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옥천3]'니들이 옥천을 알어?'
 이카루스
 2003-01-20 10:30:20  |   조회: 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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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에 문제가 생겨서 후속 글이 좀 늦었습니다. 죄송하구요, 우선 지금까지 제가 [비전옥천] 1,2를 통해 드린 말씀부터 요약해 보겠습니다.

'옥천은 지금 여러 규제를 받고 있으며 규제의 강도가 날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현실이 그런 걸 어떡하겠는가. 그러니 규제를 조금이라도 완화시키려는, 또는 어떻게든 빈틈을 찾아 어찌해 보려는 노력같은 것은 이제 그만두고 현실을 받아들이자. 그리고 그 현실을 바탕으로 다시 판을 짜보자. 내 생각으로는 발상을 조금 전환해서 이참에 아예 옥천을 전국에서 가장 청정한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며 또 다른 지역과의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는 길이 아닌가 한다' - 이런 내용인데,

예상대로 '그럼 옥천주민들은 흙파서 먹고 살란 말이냐'는 반응이 나오더군요. 며칠 전에는 심지어 저도 낀 술자리에서 어느 후배가 '이카루스가 어떤 놈인지 그놈이 옥천을 다 망칠려고 한다'고 별별 욕을 다 해가며 흥분하는데(온에서의 제 아이디가 이카루스라는걸 몰라서라고 이해는 합니다만) 기분이 참 꾸리꾸리 하더군요 ^^

그런데 잘 생각해 봅시다. 정말 규제를 강화해서 옥천을 청정지역으로 만들면 옥천이(옥천주민이) 더 못살게 될까요? 오늘은 그 파급효과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옥천'이라는 도시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다.

제가 지금까지 말한대로 옥천이 '환경보호를 넘어 아예 환경복원에 나서겠다'며 기존의 규제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조례를 바꾸고, 그걸 하나씩 시행해 나간다고 가정해 봅시다. 언론과 국민들의 반응이 어떨까요? 뭐 난리까지는 아니더라도 굉장한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겠지요. 왜냐? 지금까지 청정지역이라며 환경을 상표로 내세우던 다른 도시들과는 확실한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소위 '청정도시'니 뭐니 자랑해 왔던 도시들, 솔직히 자기들이 만들고 싶어서 그렇게 된게 아닙니다. 정부에서 강제로 시키니까 울며 겨자먹기로 규제를 지키다보니 순전히 '어떡수'로 그렇게 된거지요. 무슨 철학이 있어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슨 특출난 전략적 발상에 의한 것도 아니고.....그러다보니 겉으로는 환경을 내세우며 청정도시라고 선전은 하면서도, 지금까지 옥천이 그랬던 것처럼 속으로는 어떻게든 규제나 법망을 피해 환경을 훼손하려고(개발을 통한 지역발전을 꾀하려고) 호시탐탐 틈만 노리는 위선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겁니다. 이런 속셈, 내놓고 말은 안해도 정부는 물론이고 언론이나 국민들이 훤히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옥천은 거꾸로 개발은 고사하고 기왕 있는 공장도 옮기도록 하는 등 기존의 규제보다 오히려 더 쎈 규제를 그것도 제 손으로 만들어 지켜나가겠다는 얘기거든요. 이거 다른 도시들과는 극과 극의 차이가 나는 겁니다. 타율과 자율의 차이지요. 대한민국에 아직까지 이런 도시는 없었어요. 주목 받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거지요.

이런 차별성 때문에 '조례를 제정해서라도 규제를 더 강화해서 환경보호를 넘어 환경복원에 나서겠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순간부터 옥천은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국민들의 뇌리에 옥천은 '국내에서 가장 청정한 도시'로, 그리고 옥천주민들은 '전국에서 가장 의식이 앞선 사람들'로 각인되는 겁니다. 우리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매커니즘이 원래 그렇게 되게 돼 있어요. 옥천주민들, 어딜 가더라도 자신있게 '니들이 옥천을 알어?'라고 자랑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겁니다.(홍보비를 수십억원 아니 수백억원을 쏟아 부어도 사실 이정도 홍보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농업이 일어선다

