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날이 있어 역사가 되듯 새겨볼것은 새겨봐야
 나그네
 2018-12-26 14:44:24  |   조회: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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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필패지가(必敗之家)

김근행(金謹行)은 오랜 세월 권력자를 곁에서 섬긴 관록 있는 역관이었다. 그가 늙어 병들어 눕자, 젊은 역관 하나가 죽을 때까지 받들어 지켜야 할 가르침을 청했다. 그가 말했다.
“역관이란 재상이나 공경(公卿)을 곁에서 모실 수밖에 없네. 하지만 틀림없이 망하고 말 집안 근처에는 얼씬도 말아야 하네. 잘못되면 연루되어 큰 재앙을 입고 말지.”

“필패지가(必敗之家)를 어찌 알아봅니까?”
“내가 오래 살며 수많은 권력자의 흥망을 이 두 눈으로 지켜보았지. 몇 가지 예를 들겠네.
  첫째, 요직을 차지하고 앉아 말 만들기를 좋아하고,
         손님을 청해 집 앞에 수레와 말이 법석대는 자는 반드시 망하게 되어 있네.
  둘째, 무뢰배 건달이나 이득 챙기려는 무리를 모아다가
        일의 향방을 따지고 이문이나 취하려는 자치고 오래가는 것을 못 보았지.
  셋째,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점쟁이나 잡술가(雜術家)를 청해다가
        공사 간에 길흉 묻기를 좋아하는 자도 틀림없이 망하고 마네.
  넷째, 공연히 백성을 사랑하고 아랫사람을 예우한다는 명예를 얻고 싶어
        거짓으로 말과 행실을 꾸며 유자(儒者)인 체하는 자도 안 되네.
 다섯째, 이것저것 서로 엮어 아침의 말과 낮의 행동이 다른 자는 근처에도 가지 말게.
 여섯째, 으슥한 길에서 서로 작당하여 사대부와 사귀기를 좋아하는 자도 안 되지.
 일곱째, 언제나 윗자리에 앉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자도 꼭 망하게 되어 있네.
         윗사람을 모셔도 가려서 해야 하네. 그가 한번 실족하면 큰 재앙이 뒤따르지.
         특히 기억하게나. 다른 사람이 자네를 누구의 사람이라고 손꼽아 말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되네.”
[송천필담(松泉筆談)]에 나온다.
송천(松泉) 심재(沈鋅)(1722-1784)가 저술한 필기잡록으로, 세상을 살펴보아 이목과 마음을 점검하고, 고금의 사변과 선악의 권징(勸懲), 성현이 남긴 가르침 및 여항의 속된 말과 명물도수(名物度數)와 충어화훼(蟲魚花卉)에 이르기까지 붓 가는대로 잡다하게 기록한 책

성대중(成大中)이 말했다.
幾以燭理 기이촉리 기미(幾微)로 이치를 밝히고,
明以折疑 명이절의 현명함으로 의심을 꺾는다.
深以處變 심이처변  깊이로 변화에 대처하고,
毅以制衆 의이제중 굳셈으로 무리를 제압한다.
四者備方 사자비방 이 네 가지를 갖춘다면
可以應敵 가이응적  바야흐로 적과 대적할 수가 있다.

리더라면 이쯤은 되어야 한다.
뻔한 것을 못 보고,
툭하면 의심하며,
경솔하게 바꾸고,
무리에게 휘둘리면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을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어, 바야흐로 정가에도 짝짓기 철이 다가온 모양새다. 줄을 잘 서는 것이 관건이겠는데, 명심하게나! 사람들이 자네가 누구의 사람이라고 말하게 해서는 절대로 안 되네.

2. 갓 쓴 개돼지 의관구체(衣冠狗彘)

명말 장호(張灝)의 '학산당인보(學山堂印譜)'를 보니 "선비가 염치를 알지 못하면 옷 입고 갓 쓴 개돼지다(士不識廉恥 衣冠狗彘)"라고 새긴 인장이 있다. 말이 자못 시원스러워 원 출전을 찾아보았다. 진계유(陳繼儒)의 '소창유기(小窓幽記)'에 실린 말로 "사람이 고금에 통하지 않으면 옷을 차려입은 마소다(人不通古今 襟裾馬牛)"가 안짝으로 대를 이루었다.

