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옥천교육도서관에 어떤 청소년공간을 만들 것인가
 옥천행복교육네트워크
 2020-06-11 11:07:56  |   조회: 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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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에 도서관이 있지만 열람실 부족, 열람실 이용시간의 한정 등 불편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실제로 학교 수업이 끝나면 막상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오락실 출입이나 시내에서 방황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충분히 여가를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면 정서적으로나 생활면에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놀랍게도 이 글은 30년 전의 목소리입니다. 1989년 옥천신문 창간특집 대담 기사에서 실린 것입니다. 현재까지도 이 글의 지적이 어색하지 않다는 점이 신기하면서 한편 씁쓸합니다. 청소년 공간은 참으로 오래된 우리 지역의 숙원이며 과제입니다.
작년 봄, 지역교육문화복합공간 조성사업에 옥천교육도서관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은 그래서 기뻤습니다. 올해 예산도 확보되었다 하고, 사업을 협의하고 추진할 민관 지역협의체도 구성하였다는 소식에 기대감은 커져만 갔습니다. “학생 의견 중심으로 공간을 만들고 협의체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쪽으로 가야 하며”, “뉴-스페이스 사업처럼 최근 도교육청에서 진행하는 사업들은 지역주민 의견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옥천신문 2019.09.20.)”는 옥천교육지원청의 추진 방향도 반가웠습니다.
충북교육청에서 추진하는 ‘행복·공감 뉴-스페이스 사업’은 기존 교육 공간을 미래교육에 맞게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공급자 중심이 아닌 사용자 참여 중심으로 설계하는 방식의 사업으로 핵심은 학생 참여 설계입니다. 설계의 시작 단계부터 공동 설계자로 참여하게 됩니다. 옥천교육도서관 사업 역시 당연히 이러해야 합니다.

우리가 벽돌을 쌓아 집을 짓고, 도로를 깔고, 지붕을 만들고, 창문을 만드는 모든 일은 궁극적으로 사람의 삶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유현준, “52 9 12” 중에서)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사람의 삶을 디자인하는 것이라 합니다. 청소년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청소년의 삶을 디자인하는 일입니다. 두 해 전 옥천행복교육네트워크에서 주최한 ‘옥천도서관 리모델링과 청소년복합문화공간 조성을 위한 주민 토론회(2018.11.19.)’에 왔던 박형주 광주 삶디 센터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요즘 우리는 시간과 공간, 관계 이 세 가지를 잃어버리고 살고 있고 있습니다. 자기가 나고 자란 마을에서 사회적 몫을 하면서 청소년 스스로 자기 삶을 꾸리는 것을 우리는 바랍니다. 청소년들이 자신만의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없게 되었고, 때문에 공간도 사라졌습니다. 결국 만나는 사람들도 협소해져 관계가 사라졌습니다.”

최근 옥천교육도서관에서 밝힌 지역교육문화복합공간 조성계획에 따르면, 1층은 어린이 자료실과 사무실로, 2층은 열람실과 디지털자료 공간, 북큐레이터 공간과 영화 음악 감상 코너 등으로 구성하며, 3층은 동아리실, 세미나실, 스터디카페, 창작스페이스, 영상녹화실, VR체험관 등으로, 옥상은 정원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층마다 무엇무엇을 넣겠다는 나열은 보이지만 그 속에서 청소년들이 어떤 삶을 디자인하고 옥천교육도서관은 무엇을 지원할지 구체적 내용은 보이지 않습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시급히 지역과 함께 철학을 세우고 공간을 디자인하기 위한 충분한 논의와 협의가 필요한 까닭입니다.

먼저 도서관에 “눈치 보지 않고 먹고 뒹굴고 떠들 수 있는” 청소년 북카페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학교 끝나고 와서, 또는 주말에 와서 친구들과 어울려 쉬기도 하고, 떠들기도 하고, 간단히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 나이면 부모보다는 친구들이 먼저인 나이입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편히 맘껏 어울릴 시간과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건강하게 성장합니다. (-옥천 청소년 복합공간 조성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2019. 10. 23 중에서)

우리 지역 청소년이 갈 곳이 없다는 말은 어제오늘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피시방이나 노래방을 가야 하고,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는 편의점에 가야 합니다. 놀 거리와 문화를 찾아 대전으로 나가야 하는 게 지역 청소년이 처한 현실입니다. 청소년 복합문화공간으로 “어른 눈치 보지 않고 먹고 떠들고 쉴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요구가 가장 앞에 나오는 이유입니다.

