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온타워 매입 논란을 보면서
 허허
 2019-11-14 08:44:59  |   조회: 3729
첨부파일 : -
옥천군의 ‘가온타워 매입 후 복지타운 조성’ 계획 문제로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찬성·반대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만, 이 사안은 조금 다른(그러나 가장 중요한) 측면에서 살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옥천군은 현재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라는 3겹의 거센 파도 한가운데 떠있는 형국입니다. 인구는 점차 감소하고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될 것입니다. 기업유치를 통한 인구증가는커녕 있는 기업들마저도 일자리를 줄이고, 이로 인해 인구의 이탈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이미 인구소멸위험지역에 진입했다는 둥 각종기관들의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각종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옥천 영동은 앞으로 50~60년 후, 보은은 그보다 훨씬 빠른 30년 후 인구감소로 인해 도시 자체가 소멸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편, 제가 2017년 7월 이곳 여론광장에 공개한 ‘옥천군인구문제 고찰’과 ‘옥천군 장래인구구조변화 예측’이라는 조사자료에 의하면, 현재와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20년 후인 2040년경에는 옥천군 인구가 3만명대로 줄어들고, 40년 후인 2060년경에는 1만명 미만으로 감소되면서 ‘사실상’ 소멸을 맞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게시번호 15551 ‘옥천군인구문제 보고서’ 참조) 즉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의 처지와 비슷하다는 얘깁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옥천의 생존’을 다른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두어야 합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의 경우, 적극적인 연명치료를 받는 한편으로 지나간 인생을 정리하고 또 남은 생을 조금이라도 더 알차게 보낼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우리 옥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미래가 이미 정해진 상황에서는 모든 계획이 그 ‘정해진 미래’를 바탕에 두고 세워져야 합니다. 즉 앞으로는 ‘인구감소로 인한 옥천소멸’을 기정사실로 못박아두고, 모든 계획을 인구감소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한편 남은 주민들이 최대한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영위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설계해야 하겠지요.

옥천처럼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로 허덕이는 도시들에게 국내외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제시하는 대책이 ‘압축도시’입니다.(위에서 말씀드린 제가 작성한 보고서에서도 ‘다운사이징’이란 개념으로 짧게 설명 드린 바 있고, 옥천신문도 2018.11.22.자 ‘[기획- 지역소멸,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7)]발상의 전환, 도시 활력 불어넣다’ 기사를 통해 소개한 적이 있더군요) 옥천 같은 소도시 읍면의 경우, 외곽지역으로의 확산을 억제하고 원도심지 반경 300~500m 도보권 안에서 주거 행정 상업 업무 편의 복지 등 모든 생활이 가능하도록 집중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모든 기능이 한 곳에 집중되면 우선 주민들의 생활 편의성이 높아져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됩니다. 출퇴근도, 먹고 마시고 노는 것도, 장보는 것도, 민원서류 떼는 것도, 병원 가는 것도 전부 마실 다니듯 다니며 할 수 있거든요. 사람들이 모이므로 공동체가 살아나고 상권도 활성화되겠지요. 버틸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는 겁니다. 특히 이런 압축도시는 지자체로 하여금 끝까지 버틸 수 있도록 여력을 주게 됩니다.

인구가 절반으로 준다고 도로 교통 상하수도 전기 통신 등 공공서비스까지 절반으로 줄일 수는 없습니다. 인구가 줄어 지방세수는 쪼그라드는데 공공서비스는 유지시켜야 한다? 그런 도시는 인구가 소멸되기도 전에 먼저 망하고 말겠지요.

이런 전문가들의 관점으로 본다면 도심공동화를 막기 위해 앞으로 옥천군에서 설치하는 모든 행정·공공·복지·편의시설은 반드시 원도심 내에 위치하도록 하는 한편 신축도 최대한 억제하는 게 맞습니다. 불과 10~20년 사용하자고 수십 수백억을 낭비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같은 이유로 문정리 행정타운 조성계획도 향후 정밀한 재검토가 필요하고, 지금 얘기되고 있는 복지타운 역시 원도심 내에 집중시켜야 합니다.