말인즉 이렇다. 사람이 식견이 없어 고금의 이치에 무지해, 되는대로 처신하고 편한 대로 움직이면 멀끔하게 잘 차려입어도 마소와 다를 것이 없다. 염치를 모르는 인간은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개돼지에게 갓 씌우고 옷 해 입힌 꼴이다. 염치를 모르면 못 하는 짓이 없다. 앉을 자리 안 앉을 자리를 가릴 줄 모르게 된다. 아무 데서나 꼬리를 흔들고, 어디에나 주둥이를 박아댄다.

얼마전 교육부의 고위관리 하나가 백성을 개돼지로 비유하여 온 나라를 흥분시켰다. 그런 자가 바로 갓쓴 개돼지다. 어찌 그런 자가 하나 둘 뿐이겠는가. 고위 관리 다수가 그런 의식이기에 기자들과 같이 하는 술좌석에서 거리낌없이 지껄이지 않았을까... 

[언행휘찬(言行彙纂)청나라 왕지부가 엮은 책]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士大夫不貪官, 不愛錢. 사대부가 벼슬을 탐하지 않고, 돈을 아끼지 않더라도,
一無所利濟以及人.     경제에 보탬이 되어 사람에게 혜택이 미치는 바가 하나도 없다면,
畢竟非天生聖賢之意.   마침내 하늘이 성현을 낸 뜻은 아니다.
蓋潔己好修, 德也.     대개 제 몸을 깨끗이 지니고 몸을 잘 닦는 것은, 덕(德)이다.
濟人利物, 功也.       사람을 구제하고 만물을 이롭게 하는 것은, 공(功)이다.
有德而無功, 可乎?     덕만 있고 공은 없다면, 되겠는가?

제 몸가짐이 제아무리 반듯해도 세상에 보탬이 될 수 없다면 그것조차 쓸모없다고 했다. 그것은 무능한 것이다. 사실 이런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벼슬 욕심은 버릴 생각이 조금도 없고 재물의 이익도 놓칠 수가 없다. 자리만 차고앉아 세상에는 보탬이 안 되고 제게 보탬이 될 궁리만 한다.

남송 때 오불(吳芾)이 말했다.
與其得罪於百姓, 여기득죄어백성  백성에게 죄를 얻느니,
不如得罪於上官. 불여득죄어상관 차라리 상관에게 죄를 얻겠다.

이형(李衡)은
與其進而負於君, 여기진이부어군  벼슬에 나아가 임금을 저버리느니,
不若退而合於道. 불약퇴이합어도  물러나 도에 합당하게 사는 것이 낫다.
같은 말을 다르게 했다. 위정자들에게 이런 처신, 이런 몸가짐을 기대하는 것은 정말 사치스러운 꿈인가?

3. 다산(茶山)의 용형삼등(用刑三等)

1814년 3월 4일 문산(文山) 이재의(李載毅)가 강진 귤동으로 다산을 찾아왔다. 다산초당은 이때 이미 인근에 아름다운 정원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당시 그는 영암군수로 내려온 아들의 임지에 머물다가 봄을 맞아 바람도 쐴 겸 해서 유람을 나섰던 길이었다. 고작 24세에 고을 수령이 된 아들이 못 미더웠던 이재의는 다산에게 아들이 지방관으로 지녀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몇 마디 적어줄 것을 부탁했다. 이에 다산은 '영암군수 이종영을 위해 써준 증언(爲靈巖郡守李鍾英贈言)' 7항목을 써주었다.

이 가운데 고을 관리가 법 집행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단계를 논한 내용이 있는데, 글은 이렇다.
居官用刑 거관용형   관직에 있으면서 형벌을 쓰는 데는
宜有三等 의유삼등   마땅히 세 등급이 있다[用刑三等].
凡民事用上刑 범민사용상형  무릇 민사(民事)에는 상형(上刑)을 쓰고,
凡公事用中刑 범공사용중형  공사(公事)에는 중형(中刑)을 쓰며,
凡官事用下刑 범관사용하형  관사(官事)에는 하형(下刑)을 쓴다.
私事無刑可也 사사무형가야   사사(私事)는 무형(無刑), 즉 형벌을 주면 안 된다.

민사는 공무원이 백성을 등치거나 포학하게 굴어 이익을 구한 경우다. 가차 없이 엄하게 처리한다. 공사는 공무(公務) 수행상 실수를 범하거나 소홀히 한 경우다. 직분 태만의 벌이 없을 수 없다. 관사는 관장의 수행 인력이 보좌를 제대로 못 한 상황이다. 직무 소홀의 견책이 없을 수 없지만, 징계 수준은 가볍다. 사사는 사사로운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이때는 형벌을 쓸 수 없다. 화가 나도 참아야 한다.

