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물총에서퍼옴)
 정자나무
 2000-11-14 11:32:49  |   조회: 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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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 16.자 한겨레신문에 '신채호선생 며느리 본적 독도로'라는 제목의 조그만 기사가 실렸다. 독립운동가이며 민족사상가이신 단재 신채호선생의 며느리 이덕남씨가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일본인들의 잇단 망언으로 "시아버지가 지하에서도 제대로 눈을 감지 못하실 것 같아" 독도수호에 앞장서기 위해 본적을 독도로 옮겼다는 간단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신채호선생과 그 후손들의 삶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이 기사가 그렇게 간단한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 분들의 삶이야말로 비틀리고 뒤집힌 우리 현대사의 축약판이기 때문이다.

'서서 세수하는 꼬장꼬장한 선비'의 이미지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있는 신채호선생은 1880년 충남 대덕 산내에서 태어나셨다. 어려서부터 신동소리를 들을 정도로 영특했던 선생은 청년시절 황성신문, 대한매일신보의 기자생활을 하면서 애국계몽운동과 구국활동에 전념하였다.

1910년 나라가 일본에 망하자 그는 중국으로 망명하여 만주와 북경 상해 연해주 등지에서 독립운동을 활발히 전개한다. 특기할 점은 선생이 상해임시정부의 설립을 앞장서서 주도했지만 '위임통치'를 청원한 이승만과는 함께 일할 수 없다며 독자적인 독립운동노선을 걸었다는 점이다. 선생의 한결같은 투쟁노선은 비타협적인, 무력에 의한 절대독립론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타협적이고 온건한 자치론이나 외교론을 주장하는 이승만 등의 노선을 정치적이고 기회주의적이라 규정하고 배척했던 것이다.

이렇게 강경한 투쟁노선을 취했던 이유는 선생이 강경한 성격을 가져서가 아니고 철저한 원칙주의자였기 때문이었다. 선생으로서는 우리나라의 독립에 대한 문제를 다른 나라와의 거래나 일본과의 타협을 통해 접근한다는 것이 도무지 있을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선생은 독립운동세력 중에서 비주류의 길을 걸었고, 그 대가는 굶기를 밥 먹듯 하는, 그야말로 유리걸식의 나날이었다고 전한다.

1928년 일제에 검거되어 여순감옥에서 차가운 독방생활을 하던 선생은 1935년에는 형무소 당국에서조차 보호해 줄 사람이 있으면 출감시키겠다고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었다. 친지들은 먼 일가벌되는 친일파 부호의 보증으로라도 가출옥할 것을 종용하였으나, 친일파의 신세를 지느니 차라리 죽겠다며 이를 단호하게 거절한다.

결국 당대의 가장 위대한 근대민족주의 역사가요 행동적인 독립운동가였던 신채호는 지켜보는 이 없는 이국의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에서 외롭게 생을 마친다. 옳지 않다고 믿는 것들과는 결코 타협하지 않았던 위대한 원칙주의자는 그렇게 쓸쓸하게 죽어 간 것이다.

선생의 외아들인 신수범. 해방 후 이승만정권을 거쳐 일본군 장교출신의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군사정권이 집권하는 동안, 많은 친일파들과 그들의 후손들이 또 다시 이 사회의 주류가 되어 호령하는 것을 한스럽게 지켜보며 평생 사글세방을 전전하던 그는 가난과 서러움과 외로움에 떨며 91년 한많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지금. 그의 부인은 독도를 일본으로부터 지키겠다고 나섰다. 친일파의 후손들이 주류로 호령하는 뒤집힌 역사를 원망하는 마음이 조금은 들기도 하련만, 그냥 자기 할 일이나 하겠다고 나섰다.

이렇게.....슬픈......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2000-11-14 11:32:49
211.xxx.xxx.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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