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2004년까지 MD 배치 명령
 정욱식 기자
 2002-12-23 11:30:18  |   조회: 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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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2004년까지 MD 배치 명령
2003년 한반도 위기설 관련해 주목해야

정욱식 기자 civil@peacekorea.org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04년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방어체제(MD) 배치를 시작하라고 명령했다고 12월 17일(미국 시간)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은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에 2004년까지 우선 10기의 요격 미사일을 배치하고 2005-6년에 10기를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 국방부는 MD 예산을 86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영국과 덴마크에 MD용 레이더 기지 사용을 요청해 놓은 상태이다. 최근 영국과 덴마크는 MD용 레이더인 X-band 레이더의 자국 내 건설 문제를 놓고 첨예한 국내 정치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북부 요크셔에 있는 필링달레스 기지 사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덴마크에서는 지난 12월 3일 사민당-좌파당 연합이 지난 1951년 미국과 체결한 '미국의 그린랜드 지역에 대한 군사기지 사용권'의 개정을 들고 나와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미국이 그린랜드에 X-band 레이더를 건설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미국은 동북아 지역의 X-band 레이더 건설 후보지역으로 한국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미국이 ICBM을 요격할 수 있는 MD를 실전 배치하는 것은 '스타워즈'라고 불리는 레이건 행정부의 전략방위구상(SDI) 발표 이후 20년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이러한 부시 행정부의 발표는 9.11 테러 이후 미국 및 국제사회의 관심사에서 멀어졌던 MD에 대해 또 한차례의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기술적인 결함을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하는 MD 실전배치에 대해 미국 내의 비판적인 여론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더욱 중요하게는 그동안 MD 배치를 반대해온 러시아와 중국의 반발 역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미국이 MD를 추진하는데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가장 큰 근거로 제시해왔다는 점에서, 북한의 대응 역시 주목된다. 북한은 미국의 MD를 패권주의의 발로라며 미국이 MD를 통해 북한을 선제 공격하려고 한다는 의구심을 가져왔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보유한 미국이 상대방의 보복 공격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MD를 배치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덜고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은 적국에 대해 '선제공격' 전략을 공식화한 상태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MD가 공격용, 방어용 무기체계의 군비경쟁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위협론'과 MD

흥미로운 점은 부시 대통령의 MD 실전배치 명령이 북한 핵 파문과 미국의 북한 미사일 수출 선박 나포 사건 직후에 나왔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MD체제의 실전배치 발표 시기는 북한이 비밀리에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을 하고 있다는 의혹 및 미사일 수출과 관계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동시에 부시 대통령이 MD를 추진하면서 "북한이 위협 가운데 하나"라고 상기시키면서 MD가 북한 미사일에 대처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북한위협론'을 전면화시키면서 MD 구축을 비교적 순조롭게 추진해온 것은 사실이다. 부시 행정부는 출범 직후 MD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북한과의 미사일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부시 행정부는 2001년 7월 11일 전세계의 미국 대사관에 'MD 지침서'를 보내 각국을 설득하는 논리를 제시한 바 있다. 이 지침서에서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미사일이 가장 큰 위협이라고 강조하면서, 탄도미사일방어(ABM) 조약 때문에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MD 배치가 불가능하다며, ABM 조약 파기의 당위성을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부시 행정부의 태도를 두고, 미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부시가 MD 구축을 합리화하기 위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보존'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9.11 테러 이후 국제사회의 관심이 MD에서 멀어지면서, 부시 행정부는 ABM 조약 탈퇴, 지상 및 해상 MD 실험 강행, 공중 및 우주 MD 추진 발표 등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중요한 두 가지 과제, 즉 한국, 일본 등 동북아의 동맹국들과 유럽 동맹국들을 MD에 포섭하고, 기술적인 결함이 극복되지 않았더라도 조기에 MD를 실전배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져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핵 파문과 미사일 수출 나포 사건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10월 초 북미간의 특사회담에서 미국에게 유리한 부분만을 짜깁기해서 '북한의 비밀 핵개발 시인'을 발표하고, 이에 대한 근거제시도 없이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기정사실화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뻔히 북한 선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국제법 위반을 무릅쓰고 예멘으로 향하던 북한의 미사일 수출 선박을 나포함으로써 "미사일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정치적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부시 행정부는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유럽과 동북아 동맹국들에게 "이제 미국의 MD 열차는 떠난다. 열차를 같이 탈 것인지 빨리 결정하라"며 노골적인 압력을 행사해, 영국과 일본으로부터는 사실상의 참여 약속을 받아냈다. 또한 미사일 위협이 임박한 것처럼 강조하면서, MD의 여러 무기체계들이 기술적인 결함을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없는 것보다는 낫다"며 생산과 실전배치를 강행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북한의 핵파문이나 미사일 수출 나포 사건이 없었더라도, 부시 행정부는 동맹국 포섭 및 MD 실전배치를 강행하려했겠지만, '북한위협론'을 근거로 반발을 잠재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2003년 위기설과도 연관돼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이 북한의 핵, 미사일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기를 거부하면서, MD 등 군사력 강화의 명분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다. 즉,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 미사일 등 이른바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풀 경우, MD 구축을 비롯한 군비증강의 가장 큰 근거 하나를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계속 갖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라크 문제가 어떻게 해서든지 풀리면, 부시 행정부는 더욱더 '북한위협론'에 의존할 것이라는 점 역시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또 한가지 문제는 부시의 MD 구상에서 북한위협론은 단순히 '명분' 차원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미국은 알래스카에 지상 MD의 실전배치에 앞서, 중단거리 미사일 요격용으로 패트리어트 최신 개량형인 PAC-3의 생산량을 대폭 늘리고, 내년부터 한반도와 중동 지역에 배치할 예정이다. 또한 알래스카 배치 ICBM 요격용 MD 역시 1차적으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을 위한 것이라고 미 국방부는 밝히고 있다.

핵, 미사일 등 북미간의 첨예한 문제가 갈수록 곪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선제공격 전략을 공식 채택한데 이어, 내년부터 한반도에 MD 배치에 나설 경우 한반도 정세는 더욱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PAC-3 배치 계획은 94년 위기 당시 미국의 북폭 계획을 추진하기에 앞서 패트리어트부터 배치한 사례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2002-12-23 11: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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