민사상형(民事上刑), 공사중형(公事中刑), 관사하형(官事下刑), 사사무형(私事無刑)의 네 가지 단계가 있다.

못난 인간들은 꼭 반대로 한다.
비서진을 제 몸종 부리듯 하고, 집안일과 공적인 일을 분간하지 못한다.
나랏일 그르치고 백성 등쳐먹는 일에는 눈감아 주다 못해 같이 나눠 먹자며 추파를 던질망정, 체모에 손상이 오거나 챙길 수 있는 이익을 놓치는 것은 절대로 못 참는다.
여기에 무슨 위엄이 서며, 말을 한들 어떤 신뢰가 실리겠는가?
앞에서 '예예' 하고는 돌아서서 '에이, 도둑놈!' 한다.

4. 어부사(漁父辭)의 교훈

굴원(屈原)이 지었다. 자(字)는 원(原)이며 어릴 때 이름은 평(平)이다. 전국(戰國) 시대 초(楚)나라 선왕(宣王) 27년에 태어났고 죽은 해는 대략 경양왕(頃襄王) 22년쯤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는 유능한 정치인이었으나 계속되는 중상모략에 유배를 당하고 결국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적인 인물이다.

굴원이 멱라수(汨羅水)에 투신하여 자살한 날은 기원전 278년의 음력 5월 5일로 추정된다. 그의 자살소식에 백성들은 안타까운 심정으로 배를 띄워 굴원의 시체를 수색하였다고 하며, 한편으로 물고기들이 그의 시신을 함부로 훼손하지 못하도록 음식물을 강물에 던졌다고 한다. 매해 이날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굴원을 애도하고 그의 우국충정을 기리기 위해 강에 배를 띄우고 대나무 통에 찹쌀 등을 넣어 강물에 던졌다고 하며, 이것이 중국 단오절의 유래라고 한다.

권력으로부터 억울한 누명을 쓰고 쫓겨난 굴원(屈原)이 강담에서 상강의 물가를 거닐며 시를 읊조릴 적에 한 어부가 그를 알아보고 말을 걸었다.
"그대는 삼려대부가 아닌가? 어인 까닭으로 여기까지 이르렀소?"라고 하였다.
 
굴원이 말하기를
"온 세상이 모두 혼탁한데 나만 홀로 깨끗하고 뭇사람들이 모두 취해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으니 그래서 추방을 당했소이다."하니
擧世皆濁 我獨淸 衆人皆醉 我獨醒 是以 見放
거세개탁이어늘 아독청하고, 중인이 개취어늘 아독성이라. 시이로 견방이로다

어부가 말하길
“성인은 사물에 막히거나 걸리지가 않아 세상과 함께 잘도 옮아가니, 세상 사람이 다 흙탕물에 뒹굴고 있거늘, 마땅히 그 흙탕물을 휘저어 남처럼 함께 뒤집어쓸 것이며, 모든 이가 취해있거늘, 그 술찌끼를 함께 씹으면서 말술을 들이마시면 될 일이지 무에 그리 깊은 생각과 고고한 행동으로 스스로를 쫓겨나게 만든단 말이오?”라고 대답한다.
 
이에 굴원은 분연히 반박한다.
“내가 듣건대, 새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갓을 털어 쓰고, 새로 몸을 씻은 사람은 반드시 옷을 털어 입는다 하였소.”
吾聞之, 新沐者 必彈冠 新浴者 必振衣 安能以身之 受物之汶汶者乎
오문지하니, 신목자는 필탄관이오 신욕자는 필진의라 하니, 안능이신지로 수물지문문자호아.