이제 '옥천이 홍보 된다고 밥이 나오느냐 술이 나오느냐?'고 하실 분이 계실텐데요, 당근! 밥도 나오고 술도 나옵니다. 일단 전국에서 제일 청정한 도시로 국민들에게 인식되면(홍보가 이루어지면) 이제 옥천에서 나오는 생산품은 그게 뭐가 됐든 '청정도시 옥천'이라는 이미지에 힘입어 자동으로 고객들의 선택을 받게 되는 겁니다. 우리가 어떤 상품을 살때 잘 모르는 메이커보다는 친숙하고 귀에 익은 메이커, 또 그중에서도 신선한 이미지를 가진 회사에서 나온 제품을 선택하는 거랑 같은 심리인 거지요.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산업은 아무래도 친환경' '신선함' '깨끗함'같은 이미지와 맞아 떨어지는 농업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옥천이라는 도시의 인지도(그것도 청정도시라는)가 높아지면 굳이 별도의 홍보를 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옥천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소비자들이 무주같은 청정이미지가 있는 도시에서 난 농산물을 다른 지역산보다 선호하는 걸 떠올려보시면 이해가 갈 것입니다) 이정도만 돼도 사실 큰 성공이 되겠지요.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좀 부족합니다.

다른 지역 농산물과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앞 글에서 말씀드렸듯 손실분을 보전해 주면서라도 우선 군내(하다못해 한두개 면이라도) 모든 농가를 무공해 농업으로 유도해야 합니다. 그러면 이게 이제 '청정도시 옥천'이라는 이미지와 만나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게 됩니다. 옥천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이 '전국에서 가장 청정한 지역에서 생산한 순수 무공해 농산물'로 인식되면서, 다른 지역 것보다 값이 좀 비싸도 소비자들이 망서리지 않고 집어드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방정맞은 생각인지는 몰라도 심지어 없어서 못파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지요.

-농업이 옥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정확히 인식해야

여기까지 읽으신 분 중에는 '농민만 벌어먹고 그럼 장사하는 사람이나 다른 주민들은 다 굶어 죽으라는 말이냐' 뭐 이렇게 말씀하실 분이 계실 텐데요, 그건 옥천 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과 옥천의 경제 유통의 매커니즘을 잘 모르고 하시는 말씀입니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농업은 옥천에서 세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첫번 째는 농업이 옥천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위치입니다. 농업은 옥천군 총생산 중 40 - 5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입니다. 달리 말하면 옥천 전체가 버는 돈의 절반 가량을 농민들이 번다는 얘기지요.

두번째는 경제적 역할. 아시다시피 농업수입은 거의가 대도시 등 다른 지역에서 벌어들이는 돈입니다.(옥천에서 직접 소비되는 것은 극소량에 불과합니다) 읍내 상인들? 다 옥천사람 상대로 장사하는거지 다른 지역 사람들 상대로 장사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요. 농업이 군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40-50%)으로 볼때, 결국 이건 농업이야말로 다른 도시에서 돈을 벌어 옥천으로 유입시키는 거의 유일한 통로라는 의미인 것입니다.(바로 다음에 말씀드릴 경제적 가치로 볼 때 그렇다는 얘깁니다) 국가로 친다면 가장 많은 수출실적을 올리는, 그야말로 효자산업인거죠.

이거 참 중요한 얘긴데요, 돈은 안에 있는게 전분데 농민들이 밖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없이 옥천 안에서만 서로 소비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제 살 파먹기'가 되어 몇 달 가지도 않아 옥천 다 거덜납니다. 국가 경제나 지역 경제나 기본 원리는 똑 같은 겁니다. 정부에서 세금도 깍아주고 여러 혜택도 줘가면서 수출을 장려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지요.

세번째는 경제적 가치. 농민들은 이렇게 번 돈을 고스란히 옥천에서 소비합니다. 이걸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옥천에서 이루어지는 소비의 절반 가량이 농민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지요.(인구 대비, 생산성 대비) 요즘 '상권을 대전으로 빼앗기고 있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는데, 시간도 없고 돈도 아까워서 농민들은 대전까지 가서 돈 쓰는 일 거의 없습니다.

이 세가지 의미는 농업이 옥천 경제의 거의 전부라는 것을 잘 설명해 줍니다. 한마디로, 농업이야말로 옥천 경제의 알파요 오메가인 것입니다. 물론 농민들이 잘 살게 됐을 때 파급될 경제적 효과는 그게 다가 아닙니다.

-옥천의 경제 유통의 매커니즘

자, 그런 농민들의 수입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요? 그렇습니다. 농민들이 자장면도 더 많이 사먹고 신발도 더 많이 사신고 옷도 더 많이 사입겠지요. 그럼 당연히 자장면집 신발집 옷가게주인은 또 장사가 잘된 만큼 술이나 돼지고기도 많이 먹고 마눌님 화장품도 많이 사주고 아이들 용돈도 많이 주고 뭐 그럴테고, 그럼 음식점 화장품가게 장난감가게 오락실도 잘될테니 이분들은 또 잘 된만큼 다른 곳에 소비를 하게 되고........이런 식으로 소비의 연쇄반응이 일어나 지역 상권이 살아나게 되고, 덩달아 지역경제까지 살아나게 되는 겁니다. 농민들이 잘 됨으로써 옥천이라는 도시 전체가 다 잘 살게 되는 거지요. '큰손' 장영자 말마따나 '경제는 유통(또는 회전)'이거든요.

