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학교 통폐합 논의를 지켜보면서
 조만희
 2017-12-05 23:27:37  |   조회: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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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통폐합 논의를 지켜보면서
조만희

요즘 옥천은 학교 통폐합 문제가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사회에 수십 년 동안 존재하던 학교가 갑자기 사라진다는 것은 지역민들에게 분명 충격적인 사건일 것이다. 지역에서 차지하는 학교의 역할과 존재감을 잘 알기에 나 역시 지역민들의 상실감과 분노를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작금의 옥천신문 보도내용을 보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 의도하는 바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조금 생각해볼 부분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특히 옥천신문의 논조에는 대책 없이 분노만 앞선 듯하다. 지역민들이야 그렇다 해도 신문은 좀 더 냉정해야만 되지 않겠는가?
누구든 분노하기는 쉽다. 그러나 대안 없는 분노는 메아리로 끝나기 십상이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레지스탕스 스테판 에셀은 백수에 가까운 나이에도 분노할 줄 모르는 젊은 세대들을 향해 ‘분노하라’고 일갈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분노지점이 정확히 ‘불의에 저항하라’ 에 있었기에 누구든 그의 외침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분노는 모든 해결의 출발점일 수 있다. 세상을 바꾸는 원천이 분노에 있음은 저 촛불시위로 이미 충분히 증명되었다. 그러나 분노의 지점에는 반드시 불의에 대한 저항이 있어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말도 되지 않는 ‘박근혜를 내 놓으라’고 분노하는 것은 어이없음이다. 어이없긴 하지만 그들에게도 나름대로의 정당성이 있을 수 있다. 만일 그들에게 잘못된 정보가 주입 되고 그것을 정의로 오인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유신헌법을 최고로 여겼다. 이에 반대하는 무리는 역적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배웠다. 그게 전부인 줄 알고 그들에게 분노했었다.

