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신문

노사모와 권영길 지지세력의 차이

이전에 mbc 토론회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교수가 노무현의 급진성을 은근히 드러내기 위해 민주노동당 지지자에게 노무현과 권영길 후보의 차이점을 질문한 적이 있다.
홍세화 선생의 답변은 아주 간략한 것이었는데 바로 "노무현과 권영길을 지지하는 세력"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부연설명이 뒤따라지 않아서 설득력있는 답변이 되었는지는 의문이지만 분명한 것은 홍세화 선생의 답변이 정확하다는 점이다.
권영길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은 권영길 '한 인간'에 대한 지지가 아니다.

박찬욱 감독의 말대로 개혁적이고 인간적인 한 인물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은 보수적인 정치인식의 발로일 뿐이다.

나는 권영길 후보 '개인'이 정치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 정치적인 주체는 삶과 사회의 문제에 나름의 의식을 가지고 개입하는 바로 '나 자신'이다.
그런 정치성의 연장선상에서 민주노동당이 있고 민주노동당의 정치성을 대선이라는 정치과정에서 대변하는 인물로서 권영길이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 후보 권영길을 지지하는 당원과 지지자들은 권영길 후보의 잘못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할 자세가 되어있고 그렇게 해 왔다. 권영길 후보는 나의 정치성을 실현과는 과정에서 함께하는 동지일 뿐이기 때문이다.

실제 사이버상에서 권영길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중에는 이전에 당활동과정에서 권영길 후보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던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이것이 바로 노무현을 지지하는 노사모와 권영길 지지세력의 근본적인 변별점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정치성에 대한 긍정으로부터 시작하지 않고 노무현 개인에 대한 무비판적인 애정으로 노무현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는 노사모분들에게 노무현의 잘못과 실수는 옹호의 대상이지 비판의 그것이 될 수 없다. 왜 그런가? 그것은 아직도 진정한 정치적 주체로서의 개인에 대한 자각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나의 온전한 노선과 입장과 가치관이 분명하고 그에 따라 어떤 정치세력과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라면 노무현에 대한 애정은 합리적인 비판과 함께 가야한다. 아니 자신의 가치관과 원칙이 노무현 입장과 완전히 동일하다는 말인가?

하지만 노사모분들은 수차례 걸친 토론에서 드러난 노무현의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일언반구하지 않으면서 노무현을 공격하는 권영길 후보만을 인신공격적으로 비방할 뿐이다.
단순히 노무현을 당선시키는 것이 개혁이고 상식이라면 노사모가 이룩한 새로운 정치문화는 과장되게 평가된 것이 분명하다.

며칠전에 민주노동당 지지자가 소수이고 노무현 지지자가 다수인 한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근거없는 비난들이 난무하는 역겨운 모습이야 이제 일상적인 일이 되어 버렸기에 적극적으로 반론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노무현 이후에는 추미애다'라고 말하는 분들을 보면서 나는 홍세화 선생이 말한 권영길 후보와 노무현 후보 지지세력의 결정적인 차이가 무엇인지 다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민주노동당이 말하는 노동자 서민의 정치는 민주노동당이 노동자/서민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주겠다는 '대리의 정치'가 아니다. 바로 사회에서 소외되어온 약자들이 스스로 진보정치의 주인이 되기를 그리고 그 흐름이 민주노동당과 함께 하기를 바라는 '연대의 정치'를 의미하는 것이다.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노무현 후보의 당선이 확정적이라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노무현 후보의 당선은 분명 한국 사회를 긍정적인 변화쪽으로 이끌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노무현 이후에 민주노동당을 총선때 심판하자고 선동하고 노무현의 빈자리를 채울 대상으로 추미애를 밀자는 노무현 지지자들의 정치성은 포스트노무현 시대의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정치성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반면 권영길 후보 지지자들은 '새로운 권영길'을 찾는 일에 몰두하기보다 부족한 민주노동당을 합리적인 진보정당으로 ,노동자 서민의 희망으로 만들기 위한 내부 비판과 제도적인 개혁 작업을 시행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노무현을 지지하는 노사모분들과 민주노동당 지지세력의 '결정적 차이'이다.

2002-12-17 23: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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