그러다가 비분강개한 굴원은 다시 덧붙여서,
“어떻게 맑고 깨끗한 몸으로 더러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소? 차라리 저 강에 몸을 던져 물고기 뱃속에 장사를 지낼망정, 어떻게 희고 깨끗한 몸으로 세속의 티끌과 먼지를 뒤집어쓸 수 있단 말이오?”
寧赴湘流 葬於江魚之腹中 安能以皓皓之白 而蒙世俗之塵埃乎
녕부상류하여 장어강어지복중이언정 안능이호호지백으로 이몽세속지진애호아
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이에 굴원의 말을 묵묵히 듣던 어부는 어쩔 수 없음을 한 차례 빙긋 웃음으로 답하고, 뱃전에 노를 두드리며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는 떠나간다.
滄浪之水淸兮 (창랑지수청혜) 창랑의 물이 맑거든
可以濯吾纓   (가이탁오영)   그 물로 나의 갓끈을 씻는 것이 좋고
滄浪之水濁兮 (창랑지수탁혜)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可以濯吾足   (가이탁오족)   거기에 나의 발을 씻는 것이 좋으리라.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거기에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 흐리다면, 내 거기다 내발을 씻으리라

맺는 말

안으로 보면 의정부, 육조(六曹)가 사간원(司諫院)과 싸우고, 레이더 설치 문제를 놓고 지역과 지역이 다투고 있고, 훈구파와 386 사림의 대결은 휴전인가 싶더니 다시 전면전 직전입니다. 밖으로 보면 미국과 중국이 각을 세우고 중국과 일본이 서로 한 대 칠 기세인데 이 와중에 북한의 핵청년은 지치지도 않는지 열심히 미사일을 쏘아가며 비거리(飛距離)를 늘려가고 5차 핵실험까지 했지요. 욕구불만인지 불안감 때문인지 자세 나쁘다고, 본인 말씀 중인데 안경 닦았다고 측근들을 고사포로 쏴 죽여, 흩어진 살점보다 몸으로 날아간 포탄의 숫자가 더 많다고 하니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 제대로 돋는군요.

세계정세와 국내 정세가 이러함에 나는 범죄자에도 급수가 있다고 봅니다. 해악을 끼치는 건 똑같지만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격한 나의 이분법적 사고로는 능지처참해야 할 범죄자와 그냥 보통의 범죄자, 이렇게 나누고 싶습니다. 조직폭력배나 사기꾼, 제비족 등은 직업 자체가 죄 짓고 사는 부류이니 보통으로 분류하면 되지만, 진짜 문제는 공공의 신뢰로 먹고살면서 그걸로 자기 배를 채우거나 한눈팔며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족속들입니다.

국민이 권한을 맡겼더니 국가와 국민에 대한 예의염치(禮義廉恥)를 저버리고 사리사욕(私利私慾)에 눈먼 고위 공직자들과 별별 조건으로 뒷돈을 받아 챙기는 비리 공무원이 대표적입니다. 높은 사람이 되려면 위의 필패지가(必敗之家), 의관구체(衣冠狗彘), 용형삼등(用刑三等)의 교훈을 새겨 굴원(屈原)같은 청백리가 되어야 합니다.

성공은 빛나고 성취는 마땅히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제 몫을 다 하고 결과로부터 도망치지 않는 삶은 그 자체로 얼마나 찬란한가! 올림픽 무대에서 흘리는 땀도 소중하지만, 올여름 기록적 폭염과 싸우면서도 하루하루 제자리를 지켜낸 내 작은 일상은 또 얼마나 값진가! 승리보다 실패와 좌절을 더 자주 맛보며 사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필패지가(必敗之家)'의 교훈이 삶의 깊이와 충만함을 발견하는 법을 일깨워주었으면 하는 바람일 뿐입니다.

                        이를 잡는 할머니

                           나이 많은 할머니가 길가에 앉아
                                    아이를 품에 안고 햇볕을 쬐고 있네.

                                        머리를 만지기엔 따뜻한 볕이 좋고
                                        이를 잡으려면 밝은 데가 더 낫지.

                                        편안케 해주려는 마음이 뭉클하고
                                        해로움을 없애려는 심정이 간절하네.

                                        그 누가 이 사연을 가져다가
                                      백성을 보호하는 정성을 펼치도록 할까?

路旁有老媼 抱兒曝陽 理頭捫蝨 感而賦之
[노방유노온 포아폭양 이두문슬 감이부지]
- 길옆 늙은 할미가 아이를 안고 볕을 쬐며 머리를 만져 이를 잡누나. 관리들이 이를 보고 느꼈으면 -

老媼當途坐(노온당도좌) 抱兒向日晴(포아향일청)
理頭知愛暖(이두지애난) 捫蝨且隨明(문슬차수명)
惻怛求安意(측달구안의) 丁寧去害情(정녕거해정)
誰能將此事(수능장차사) 推得保民誠(추득보민성)