특히 시니어클럽 등 일부 단체의 급박한 상황, 또 위에서 말한 보고서의 현재 30%미만인 노인인구 비율이 앞으로 급격히 늘어 2030년대 중후반에는 50%를 상회할 것이라는, 즉 지금으로부터 불과 15~16년 후에는 주민 2명 중 한명이 노인이라는 내용을 염두에 둔다면 시효성 접근성 편의성 등 면에서 가온타워가 가장 적합한 장소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도심 내에서 그만한 건물을 찾을 수도 없으려니와, 땅을 사서 새로 짓는다 해도 원도심 내에 그만한 땅이 있을지, 있더라도 매입해서 설게해서 건물 올리고 하는데 어느 세월에 완성될지, 결정적으로 과연 신축억제라는 원칙을 깨는 것이 맞는 방향인지 등등 모든 것이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일부 교통혼잡이나 주차문제 등 문제점을 거론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충분히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세상에 완벽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모든 일이 다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며, 우리가 할 일은 그 중 어느 것이 미래지향적이고 트랜드에 부합하며 현 시점에서 가장 적합한 것인가만 선택하면 됩니다. 솔직히 저는 지금 가온타워 매입 반대하시는 분들의 논리를 살펴보고, 또 불과 7~8개월 전 그분들이 가온타워보다 훨씬 열악한 조건인 축협건물을 매입하여 복지타운을 조성한다고 했을 때 반기던,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떠올려 보면 혼란스럽기까지 합니다.


사족 : 사실 이 압축도시, 어렵고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 하나도 없습니다. 옥천군에서도 이미 몇 년 전부터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이니 도시재생사업이니 하는 명칭으로 압축도시의 전 단계 사업이 진행되고 있거든요.(명칭이 다르다보니 개념까지 혼선이 생겨서 그렇지 잘 들여다보시면 원도심지 활성화를 위해 모든 기능을 집중시킨다는 방향과 내용이 동일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이런 사업들을 통해 일단 거점을 마련해두고, 앞으로 그 거점으로 사람들이 모여들도록 유도하겠다는 복안인 것이죠. 진보 보수를 떠나 모든 정권이 인구문제를 대단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인구감소 대비 정부의 특단의 사업인 이런 범국가적 시책에 대해, 불과 몇십년 후 소멸된다는 옥천군이 앞장은 못설망정 역행해서야 되겠습니까.
2019-11-14 08:44:59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나그네 2019-11-14 11:03:47 220.xxx.xxx.241
지나가다 한자 끄적여 봅니다.

위 내용은 제가 이해하기 너무 심오한 내용이군요.

저는 가온타워에 대해 다른 접근을 했었는데요.
왜 굳이 이 시기에?
가온타워가 세워진지 얼마 되지 않아 옥천군이 매입하는 이유는?

옥천군청에서도 복지타운에 대한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을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전에는 부지매입이라던가 어떤 문제에 봉착을 해서 진행이 안되었던건지?

실제로 부지매입을 하고 건축비등 실질적인 건설비용등을 계산하였을때
신축보다 가온타워를 매입하는것이 비용절감이 되는지?
저는 반대 일거라고 생각합니다.

파는사람 입장에서는 프리미엄 붙여서 팔고 싶어 하는게 당연하기때문이겠죠

어쨌든 어떤 의심이나 의심을 살만한 행동에 대해서 적극 해명하고 진행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주미니 2019-11-20 11:40:04 220.xxx.xxx.154
나그네님이나 허허님보시오님은 결국
뚜렷하고 확실한 근거나 증거는 없지만 조금 이상해 보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말씀이네요.
그런식이라면 무슨 일이든 말이 되건 안되건 일단 의혹을 만들어서라도 의혹제기를 할 수 있을테고
그런 의혹이 있을 때마다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면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
저는 허허님의
급한 일은 일단 진행시키고 의문스러운건 그것대로 처리하자는 말씀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