옥천신문의 보도 내용을 보면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이 약간 비틀어져 있다. 나는 그것이 옥천신문의 어떤 의도성 때문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단지 펙트에 대한 정보가 다소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 아닌가 생각할 따름이다.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거기에 있다.
나는 30여 년 간을 교육계에 있었다. 그 중 대부분을 옥천지역에서 근무해왔다. 특히 작은 학교를 선호해서 청산중학교에 7년(두 번 근무), 이원중학교에서 4년을 근무했고 현재는 안내중학교에 2년차로 근무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교직 생활을 현재 근무하고 있는 안내중학교에서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기도 하다.
나는 작은 학교에서 오래도록 근무해왔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작은 학교의 특성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작은 학교를 진정 사랑했고 또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을 좋아했기에 나는 누구 못지 않게 작은학교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번 통폐합 논의를 외면할 수만은 없었다.
교육이란 배우고자 욕망하는 자에게 누군가 그에 부응해서 가르침을 주는 행위라 할 수 있다. 학교는 교육 행위가 원만히 이루어지도록 돕기 위한 장소로 존재한다. 학교가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할 때 학교의 존재 이유는 상실한다. 교사 또한 마찬가지다. 따라서 학생이 존재하지 않으면 그 모든 것은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학교의 진정한 주인은 학생일 수밖에 없다.
옥천신문은 바로 그 학생 부분을 놓치고 있다. 옥천신문은 이 부분을 좀 더 세밀히 살펴봤어야 했다. 그런 다음 학교 통폐합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냈어야 했다. 그랬다면 좀 더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논의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주무관청이 현안 문제를 미숙하게 처리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현재 내가 근무하고 있는 안내중학교의 전체 학생 수는 17명이다. 1학년 4명, 2학년 8명, 3학년 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이들을 만난 것을 큰 행운으로 여기고 있다. 작은 학교는 많은 장점이 있다. 그 중에서도 전교생이 한 가족처럼 공동체를 이루고 생활한다는 것은 그 중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장점 못지않게 큰 단점도 있다. 이곳에서 교직생활을 하고 있는 교사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항이지만 밖에서는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것은 교육 활동에 관한 부분이다. 4명을 한 반 교실에 두고 수업을 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개개인에게 하나하나 자세히 알려 줄 수 있어 얼마나 교육적 효과가 크겠느냐고 하는데 실은 정 반대일 경우가 많다. 중학교는 과목마다 그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교사가 들어오게 돼 있는 시스템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작은 학교라 할지라도 개별 과목 수업을 해야 한다. 국어도 영어도 체육도 음악도~~~
체육 수업을 상상해 보라. 운동장에 4명 달랑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수업이 얼마나 될까? 축구는커녕 농구도 피구도 심지어 탁구조차 복식 팀을 꾸릴 수 없어 원만한 수업이 어렵다. 음악은 또 어떤가? 합창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겠는가? 내가 가르치는 사회와 역사 수업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협동 수업이나 토론 수업을 진행하기도 어렵고 과제도 다양하게 제시하기가 어렵다. 매 과목이 그런 고충을 안고 있다. 거기다가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수업 방해를 일삼는 아이가 있게 되면 전체 수업은 금방 망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학생들을 위해 최선의 서비스를 다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 활동을 직접 와서 본다면 다들 놀랄 것이다. 학교에서는 다양한 체험학습을 통해 아이들이 사회에 보다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금년에도 많은 프로그램이 제공되었고 이를 위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다. 이에 대한 예산은 전액 국고에서 지원되고 있다. 국고는 학생 수가 아닌 학교 단위, 학급단위로 지원되기 때문에 그 예산은 막대하다. 담당 선생님들은 그 많은 돈을 학생을 위해 어떻게 써야 할지 늘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금년에 우리학교 아이들이 현장 체험한 내용들이다.
프로야구 개막 경기 관람, 승마 체험, 대전 복합영화관에서 개봉영화 보기, 김장담가 독거노인에게 선물하고 한통은 집으로 가져가기, 대전에 있는 극장 방문해서 배우들과 연극놀이하고 연극 관람하기, 영화감독 초빙해서 영화 찍기, 뮤지컬 관람하기, 난계국악마을 방문해서 국악기 만들어보기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앞으로 2박3일 동안 서울로 가서 역사 문화 탐방을 하는 체험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다. 여기에는 1인당 수 십 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스키 캠프와 평창동계올림픽 체험활동도 계획돼 있어 곧 실현될 것이다. 지금 안내중학교 아이들이 누리는 혜택은 웬만한 부자집 아이들도 체험하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방과 후 활동 또한 규모에 비해 살뜰하다. 사물놀이와 목공배우기, 우크랠라 배우기, 요리배우기, 사진 찍기 등 다양하다.
이러한 활동을 어디에서 맛볼 수 있는가? 각종 자체 경시대회를 통해 지급되는 상품권도 학생 수가 적다보니 수없이 받아볼 수 있다. 장학 혜택도 많아서 1인당 30만원 50만원 하는 장학금을 받은 아이가 이미 여럿이다. 심지어 체육담당 선생은 아이들 자존감을 심어 준다면서 롱패딩을 지급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곧 지급될 것이다.
그런데도 밖에서는 아이들을 유인하기 위한 학교 자체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비판하기 일쑤다. 그들은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 내용을 어디까지 들여다봤는가? 이와 같은 일련의 사업은 우리 학교만의 사업이 아니다. 작은 학교 살리기 프로젝트는 국가적 과업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수많은 돈이 투자되면서 진행돼왔다. 따라서 옥천 관내에 있는 작은 학교 모두가 우리 학교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이 공짜다 보니 그것도 교육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한다. 피자와 닭볶음을 수시로 사 먹이고, 탕수육에 온갖 고급 요리를 시도 때도 없이 제공 한다.
이와 같은 실정인데도 내년 예정된 신입생은 달랑 3명 뿐이다. 안내초와 안남초가 각 6명 씩 졸업을 하게 되어 있는데 그 중 3명 만이 우리 학교에 오겠다는 것이다. 양쪽 학교 아이들이 다 온다면 12명이 입학을 하게 되므로 학교 통폐합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안내초는 우리 학교로 진학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우리학교에서 주는 각종 혜택을 모르기 때문에 그러한 선택을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들이 우리학교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그것은 학생 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적어도 20명은 돼야 거기서 친구도 사귀고 함께 경쟁하면서 공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들의 입장인 것이다. 이것을 제압할 수 있는 논리는 그 어디에도 없다. 특히 안내초에서 안내중으로 진학하는 것은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말릴 방도도 없다.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과연 나는 4~5명에 불과한 학급에 내 아이를 망설임 없이 입학시킬 수 있는가? 이미 아이들은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통해서 오래도록 이들과 함께 생활해 왔다. 모든 것을 아이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 세상의 어느 누구도 학교를 위해서, 또는 지역사회를 위해서 내 아이를 희생시켜도 좋다는 부모는 없다.

