)와 물만두(4천원). 밑반찬으로 송 대표가 직접 만든 콩나물, 김치가 나온다.안남에서 수확한 들깨와 콩가루가 들어가 고소한 맛이 나는 들깨칼국수.■ 고된 삶에 찾아온 평화로운 안남7년 전 안남에 들어와 살게 된 사연이 있다. 하루도 안 쉬고 한솥도시락을 운영하다 그만두기 2~3년 전부터는 일요일에 쉬었다. 쉬는 날이 되면 신랑은 자기 고향인 미산마을을 꼭 찾았다. 토요일 저녁 안남에 가서 일요일 저녁에 논산으로 돌아오는 식이었다. 고향 친구들도 만날 겸 나름 힐링하는 시간을 가진 셈이다. 어느 날 그이가 고향에 가고 싶어 했다. 돈을 벌어야 하는데 어떻게 가냐며 처음엔 안 된다고 만류했다. 우연히 안남에 갔던 게 계기가 됐다.“친구들 깻잎 따는데 한 번 가보자 하더라고요. 그래서 갔더니 정말 평화로운 거예요. 사람들이 다들 해맑고요. 막상 와보니까 어려운 점들이 보였죠. 사람 사는 게 그렇잖아요. 그때 당시에 저는 맨날 전쟁 같은 데서 밥도 서서 먹는 둥 마는 둥 했거든요. 근데 여기 동네 분들은 일 끝나고 식당가서 밥 먹고 커피를 마시더라고요. 시골이 이랬었나 싶었죠. 저렇게 사는 게 사람이 사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요. 신랑한테 ‘괜찮을 것 같은데 가요’ 그랬죠.”새싹채소, 상추, 당근, 적양배추가 들어간 비빔밥. 송 대표가 직접 만든 비빔장과 참기름을 넣고 밥에 비비면 된다.촉촉하게 삶아진 물만두.■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안남스며들었다. 천천히 빠져들었다. 산과 강이 있고, 생태보존이 잘 되어 있는 안남이 어느 순간 익숙해지고 편해졌다. 이제 안남은 계속 살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생활개선회에도 참여할 만큼 지역사회에 녹아들었다. 지금은 두릅나무를 키우지만 안남면 청정리에 깻잎농사도 해보고, 옥천에 직장생활도 몇 년 했다. 그러다 팔이 안 좋아져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마침 비어 있던 이 자리가 눈에 띄었고, 식당 경험이 있으니 한 번 해보자 해서 시작한 일이었다.매주 화요일 금요일 저녁이 되면 안남면 다목적회관에 간다는 송지숙 대표. 그곳에서 회원 15명과 함께 줌바댄스를 한다. 거기서 총무직도 맡아 동네사람들과 즐겁게 지낸다고 한다. 안남엔 한반도 지형을 닮은 등주봉(둔주봉)이 있다. 하늘 높이 떠서 둥실둥실하다는 뜻으로 ‘둥실봉’이라 부른 적도 있다는 등주봉. 주말 나들이 겸 가족과 함께 안남 등주봉 등산도 하고, 걸쭉한 칼국수 한 그릇 맛보러 ‘해와 달’에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송지숙 대표는 식당에 찾아오는 동네 주민들과 지인, 아침 일찍 육수 끓여주고 소밥 주러 가는 남편 그리고 점심 때 식사하러 오셨다가 바쁜 시간 도와주는 사촌형님, 경숙 언니, 선희 강사님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저는 음식 조금 드리고 찝찝한 건 싫어요. 제 마음이 편하고 싶어서 아낌없이 주려고 하거든요. 예전에 도시락 할 땐 정량이란 게 있잖아요. 그렇게 해야 남으니까 어쩔 수 없었는데 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도 김치나 밑반찬은 무한 셀프로 주곤 했거든요. 그때 했던 버릇이 어디 안 가는 거죠. 김치나 콩나물 같은 밑반찬은 제가 직접 만들거든요. 안남에서 수확한 들깨, 콩, 쌀을 방앗간에서 사 와서 음식 만드니까요. 언제든 편하게 오셨으면 좋겠어요.”메뉴판. 왼쪽에 '안남에서 수확한 들깨, 콩, 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붙여져 있다.주소: 안남면 연주길 34전화: 010-2322-7727영업시간: 오전10시~오후8시매주 수요일 휴무

