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신문

엊그제 검사들이 나와서 노무현 대통령과 대화인지 취조인지 하는 재밌는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내용이야 참 웃기는 짜장이었지만, 이런 '대화'가 앞으로도 많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열린 공간에서 최고 권력자와 공무원들이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대한민국 변하고 있구나'라는 걸 느끼기도 했구요.

같은 맥락에서 농협 노조의 이런 발언은 참 반가운 얘기입니다. 지역 노조가 몇개 있습니다만 그동안 농협 노조의 발언은 듣기 어려웠는데 암튼 자신들의 인사 문제에 대해 무엇이든 의견을 표출하고 상급자의 각성을 촉구하는 모습은, 그것 자체가 민주화의 한 방향이라고 생각됩니다. 노동조합은 이익단체입니다.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이나, 그것이 약자의 단합된 목소리를 낼 때는 '공익'을 추구하는 모양을 띠게 됩니다.

오랜 시간 동안 노조는 집단이기주의 인 양 조작된 언론의 비난을 많이 받아왔지요. 그러나 자본가와 권력자는 소수이고 일하는 노동자가 다수인 사회에서 노동자의 '집단이기주의'는 자본과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견제 장치이고 다수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제도입니다.

노조가 우리 사회에서 비난받아 온 것처럼 그렇게 나쁘고 안되는 조직이라면 일찌감치 민주주의가 발전해 온 앞선 사회들에서 없애 버렸을 터인데, 계속 노조의 경영 참여가 장려되고 법적으로 보장되온 것은 노조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한 사회적 배경이 있는 것이지요.

이제 우리도 상급자들이 무소불위로 휘둘러대는 권력을 노동조합과 공유해야만 하는 시대에 들어왔군요. 글을 읽으시는 농협 윗 분들이 시대 변화를 깨닫고 변화하기를 바랍니다.

2003-03-10 22: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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