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신문

옥천의 자랑, [조선바보(www.mulchong.com)] 게시판에 재미있는 글이 실렸더군요. 뉴욕변호사라는 분이 쓴 '멀리서 본 한국언론과 언론인'이라는 글이 그것인데, 이 분은 한국의 기자들을 아예 생산자(취재원)과 소비자(독자) 사이에서 여론을 조작하고 이문을 챙기는 '악덕 중간상'으로 표현을 했더군요. 특히 "한국사회의 기자는 정치인(관료)들이 모시고 다녀야 하는 상전"이라는 귀절과 "미국의 기자들은 대통령(취재원)을따라다니지만 한국의 대통령(정치인, 관료)들은 기자들을 모시고 다닌다"는 귀절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번 주 옥천신문의 '옥천 엿보기'에서 군수님의 일본방문에 동행하는 중부매일의 박익규기자에게 당부한 글을 보고 문득 그 글이 떠올랐습니다. 글의 내용을 살펴보니 모든 경비를 우리 군에서 제공하는 것 같더군요. "모시고 다닌다"는 말이 맞다는 것을 새삼 확인한 셈이지요. 이걸 두고 잘하니 못하니는 따지지 맙시다. 뭐 우리 군의 홍보를 위해서라면 그 보다 더한거라도 당연히 부담을 해야지요. 지방시대에 홍보만큼 중요한 것도 없을테니 말입니다.

문제는 그동안 기자들이 과연 그만한 값을 해왔느냐 하는 겁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들인 돈 만큼 소득이 있느냐는 것을 따지는 것은 꼭 필요한 일 일 것입니다. 그런데 지역 언론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것으로 판단한다면 적어도 대차대조표 상으로는 지역측의 손실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지역의 홍보문제는 말 할 것도 없고 경비를 부담하는 주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들을 제대로 알려주기나 했는지 묻고 싶군요.(지난 번 연변 지용제에 동행취재한 기사를 찾아 봤습니다. 평범한, '군수동정'류의 기사 단 한꼭지 뿐이더군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김대중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때 같이 동행했던 기자들의 기사내용을 한번 생각해 봅시다. 언제 누구와 만나 무슨 얘기를 했다 정도는 기본적인 기사거리겠지요. 그런데 그런 기본적인 기사보다 독자들이 더 많이 찾는 기사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기자의 철저하게 객관적인 시각으로 본 구체적인 성과와 미흡했던 점, 또는 아쉬운 점 같은 것들일 것입니다. 여기에 전문가의 의견까지 곁들이면 더욱 좋겠지요.

해외방문에 동행할 바에는 기획기사라도 실어 상세하고 객관적인 공과를 독자들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한마디로 돈 값을 하라는 말이지요. 그 먼 곳까지 다녀와서 짧은 기사 한 줄 달랑 쓰고 만다면 주민들은 그야말로 '본전생각'이 나지 않겠습니까. 독자들 입장에서도 그런 '기관장 동정' 따위는 보고 싶지 않을 겁니다. 또 우리 주민들 입장에서도 '군수동정' 따위나 알기 위해 기자의 해외방문 비용을 부담하는 것도 아닐것 입니다. 주민들은 군수나 군관계자가 아닌, 기자의 눈으로 본 실상과 문제점들이 알고 싶은겁니다.

박익규기자에게 부탁드립니다. 이번만은 부디 박기자의 숨결이 담긴 기사를 독자들에게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잘된 일은 잘된 일대로 칭찬해주고, 잘못된 일은 또 그것대로 문제점을 짚어 대안까지 제시하는, 기사다운 기사를 부탁드립니다. 모자라는 지면은 옥천신문에서 제공한다고 하니 지면걱정은 말고 소신껏 옥천주민들의 알 권리를 채워 주시기 바랍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옥천신문의 참신한 제안에 칭찬을 하지 않을수 없군요. 참, 대단합니다.)

아 그리고 한빛일보와 손근방기자, 해외방문 동행 시 경비를 회사부담으로 하기로 했다구요. 참 모처럼 들어보는 신선한 소식이로군요. 너무도 당연한 일인데도 신선하게 느껴진다는게 우리 사회의 비상식적인 현실을 나타내 주는듯도 하지만 아무튼 참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주민들의 알권리만 제대로 충족시켜 준다면야 그깟 경비 정도는 뭐 우리들이 부담해도 상관없습니다. 옥천주민들은 그렇게 쫀쫀한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어쨌든 모처럼 시원함을 느꼈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2000-11-14 12: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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