경제 | 윤종훈 기자 | 2024-04-05 15:25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다. 상이 가득 들어찬다. 반찬이 날마다 다르게 나오니 질릴 새가 없다. 이 집 좋아하는 손님들은 더 잘 안다. 식당 사장의 마음 씀씀이가 남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반찬도 맛있고, 식당 사장이 친절해 계속 찾아온다는 후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주고 싶어 못 사는 사람이란다. 엄마 성정을 빼닮아 퍼주는 스타일이라고.살짝 걱정도 들었다. 이렇게 반찬을 퍼주면 남는 게 있을까. 손님들은 좋을지 모르나 나름 식당 장사인데 말이다. 언제는 단체 회식을 온 손님 중에 한 사람이 물었다. ‘세상에 이렇게 주면 뭐가 남아요?’ 그러자 옆에 있던 한 사람이 그랬단다. ‘인심이 남잖아요.’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고 양순옥(59, 읍 금구리) 대표는 그 힘으로 대궐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문정리에 삼겹살, 막창, 한방오리백숙 등 여러 음식을 내놓는 대궐식당 전경. 가까운 거리에 우리꽃방, 명동칼국수가 있다.전화가 걸려오자 그는 단숨에 식당 매대 쪽으로 향한다. 벽면에 이달 식당 예약 현황을 적어놓은 화이트보드가 걸려 있었다. 비어있는 날이 없을 정도로 일정이 빼곡했다. 보드마카로 저녁 일정을 써 내려가는 모습이었다. 보통 부지런하지 않으면 하기 힘든 일이었다. 양 대표는 2022년 10월16일 옥천읍 문정리에 있던 대궐식당을 인수해 지금껏 식당 장사를 하고 있다.■ 친구들 불러 음식 해주던 게 취미“지난해 12월에는 엄청 바빴어요.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우리 식당은 예약 안 하고 그냥 오시는 분들도 많죠. 아는 친한 언니가 하던 식당을 인수했는데요. 여태 직장 생활만 하다가 처음으로 식당을 차렸어요. 전에 하시던 사장 언니 시댁이 대천리 대궐마을이에요. 그래서 대궐식당이에요. 그 전에 썼던 상호를 그대로 이어서 한 거예요.”대궐식당 양순옥 대표가 단체예약 전화가 걸려온 뒤 화이트보드에 일정을 적고 있다.식당 초기에는 점심, 저녁 장사를 하다가 지난해부터 저녁 장사만 하고 있다는 대궐식당. 양 대표는 진수성찬과 같은 반찬들을 준비하려고 아침 9시에 출근한다. 대궐식당은 삼겹살(200g, 1만3천원), 막창(200g, 1만1천원), 한방오리백숙(6만원) 등이 인기 메뉴다. 메뉴판에는 없지만 찾는 손님들이 있으면 묵은지쪽갈비찜, 물족발, 닭발도 만들어놓는다.고향은 화북댐이 들어서며 수몰지역이 된 경북 군위군(현 대구시 군위군). 옥천에 온 지 어느덧 34년이 됐을 만큼 그는 옥천이 제2의 고향과 다름없다. 어디 떠나지 않고 옥천에 계속 살 거라고 그랬다. 양 대표는 옥천서 직장생활만 15년 넘게 했다. 카프코에서 10년, 비에스실텍에서 5년 8개월을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부장이 퇴사를 만류할 만큼 직장에선 일 잘하는 똑순이였다.앙순옥 대표는 옥천서 15년 넘게 한 직장생활을 뒤로하고 재작년 말 대궐식당을 인수했다. 양 대표는 직장 다닐 때 지인들을 집에 초대해 식사를 대접할 만큼 음식 솜씨가 좋았다고 자부한다.“회사 퇴근하면 집에 친구들을 불러 음식 해 먹이는 걸 되게 좋아했어요. 다 먹고 치우면 자정이 되더라고요. 그러고 아침에 출근했죠. 그런 걸 자주 했어요. 그러더니 어느 날 지인들이 ‘식당을 한 번 해보라’ 그러는 거예요. 반찬 솜씨가 좋으니까요. 우리 여동생도 20년 넘게 식당을 하고 있고요. 엄마도 음식 솜씨가 좋으셨거든요. 집안 내력이 있나 봐요.”■ 1년이 지나도 오고 싶은 식당철이 일찍 들었다. 어렸을 때 엄마가 밭매면 도와주고, 콩밥 매고, 장독대 닦고, 일을 억세게 했다. 옥천서 직장생활 할 때도 그 성격 어디 가지 않았다. 퇴사한다고 말했을 때 회사에선 붙잡았다. 그래도 식당으로 밥 벌어먹고 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점심장사 할 적엔 아침 7시30분에 나왔다. 그땐 낮 반찬, 저녁반찬 다르게 나갔다. 몸에 무리가 왔을까. 어느 순간 팔에 엘보가 왔다. 그래서 저녁장사만 하게 됐다.주변에 도와준 이들이 많았다. 생일날이 되면 사람들이 ‘개업집 같다’고 할 정도로 꽃바구니에 화환들이 식당에 가득했다. 열심히 산다고, 안쓰럽다고 도와줬다. 주방에 노래 틀어놓고 신나게 일하라고 노래 기기도 사다 준 분도 있었다. 감사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잘 살려면 남들 놀 때 같이 놀면 안 됐다. 오래 가는 것엔 진심이 있다. 그 진심을 알아본 손님들의 증언이다.삼겹살을 주문하면 상에 반찬들이 가득 들어찬다. 양 대표는 팔이 닿지 않는 손님들을 배려해 반찬을 양쪽에 나눠 제공한다.칼집을 내서 나오는 두툼한 삼겹살. 육즙이 빠지지 않고 고기가 빨리 익도록 돕는다.“우리는 매일 저녁을 여기서 먹어요. 음식이 정말 맛있거든요. 매일 먹으면 질리는데 메뉴를 바꿔서 나오니까요. 