숙종 시대의 명신 약천(藥泉) 남구만(南九萬·1629∼1711)이 젊은 시절에 썼다. 날씨가 찬 어느 날 길을 가다가 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늙은 할머니가 햇볕을 쬐면서 아이의 머리를 매만지고 이를 잡아주는 장면이었다. 특별하달 것도 없이 옛날에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그 광경을 보고 약천은 마음이 움직였다. 머리를 만져주려고 따뜻한 햇볕을 찾는 행동에는 아이를 추위에 떨지 않게 하려는 마음이 엿보였고, 이를 잘 잡으려고 환한 데를 찾아가는 행동에는 아이에게 해로운 것을 다 없애주려는 마음이 엿보였다.
그 모습이 한창 소장 관료로 승승장구하는 약천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정치란 백성을 보호하는 따뜻한 마음에서 우러나온다는 관료의 기본을 어느 할머니가 말없이 일깨워주었다. 조선시대에도 관리는 이렇듯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애틋한 청백리가 많았다.
민주시대 지금도 이런 청백리가 나오면 정말 안 되는 건가? 된장.
 다른 한시(漢詩)도 한번 음미해 보자.

시대를 한탄한다 [歎時]
                             생김새는 짐승이나 마음은 사람다운 자는
                             먼 옛날 성인 가운데 많고
                             形獸心人多古聖(형수심인다고성)

                             생김새는 사람다우나 마음은 짐승인 자는
                             오늘날 현자가 다 여기에 속한다.
                             形人心獸盡今賢(형인심수진금현)


                             서울 길을 왁자하게 헤치고 가는                          
    의관이 화려한 분들이여
                             擾擾東華冠帶士(요요동화관대사)

                             비바람 몰아치는 저문 하늘의
                             임금님 은혜는 어찌 하는가
                             暮天風雨奈君恩(모천풍우내군은)


조선 선조 때 충청도 공주에 살던 서기(徐起 1523~1591)란 학자가 경구처럼 쓴 시다. 그는 양반집 종이었으나 학문이 뛰어나 존경받던 특이한 사람이다. 그가 서울 거리를 기세 좋게 헤치고 다니는 고관들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나라를 책임진 그들은 생김새도 의관도 화려하여 부러움을 살 만한 외형을 갖추었으나 정작 마음은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다. 먼 옛날 복희씨니 신농씨니 하는 성인들은 뱀이나 소 형상을 했으나 인간에게 수렵과 농사를 가르쳤다. 반면에 잘나고 행세하는 지금의 지도자는 외형은 훌륭하나 마음은 짐승이다. 고금(古今)의 인물이 지닌 가치가 확연히 다르다.

그런데 서기는 부도덕하고 무능한 지배층의 행태가 불러올 위기를 깊이 느낀 것일까. 비바람 몰아치는 저문 하늘에서 임진왜란의 파란이 밀려오는 느낌이다.
높은 자리의 일을 모르더라도 매일의 뉴스만 보아도, 지금이라고 어찌 다른가. 쓰바...<

이 시는 또 어떠한가? 마치 요즈음을 풍자하는 것 같아 등골이 서늘하다.

 
有諷(유풍) 비꼴 일이 있다

                    鳶攫雞兒去(연확계아거) 소리개가 병아리를 나꿔채
                         東山高樹枝(동산고수지) 동산의 높은 나무가지에 앉네.
                          可憐九霄翼(가련구소익) 가련하다 하늘 높이 날아야 할 새가
                          飢來無不爲(기래무불위) 배고프니 안 하는 짓이 없구나.

                          矜矜世上士(긍긍세상사) 불쌍하다 세상의 선비된 자들
                          前頭難預期(전두난예기) 앞으로는 무얼 할지 알기 어렵네.
                          惟自善終始(유자선종시) 처음부터 끝까지 잘해야 할 뿐
                          莫謾大其辭(막만대기사) 공연히 목소리만 높이지 말라!
  

조선시대 숙종 임금의 외사촌뻘인 춘주(春洲) 김도수(金道洙·1699~1733)의 시다. 그는 왕가의 외척(外戚)이기는 했으나 불우하게 지내며 일그러진 세태를 풍자한 시를 즐겨 지었다. 병아리를 채가는 소리개는 고고하게 살아가야 할 지식인과 관료다. 하늘이 그들이 살아가는 터전이건만 배만 고프면 하늘을 버리고 지상으로 낙하한다. 욕구를 채우려고 안 하는 짓이 없다."
2018-12-26 14:44:24
112.xxx.xxx.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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