말이 나온 김에 한가지 짚고 넘어 간다면, 상황이 이런데도 옥천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은 농민들이야 죽건 말건 나몰라라 하면서 상권회복 타령만 하고 있지요. 이거 본말이 전도된 겁니다. 인구 수로나 수입으로 볼 때 농민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렇게 큰데 농민들이 못살면 무슨 장사가 되겠어요? 포항의 경기는 포철이 잘돌아가느냐 않으냐가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옥천 경기는 농민들 수입에 의해 결정되는 겁니다. 이런거 모르고 상권타령이나 하는 건 다 공염불이에요.

앞으로 그 얘기도 나오겠지만 인구유입 문제도 그래요. 지금같은 식으로 해서 과연 얼마나 인구가 유입될지도 사실 의문스럽지만, 많이 봐줘서 설사 몇년 사이에 몇백명 쯤 들어온다고 칩시다. 인구의 반을 차지하는 농민들의 수입이 줄어들면 그깟 인구 몇백명쯤 유입된다고 옥천 상권이 살아 날까요? 히딩크 말마따나 기초체력이 부실하면 뭘 해도 소용없는 법입니다. 따라서 장사하시는 분들, 인구유입에 따른 상권회복 타령만 하시지 말고 농민들 무슨 시위같은 거 할때 같이 참석해서 좀 거들어 주고 해야 하는 겁니다. 그게 바로 상권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에요.

-또 다른 기회들

말이 옆으로 좀 샜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돌아와서, 물론 농민들의 소비에 의지하는 소극적인 방법만 있는건 아닙니다. 일단 옥천이 '청정도시'로 홍보만 되면 무궁무진한 사업거리와 기회가 생깁니다. '옥천'이라는 브랜드를 이용해서 장사를 할 수도 있고 또 많은 관광객을 상대로 무슨 사업을 벌일 수도 있고(틈만 나면 어디 놀러갈 곳 좀 없나하고 들썩거리는 사람이 200만이나 불과 30-40분 거리 내에서 항상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아무튼 많은 사업기회가 생기게 되는 거지요.

어디 그것 뿐입니까? 기존에 하던 사업을 약간 바꾸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정도시'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옥천에서 나는 무공해 농산물(축산물 포함)만 사용하고 화학조미료 같은 건 일체 사용하지 않는 완전 무공해 음식점이 생긴다고 가정해 봅시다. 소문듣고 찾아온 대전 손님들로 아마 문전성시를 이룰 겁니다. 더구나 이게 한두집이 아니라 특정 지역이나 구역, 아니 아예 군내 모든 음식점이 그렇게 한다면, 이제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관광자원이 되어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와서 돈을 쓰고 갈 것입니다. 그럼 다시 그에 관련된 장사들도 잘될테고..... 뭐 이런 식의 파급효과가 또 생겨나겠지요.

-보이지 않는 기회들

눈에 보이는 경제적 효과만 있는게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또는 경제 외적 효과는 더 대단할 겁니다. 옥천신문에 난 걸 보니 노무현 당선자도 환경부담금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주겠다고 공약했던데, 여기다 옥천이 다른 도시와는 달리 자율적으로 환경 복원에 나서겠다고 하면 협상시 훨씬 유리한 지점에서 여러가지 요구를 할 자격을 획득하게 되는 겁니다.

이건 노당선자 뿐 아니라 환경부 교육부 행자부를 비롯한 정부 모든 부처, 그리고 대전시 충북도 심지어 수자원 공사까지 다 그렇습니다. 부담금이나 각종 예산의 증액은 물론이고, 웬만만 하면 옥천이 요구하는 건 들어주지 않을 도리가 없는 거에요. 심지어 자기들이 먼저 뭐 해 줄 것 없겠느냐고 물어오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환경뿐 아니라 지역발전의 독특한 시범사례가 되기 때문이지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행정수도 일부 유치문제나 학군문제도 이런 연장 선상에서 연구하면 응용하기에 따라 의외로 쉬운 길이 나올 수도 있는 겁니다.(계속)
2003-01-20 10:3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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