반찬도 이렇게 나오는 데가 없죠. 가성비가 짱이에요, 짱. 손님들도 자기가 야채 키운 걸 가져다주거든요. 그걸 양념 버무려서 전부 다 주는 겨. 그런 정을 느껴본 지가 참 오래됐어요. 방송국에서도 연락이 왔데요. 근데 안 한다고 그랬어. 지금도 손님이 많은데 더 많아지면 매일 오시는 분들에게 소홀히 한다고요.”“밥을 밖에서 사 먹거든요. 그럼 매일 고민인 거야. 어떨 땐 달력에다 식당 이름을 적어놓고 던져서 뽑힌 데를 가요. 그게 하루 이틀이지, 1~2년 지나 봐요. 생각보다 먹을 데가 별로 없어요. 그런데 여긴 1년째 오거든요. 그때가 식당 개업하고 점심 장사할 때여. 우연히 밥 먹으러 왔는데 간장에 쌈 싸먹는 김 있잖아요. 그걸 먹는데 정말 맛있는 거야. 1년이 지났는데도 여기 식당 음식은 안 질려요. 가족 단위, 단체 손님들이 많이 와요.”대궐식당의 비밀병기는 바로 '묵은지쪽갈비찜'.한방오리백숙(6만원).두툼한 크기를 자랑하는 막창.■ 장사 접기 석 달 전 이루고 싶은 꿈성격이 활달해 모임을 좋아한다는 양 대표는 지역사회에 소속된 단체들이 꽤 있었다. 마중물, 효두레, 아이코리아 그리고 그가 부회장으로 있는 옥천다드림봉사단에서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식당 장사하면서 봉사활동을 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회사 다닐 때 봉사할 시간이 없었기에 이제라도 봉사하면서 살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고 한다.식당 할 무렵부터 참여했다는 옥천다드림봉사단. 지난 2월3일에는 옥천다드림봉사단 회원들이 대궐식당에 모여 떡국떡 50인분 밀키트를 포장해 어려운 이웃에게 나눴다. 지난해 5월20일에는 다드림봉사단 회원과 옥천읍여성자율방범대 대원들과 함께 대궐식당에서 어르신들에게 잔치국수를 대접하며 ‘작은 효 잔치’를 벌였다.양순옥 대표는 지난 2월 대궐식당에서 옥천다드림봉사단(회장 이경자) 회원들과 함께 떡국떡 50인분을 밀키트로 만들어 어려운 이웃에게 나눴다. 양 대표는 현재 옥천다드림봉사단 부회장을 맡고 있다. (사진제공: 양순옥)“제 소원이 장사 접기 3개월 전에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국수를 대접하는 거예요. 아침에 식당 오면 할머니들이 지팡이 짚고 쓰레기를 주워요. 그 모습을 보고 진짜 내가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여기 와서 국수를 안 드셔보신 분들이 없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꼭 하고 싶어요. 그 꿈을 경자 씨(옥천다드림봉사단 회장)에게 말하니까 자리를 제공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작년에 어르신들 모셔서 잔치국수를 드리게 된 거예요.”식당 운영하면서 야채 값이 날이 갈수록 오르고, 물가가 계속 오르는 게 부담이었을 터다. 그럼에도 양 대표는 씀씀이를 아끼지 않는다. 청양고추 1kg에 2만원을 상회해도 매일 한 봉지를 다 쓴다. 남들은 아까워서 안 준다고 할지 몰라도 두 개 달라면 3~4개를 준다. 반찬 포장 좀 하고 싶다고 하면 기꺼이 나눠준다. 남는 건 없을지 몰라도 인심은 오래도록 남기 때문이다.양순옥 대표는 식당을 인수한 뒤 몇 개월간 주방 일에 적응하라고 도와준 지인들에게, 변함없이 대궐식당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전에 대궐식당 하던 사장언니가 제일 고마운 언니예요. 그리고 전 사장 친구 언니가 여기 알바를 해줬어요. 3~5개월 같이 일했거든요. 식당 인수하고 한 5개월 동안은 저까지 4명이 일했어요. 적응하라고요. 처음엔 힘들었어요. 못 하겠다고 했거든. 그래도 언니들이 해보라고 힘을 주셨어요. 대궐식당 손님들에게도 항상 감사한 마음이에요. 우리 식당 찾아주셔서 고맙고 감사하죠. 제 힘이 닿는 데까지 맛있는 음식으로 보답하고 싶어요.”홀 내부. 저녁 장사만 하는 대궐식당은 예약을 권하고 있다.대궐식당 한쪽에 단체손님을 위한 방 공간이 마련돼 있다.메뉴판.이전 사장의 시댁이 대천리 대궐마을이라 이름 지어진 대궐식당 입간판.주소: 옥천읍 문장로 66전화: 733-7275, 010-4109-8275영업시간: 오후4시30분~9시 (예약을 권함)매월 둘째 넷째 주 일요일 휴무

경제 | 윤종훈 기자 | 2024-04-05 1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