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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의 권리를 말하는 이유
최명호 2018-01-10 12:12:15 | 조회: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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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철폐의 목소리를 외쳤다는 이유로 6건의 죄가 있다며 2년 6개월을 구형받던날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의 최후 변론을 함께 공유합니다.

존경하는 재판관님,

제가 이곳 법정에서 유무죄를 판결받기 전에 재판관님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조금 길지만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재판관님,
2015년4월15일, 새벽6시경.
서울시 중랑구에 사는 한 아버지가 가족들이 집안을 비운 사이에 혼자 안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자신의 친자식의 뒤통수를 망치로 세 번치고, 그래도 죽지 않자 목 졸-라 살해한 사건(사건 2015고합111 살인)이 있었습니다.
그 아버지에게 새벽에 망치로 맞아 죽은 친자식은 41살의 지적장애 1급인 장남이었습니다.
그 아버지는 그 아들을 수십년동안 집에서 돌보아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자신이 늙고 병들어 이제 죽을 때가 다 되었고, 자신이 죽고 나면 처와 둘째 아들이 그 장애인 아들을 돌보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심히 부담이 될까봐, 그 장남을 죽이고 자신도 죽으려 했던 비극적인 사건이었습니다.
2016년 11월20일, 전주에서도 한 아버지가 장애인 아들을 목졸-라 죽였습니다.
2016년 11월23일, 경기도 여주에서 또 다시 한 어머니가 장애인 아들을 목졸-라 죽였습니다.
단 3일 동안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이 짧은 기간 동안 두 명의 부모가 두 명의 장애인 자녀를 살해하였습니다. 중증장애인들이 이렇게 한명씩 한명씩 그 가족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이는 그 부모와 가족들이 중증장애인을 부양하느라 가중되는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선택한 비극적인 결과였습니다.
재판관님,
그런데 과연 그 부모가 살인자일까요. 저는 더 근본적인 문제에 이 사건들의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회가 장애인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와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에게 조차 죽임을 당하는 중증장애인은 이 사회에서 도대체 어떤 존재입니까.
2001년1월22일,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이 지하철리프트를 타다가 떨어져 사망한 사건이 있습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공간이동’이라는 노래를 만들어 장애인들의 이동권 문제를 이 사회에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다. 시민들과 친숙하게 다가서기 위해 리듬도 경쾌하고 그 당시 유행했던 ‘랩’리듬도 있는 노래입니다.
그 노래의 랩부분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내 모습 지옥같은 세상에 갇혀버린 내 모습,
큰 모순, 자유, 평등, 지키지도 않는 약속”
“흥! 닥치라고 그래, 언제나 우린 소외받아왔고, 방구석에 ‘폐기물’로 살아있고”
“그딴 식으로 쳐다보는 차별의 시선, 위선 속에 동정 받는 병-신 인줄아나!
닥쳐 닥쳐라, 우린 병-F신이 아냐!!”

