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답변입니다.
 전교조 교사
 2003-03-27 21:01:42  |   조회: 721
첨부파일 : -
익명으로 글을 올리셨으므로, 저도 익명으로 답변하는 것이 격에 맞을 듯 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실례가 되지 않았으면 하네요.걱정과 또 지적, 비판의 글 잘 읽었고, 전교조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저도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님의 지적을 몇 가지로 정리합니다.

1. 아직 판단력이 미숙한 어린 아이들을 몇 가지 논리로 선동하지 말라.

-아이들의 판단력이 미숙하다는 건 사실입니다. 뭔가 먹을 걸 준다는 말에 학생회 선거 표를 줄 정도로 단순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정보를 차단하고 행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저는 바로 이것이 우리 사회에 뿌리깊은 연령에 의한 차별의식이며, 권위주의적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행동하고 판단할 권리가 있습니다. 국제법인 아동인권조약과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권리입니다. 다만 우리 사회가 조선시대 적인 아동관에서 그닥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도 아이는 '때려서 가르쳐야 하고' '시켜야만 뭔가 하는'비주체적이고 수동적인 미성숙한 인간으로 보는 아동관이 일반적이지요.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 서구 사회의 아이들이 실제로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배울 기회를 이 아이들에게서 빼앗아야 하겠습니까? 어느 정도의 사회적 합의로 아이들에게 상업적이고 음란한 정보를 차단할 수는 있겠지만, 이것조차도 상당히 조심스럽게 진행되어야 할 텐데, 우리 나라의 이른바 '청소년보호법'은 그런 절차를 밟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아무튼 이 아이들은 성공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실패할 권리가 있습니다. 자기 자유 의지에 따른 판단에 따라 행동하고, 그리고 나서 그 행동에 대해 아이들이 책임을 질 줄 알게 되는 것이 제가 바라는 바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주체적인 의지가 있는데, '선동'당해서 끌려간다든지, '세뇌'당한다든지 하는 것은 박정희 시대 때나 볼 수 있는 수동적인 인간상 아닌가요.

2. 집회가 필요한 사안일 때 전교조 이름이 아니라 각자 다른 단체에 참여해서 발언하는게 어떤가?

-상당히 안타깝지만, 교사들에게는 정치 활동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전교조의 이름이 아니고는 교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정치적 단체가 거의 없다는 말씀이지요. 정치적 이슈를 가진 집회를 할 때 부녀회가 합니까, 아님 등산모임이 하겠습니까? 그동안 전교조는 우리 사회의 양심 세력으로서 수많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발언해왔고, 그것이 지금 학교 민주화의 한 축으로서 전교조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이것은 상당히 무리한 제안이시군요.

3. 교사들의 체통을 차려라!

-교사들의 체통이요. 이 말씀을 읽고 저는 많은 생각을 합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의 대부분이 어떤 건지 아시나요? 약한 사람을 괴롭히지 말아라. 가난하고 부족한 사람을 도와줘라. 단체 생활에서는 다수를 위해서 나만 좋은 것은 참아야 한다.. 그런 내용들입니다. 교과 지식만 배우는 게 아닙니다. 사회적 안목과 판단을 배웁니다.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교사가, 독립운동을 가르치는 교사가 자기는 행동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어떤 도덕적 덕목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저도 집회나 시위를 보면 두렵고, 나가기 귀찮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만, 하는 말과 행동이 달라서는 안 되겠기에, 교사라는 양심상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게 됩니다.
님의 자녀를 가르치는 교사가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길 기대하십니까?

체통이라는 것은, 실천에서 나오는 권위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물레를 돌리고 옷감을 짰던 간디는,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였지만 자기 생활을 그토록이나 철저하게 관리했기 때문에 혼란의 도가니였던 인도 사회에서 오래 존경받아오고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말하는 것만큼, 행동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것을 통해 아이들이 배우기를 바랍니다.
2003-03-27 21:01:42
218.xxx.xxx.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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