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로 읽는 생활수필---' 바람의 노래'
 땡초법우 조숙제
 2018-02-21 11:42:47  |   조회: 2100
바람의 노래
조 숙 제(동이면 세산리)


시절 인연이 봄 처녀에게 추파를 던진다. 그 일성으로 성질 급한 개구리가 울음을 터트렸다. 만물이 또 세월 앞에서 변화를 부추긴다. 봄이 온다는 것은 뭇 생명엔 반가운 소식이다. 봄, 임은 환희요 희망이요 생명이다. 된장을 적당히 풀어 장국수를 해 먹고, 빨래해서 널고, 설거지를 깨끗하게 해놓고 나니, 오전이라는 시간대가 금쪽같이 사라졌다. 퇴직하고 백수로 집에서 빈둥거려도, 왼 놈의 집안 살림살이가 이리도 바쁜지, 오전 시간은 과녁을 떠난 화살처럼 지나가 버린다.

겨울엔 점심을 먹고서 곧장 운동한다. 소화도 잘되고 겨울 볕도 즐기며 걷고 걸으면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 보면, 운동에서 오는 피로감은 전혀 느낄 정황이 없다. 뒷산은 오늘도 묵묵히 제 갈 길 앞에서 말이 없다. 수목들은 모두가 본래면목의 자세에서 체로금풍으로 빛을 발한다.

겨울 들녘도 황량하기는 마찬가지다. 그 눈부시던 황금 들녘이 바람만 쓸쓸하다. 붉던 꽃잎과 무성한 잎들은 바람의 노래에 실려, 옛사람들이 낸 길을 따라가고 없다.
‘이 세상에서 그 무엇이 가장 빠를까? ’
비행기, 아닐 것이다. 변화하는 우리네 살림살이가 나는 가장 빠르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생명이 변화해 가는 모습이, 떨어지는 꽃잎과 낙엽보다도, 아니 해와 달이 변해가는 속도보다도 빠르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비록 오늘은 가지만 시절이 인연을 맺으면, 다시 움을 틔워 돌아오지만, 우리네 삶은 한 번 가면 움도 싹도 가히 없지 않던가. 이런 생각에 꼬리를 물면서 걷다 보면, 나의 걷기운동 한 시간은 금세 많은 사색과 정념 속에서 수많은 미망과 번뇌를 낳는다.

여름엔 저녁 무렵에 운동을 한다. 운동을 하다 보면 구슬 같은 땀방울에 젖은, 어르신들 앞을 지날 때면 좀 미안한 감이 든다. 젊은 놈은 팔자걸음으로 흥얼거리고, 늙으신 어르신들이 땀범벅이 된 정경이,
‘문득 생각이 미친다.’
부처님 생존 당시다. 탁발을 나간 부처님께 한 농군이 말했다.
“당신은 사대가 멀쩡한데 어찌 구걸하시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나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양식을 얻는다오.”
“수행자가, 밭을 갈고 씨를 뿌린다니?”
“당신의 소는 어디 있고 씨는 무엇이란 말이요.”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지혜의 밭을 마음의 소가 쟁기로 갈아 믿음의 씨를 뿌려 수확한다오.”
이런 생각을 하니 나의 발걸음이 조금은 가볍다.
대지를 갈아 문전옥답을 일구고, 풍요로운 수확을 할 생각에, 땀에 젖어 밤늦게까지 일을 하시는 우리네 시골의 늙으신 부모님들께 진정한 응원의 박수를 드린다.
‘농자는 천하지대본이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이 진리는 변치 않을 것이라 믿는다. 돈만이 다는 아니다. 땀방울로 몸이 범벅이 되도록 일을 해도, 커다란 돈은 되지 않지만, 묵묵하게 땅속에 자신의 삶의 가치를 묻을 수 있다는 그 자체가 그 얼마나 진실한 삶의 여정이던가.

바람이 분다. 오늘도 바람결에 휘둘려 깊이를 알 수 없는 , 저항할 수 없는 그물에 얽혀, 바람의 아들과 딸들이, 옛사람들이 간 길을 따라간다. 하루에도 골백번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미망의 언덕을 넘어, 그들을 불러 삶의 지혜의 등불로 밝히고자 하는 것이, 나의 희망의 노래요, 바람의 노랫가락은 아닐는지.
2018-02-21 11: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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