그 당시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통계에 의하면 장애인인구의 70.5%가 한달에 5번도 외출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었고, 거리의 턱 때문에, 그리고 혼자서 움직 일 수 없는 중증장애인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달에 5번도 외출하지 못했다는 것. 그것은 사회 전체가 장애인들에게 창살없는 감옥 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했습니다. 버스도 같이 탈 수 있도록 계단이 없는 저상버스를 도입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을 만들어서 제3조에 (이동권)이라는 권리를 명시할 수 있었습니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제3조 (이동권) ;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있습니다.
이 법은 2001년에 장애인이 오이도역 지하철 리프트에서 떨어져 사망하고 4년을 싸워서 2005년 1월27일에 제정이 되었던 법입니다. 그리고 12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고속버스, 시외버스, 마을버스는 장애인들이 한 대도 이용할 수 없습니다.
법에는 모든 교통수단을 차별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했지만, 버스사업자나 국가는 우리의 권리를 지켜주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강남고속버스터미널과 동서울버스터미널에 고속버스 차표를 끊고 매번 명절 때 마다 가는 이유입니다. 우리도 법에 명시된 최소한의 권리를 누리고 싶어 버스표를 끊고 고속버스를 타러간 것입니다. 그것이 집회가 되어 불법집회라 검찰이 기소한 것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검찰의 기소를 받아들이다 해도, 중증장애인들도 평등하게 모든 교통수단을 차별없이 안전하게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인 이동권 만큼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동권. 재판관님 그것을 함께 지켜주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중증장애인들은 이동할 수가 없어서,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장애인 중 45%가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학력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노들장애인야학에서 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70명이 넘는 중증장애인들이 학령기에 마땅히 초등학교를 다녔어야 하는데 장애 때문에 받지 못해서 지금 그들과 함께 밤에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과 함께 공부하고 그들이 지역사회에서 완전하게 통합하여, 이 사회에 함께 참여하며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노들장애인야학 학생들 중 다수는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살기 위하여, 늦은 나이에 장애인을 수용하는 거주시설에서 탈출하듯 나온 사람들입니다. 어떤 이들은 밤에 시설에서 기어서 탈출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와 함께 공부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애인을 수용하는 거주시설.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큰 곳이 바로 ‘꽃동네’입니다. 교황님께서 한국에 방문하신다 했을 때 저희들은 많이 기뻤습니다. 세월호 광장에 유가족들을 만나서 위로한다는 뉴스를 보며 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기쁨도 잠깐이었습니다. 교황님께서 ‘꽃동네’를 방문하신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우리는 아무리 장애가 심한 중증장애인도 수용중심의 거주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나와서 살 수 있도록 정부에게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택을 마련해 달라 요구하고, 활동보조서비스 시간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를 폐지해서 중증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만큼 서비스를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탈시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기 때문에 교황님의 꽃동네 방문 소식은 우리의 눈앞을 캄캄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명동성당을 찾아갔습니다. 저희는 단지 교황님께서 대표적인 장애인 수용시설인 꽃동네를 찾아가지 말아달라고 간곡하게 의사를 전달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교황님처럼 힘있는 분들이 한국에 오셔서 꽃동네를 간다는 것은 한국에서 탈시설을 꿈꾸고 있는 중증장애인들에게 큰 절망을 안겨다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장애인의 현실을 잘 모르는 비장애인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 수용시설을 유지하는데 기여해 온 정부가 그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근거가 될까봐 심히 우려되었기 때문입니다. 명동성당을 찾아간 것은 이밖에 다른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명동성당에서 우리를 막아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교회가 힘없는 약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포용하는 곳이라 생각했던 것이 우리들의 착각이었나 봅니다. 다만 이러한 이유로 명동성당에 들어가려다 갑자기 일어난 불상사에 대해서는 명동성당에 깊이 사과를 드렸고 지금도 사과를 드리고 싶습니다.
재판관님,
우리 노들장애인야학 학생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 저는 개-새-끼입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 학생은 35년이 넘어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나왔고 노들야학을 다니면서 글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어릴 적에는 집구석에서만 있었고, 부모님들이 직장에 나갈 때면 그는 ‘밥 먹어라. 집 잘봐라’란 말만 들어야 했습니다. 저녁에 돌아오면 ‘밥 먹었냐. 집 잘봤냐’며 한 말이 그가 들은 말의 전부였습니다. 동생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면 구석방으로 비켜서 혼자 지내야 했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개-새-끼’라 여겼답니다. 집만 지키는 ‘개-새-끼’말입니다.
재판장님,
부모에게 맞아죽어야 했던 그 자식들의 처참한 현실과, 자신을 ‘개-새-끼’라 생각하는 우리 노들장애인야학 학생들의 피눈물 나는 고백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겠습니까.
그런데 헌법 제11조1항에는「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과연 그것이 진실인지 알고 싶습니다.
그 진실을 재판관님께서 지켜주시고 증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장애인들은 방구석과 시설에서 쓸모없는 폐기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가족이 부담스러워 그 자식을 죽였습니다. 그 자식을 집구석에 개-새-끼처럼 묶어두고 있습니다. 그것도 부담스러우면 장애인을 수용하는 시설로 보내버렸습니다.
모든 국민은 차별받지 말아야 합니다.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도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가 있고, 그것은 개인과 가족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입니다. 그래야 최소한의 ‘나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대한민국에는 중증장애인들이 살아갈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습니다. 헌법은, 법은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하지만, 정부는 언제나 예산타령으로 그 법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제가 참여했던 그 모든 집회와 시위는 중증장애인들이 이 세상에서 ‘폐기물’로 처분당하지 않기 위함이었습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소리높여 외친 목소리였습니다. 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 사회에서 무척 외롭고 힘든 일입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중증장애인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그 권리를 노래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차별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그 권리가 뿌리 내리게 해주십시오.
재판관님, 긴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8.1.9.
박경석 드림.
2018-01-10 12:12:15
221.xxx.xxx.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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