앞으로 만들어질 청소년 공간과 관련하여,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① 웃고 떠들고, 쉬고 공부하는 ‘북카페’

북카페는 카페의 역할도 하면서 책도 보고, 쉬기도 하고, 각종 전시회와 공연이 있고, 작은 행사나 영화제가 열리는 다양한 공간과 용도로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용과 이동이 쉬운 구조와 배치를 선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북카페는 청소년들에게 친절했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마음 편히 갈 수 있고, 돈이 없거나 적어도 갈 수 있고, 안락한 소파나 의자에 담겨 스스르 잠이 들 수도 있고, 누워서 쉴 수도 있는 푹신한 바닥이 있고, 혼자 만화책을 보거나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모여서 떠들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 함께 학교 수행평가도 할 수 있고, 때때로 뭔가 재밌는 일을 작당하며 키득키득할 수 있는 공간, 정숙과 통제보다는 청소년의 생동감과 활기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공간이기를 바랍니다. 공간뿐만 아니라 운영 역시 청소년을 환대하고, 청소년 참여를 권장하고, 청소년을 존중하는 것을 중심에 둬야 합니다.

② 허기를 채우고 이웃을 돌보는 ‘공유 부엌’

아이들이 편의점을 뻔질나게 오가는 이유는 먹을 게 있고 친절하고 눈치를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그런 공간이 편의점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뒤돌아서면 배고픈 나이입니다. 간단히 조리하거나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간단한 음식은 직접 조리해서 먹고, 친구들과 나누어 먹기도 하고, 그러다 내키면 이웃과 지역을 위한 음식 봉사도 할 수 있는 공간, 우리 지역 특성에 맞는 식생활 교육도 가능한 공간이기를 희망합니다. 옥천교육도서관 옥상(4층)에 만들겠다는 옥상 정원, 그 한쪽엔 요리에 좋아하는 청소년들이 일구는 작은 텃밭도 상상에 더해봅니다.

③ 함께 만나고 배울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

앞으로 도서관은 책을 보관하고 빌려주는 기능에만 머물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정보를 교류하고 정보를 만들어내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커뮤니티 공간은 청소년 동아리 활동과 세미나를 지원하고, 청소년 창작활동 지원하게 됩니다. 숙제도 하고 모여서 작당도 하는 활동실(워크룸)도 같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④ 여백 같은 시간과 공간이 넉넉했으면

세상이 참으로 빠르게 변합니다. 앞으로 공간에 대한 어떤 필요와 요구가 새로이 생길지 미리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기에 청소년 공간을 특정 용도로 단정하고 구성하지 말아야 하며, 당장의 유행을 좇지 않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미래교육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개방적이고 유동적이면서 유연한 공간 조성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지난 3월, 옥천교육도서관 복합공간조성 기본조사 설계용역이 시작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지역협의체 논의가 아직 활성화되지도, 구체적 결론도 없는 상태에서 기본용역이 시작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지역협의체가 조속히 재개되기를 기대하며, 추진 상황과 관련 내용이 지역에 공유되어 지역협의체를 중심으로 생산적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바랍니다.

보통 어른들은 청소년을 위한다고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짜놓고는 거기에 청소년을 끼워 맞추는 우를 범하기 쉽습니다. 의도치 않게 프로메테우스의 침대가 되기도 합니다. 청소년 공간의 주인은 청소년입니다. 만드는 과정에서 이후 운영까지 어떻게 해야 청소년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까 세심하게 살펴야 합니다. 그래야 버려지지 않고 사랑받는 공간으로 태어날 수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공간은 개인적인 몰입이 가능하면서, 관련된 사람들과 쉽게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끊임없이 청소년들의 자발적 활동을 발굴하고, 옆에서 청소년을 성심껏 지원하고 응원하는 공간으로 태어나길 바랍니다. 필요하다면 일하는 방식도 일하는 사람도 이에 걸맞게 변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이 일을 왜 하는지 자주 되묻게 됩니다.

“청소년들이 언제나 편하게 들러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청소년복합공간 조성을 통해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은 언제나 청소년들이 쉽게 찾아와서 쉬었다가 갈 수 있고, 본인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해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스스로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동아리를 구성해서 실천해보고, 느낌으로서 청소년 스스로 자신이 찾아 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청소년이 자신의 자아와 주체성을 인식하고, 향후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자신감과 의지를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지역교육문화복합공간 조성 협의회 모바일 회의 2020.3.13.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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