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은 卒인가"
 전 변
 2000-11-13 21:40:19  |   조회: 4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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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에 '順天者(순천자)는 興할 것이요 逆天者(역천자)는 亡할 것'이라는 구절이 있다. 말 그대로 하늘의 뜻을 따르는 자는 흥 할 것이고 하늘을 거역하는 자는 망할 것이라는 뜻일 터인데, 그렇다면 여기에서 말하는 '하늘'이란 과연 누구를 가리키는 말일까. 왕조시대에 쓰여졌던 말이므로 당연히 황제나 왕을 가리키던 말이었을 것 같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民心은 天心'이라는 말이 의미하듯 그것은 民을 가리키는 말이었던 것이다. 봉건왕조시대에도 이렇듯 民을 두려워했던 사실은 民이 주인이라는(민주주의)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군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로 야기된 일련의 사태들이 의원들의 성명서 발표로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는 듯하다. 그러나 성명서와 관련해서는 이상하님을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더 이상 말 할 것이 없을 것 같다. 다만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몇 가지 느낀 점이 있어 적어 보고자 한다.

우선 이번 사태에 임하는 의원들의 자세가 되어 먹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들은 우리 주민들의 심부름꾼이다. 거창하게 민주주의니 뭐니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는 그들의 주인이라는 말이다. 그들이 우리의 심부름꾼이고 우리가 그들의 주인이라는데 동의한다면 그것을 토대로 지금까지의 사태를 간단하게 재구성 해보자. 『주인이 돈을 주고 심부름을 시켰다. 그런데 아무래도 하라는 심부름은 하지 않고 그 돈으로 딴 짓을 한 것 같다. 그래서 심부름을 제대로 했는지 여부와 돈의 사용처를 추궁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주인에게 욕을 하였다. 사과를 요구하는 주인에게 사과는커녕 뒤로 돌아다니며 '자존심 싸움이니 '힘 겨루기'니 떠들어댄다.』 대충 이렇게 정리 될 듯 싶다. 이게 과연 말이나 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대들이 진정 民을 주인으로 생각한다면, 그래서 그대들이 진정 주민의 심부름꾼이기를 원한다면, 이건 아니다. 이럴 수는 없다. 누가 누구와 싸움을 한단 말인가. 누가 누구와 힘을 겨룬단 말인가. 감히!!
그대들, 아직도 民을 卒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그대들, 잘못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절망 스러운 것은 옥천 주민들이 보여준 '침묵'과 '무관심'일 것이다. 심부름꾼이 주인을 경시하고 능멸하는데도 남의 집 불 구경하듯 할수 있는가? 그 주인이 다름 아닌 자신인데도? 무슨무슨 행사가 있을 때마다 아름다운 이름으로 현수막을 내거는 수 많은 사회단체 시민단체들은 다 어디 있는가? 어떻게 이번 일이 한농연 만의 일이란 말인가? 지역을 위하는 일에 주체가 누구면 어떻다는 말인가? 그 단체들의 설립목적이 친목을 다지기 위한 것이거나 위친계가 아니라면 이럴 수가 없다. (단체들이여! 묵은 먼지를 털고 강령이나 발기문을 다시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그리고 설립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진심으로 권한다.) 자기 밥도 못 찾아 먹고 주인이 주인이기를 포기하는 한, 民은 영원히 卒일 수밖에 없다. 엄중히 경고한다. 이번에 주인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卒의 신세를 면 할 수 없을 거 라는 것을.......

民은 결코 卒일수 없다. 民은 主이어야 한다. 아니, 民은 天이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民을 卒로 만들려 하는 사람들과 스스로 卒이기를 기꺼워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다. 이 어찌 슬프지 아니한가.

(오해가 있을 것 같아 본인은 한농연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
2000-11-13 21:40:19
211.xxx.xxx.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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