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뽑을 것인가
 한겨레
 2000-11-12 15:48:14  |   조회: 5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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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선거가 하루 남았습니다.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분을 위하여 한겨레신문의 기사를 옮겨 왔습니다. 후보 선택에 자그마한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편집시간 2000년04월11일21시04분
한겨레/ 사설·칼럼/ 논단


[논단] 누구를 뽑을 것인가

박호성/서강대 교수·정치학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저 먼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를 우선 떠올린다. 아테네는 도시국가였고, 이 도시국가들은 인구가 고작 수천명에서 수만명 정도였다. 그러나 이 중에서 노예·외국인·부녀자들을 빼고 나면 고작 전체 인구의 20% 정도만이 온전한 시민권을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소수들이 그리스 직접민주주의를 꾸려나간 동력이 됐다.
직접민주주의는 아테네의 경우처럼, 국민의 의사를 국민 스스로의 직접적인 참여로 모으고 관철시킬 수 있다는 뛰어난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민족국가는 영토나 인구 면에서 그 크기가 엄청나기 때문에 이런 직접민주주의를 실행하기가 대단히 힘들다. 따라서 대의제도를 채택하는 게 보편적이다. 그러나 의회정치 역시 수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어느 저명한 정치학자는 “국민에 의한 국민의 통치”는 실질적으로는 “국민으로부터 나온 엘리트에 의한 국민의 통치”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따라서 국민의 정치 참여는 직접민주주의에서와는 달리 단지 간접적인 선거를 통해서만 이뤄진다. 요컨대 국민은 자신을 지배할 엘리트의 선택권만을 부여받을 따름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은 오직 선거기간에만 최고주권자 대접을 받을 뿐, 그 뒤에는 다시 노예 같은 피지배자의 신분으로 빠져들어간다. 다시 말해 “국민은 그의 어휘가 `예' 또는 `아니오', 이 두마디에 한정돼 있는 주권자”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하는 것이다.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우리는 주어진 조건 속에서나마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원한다면 의회정치의 내실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때문에 바로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어떤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을 것이냐 하는 문제다. 누구를 뽑을 것인가. 여기에는 몇가지 기준이 있을 수 있다.

첫째, 해당 지역에서 큰 사업을 한다거나 엄청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이른바 토호세력들은 지금까지 권력과 밀착해 많은 비리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들이 의원으로 뽑힐 경우 주민의 공익보다는 자신들의 사리사욕에 집착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둘째, 독재정권에 봉사했거나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데 앞장섰던 사람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의회정치의 지도인물로 적합하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분들이 일차적인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눈앞의 이해관계 때문에 자주 정당이나 정치적 태도를 바꾼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국민의 진득한 신뢰를 받기 힘들다. 이들은 언제 다시 국민을 속일지 모른다. 따라서 어느 편이든 늘 담담히 외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있다면 이들이 오히려 국민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넷째,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인물은 사실 반통일 인사라고 할 수 있다. 남북통일이란 전체 민족의 단합을 통해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후보자는 결국 민족분열을 꼬드기는 사람일 수밖에 없으므로, 국회의원이 되기에는 대단히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지역을 잡으려는 인사는 나라를 잡을 사람이란 말이다.

물론 가장 적게 공약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 인물이 가장 적게 실망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 선거는 중대한 정치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인가, 지역패권주의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정치·경제 구조의 개혁이 본격화할 것인가, 통일지향적 권력체제가 쟁취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등의 본질적인 사안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유권자들의 두 손에 우리의 정치적 운명이 달려있음을 다시 한번 마음에 되새겨야 한다. 우리는 히틀러 같은 희대의 살인마도 다름 아닌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장악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박호성/서강대 교수·정치학


2000-11-12 15:48:14
211.xxx.xxx.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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