그런데 내년 안남초 신입생은 달랑 한명이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학교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2편으로 이어짐
2017-12-05 23:27:37
175.xxx.xxx.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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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희 2017-12-06 16:19:56 211.xxx.xxx.30
안남주민님의 글을 읽고 저도 마음이 아프네요. 저는 오래전 부터 안남분들과 많은 교류를 해왔습니다. 그래서 그곳 실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주민님의 표현대로 아이들은 상처받으면서도 서로 위로 하면서 잘 자라고 있습니다. 제가 글의 촛점은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더 좋은 방안을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의사가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듯이 말입니다. 혹여 제 글로 인해 상처를 받았거나 불편한 점을 느끼셨다면 그것은 누구를 특정하여 의도적으로 한 것이 아니니 널리 혜량하여 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이 문제를 경쟁교육의 원리나 경제 논리로 접근하지 않았음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휴우~ 2017-12-06 15:53:11 112.xxx.xxx.177
지금까지 작은학교 통폐합과 관련된 찬반을 이상과 현실, 또는 당위성과 현실의 차이에서 오는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 말고도 또 다른 요인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된 좋은 글입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닌데...옥천신문은 좀 오바하는 경향이 있는듯 싶고,
아무튼 지역이나 학교 자체가 아니라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 참으로 적확하다고 봅니다.
이어지는 글을 기대해 봅니다.

안남주민 2017-12-06 13:56:00 175.xxx.xxx.183
선생님 글 잘 읽었습니다. 교직생활 하시면서 경험한 이야기라 사실 마음이 아프네요. 저는 안남에 산지 3년 밖에 되지 않아서 선생님의 경험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제가 본 안남 아이들은 자존감이 그렇게 낮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정환경의 어려움이나 자신들의 아픔들을 서로 보듬고 서로를 인정해주는 아이들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성장의 속도가 빠르지는 않습니다. 몇몇 되지 않아서 작은 행동 하나, 말 한마디에 아이들의 자존감까지 평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또 바라는게 있다면 작은 학교 교사들이 학년 중심에서 벗어나 전교생의 통합교육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교사들이 키우길 바랍니다. 학생수가 적은 학교가 다 없어지면 결국은 경제논리인데, 다른 것은 몰라도 교육은 경제 논리가 아니라 한 아이라도 온 마을이 키울 수 있는 자세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수학공부 영어공부가 우선이 아니라 학교에서 체험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한 아이당 많은 지원금을 받고 있는 것이 자랑이 아니라 한 아이 한아이 포기하지 않고 수업에 참여시키기 위한 교사의 노력이 많이 뒷받침되기를 바랍니다. 교육청의 경제논리에 작은학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부모, 지역이 몇몇 되지 않는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 돕고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입학생이 적은 것은 다들 도시로의 삶을 선택하고 농촌에서 비젼을 보지 못하기 때문인데 어찌 농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시나요? 저는 아이들을 비인가 대안학교에 보냈습니다. 안내중학교의 학생수가 적어서 선택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경쟁을 강조하는 교육을 선택하지 않은 것입니다. 작은 학교는 경쟁하는 교육, 보이기 위한 교육, 대학가기위한 교육 중심이 아니라 아이 하나 하나에 집중하고 성장을 돕는 장점을 살려서 교육의 방향도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지역에 대한 애정만큼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만큼 지역에서 잘 풀어나가길 희망합니다.


2017-12-06 13:19:12 118.xxx.xxx.86
여러가지 혜택중 특별히 잘 하도록 지도를 해서 학교 홍보를 하고, 부모님들이 좋아할만한 영어회화나 수학경시대회,과학경시대회등 옥천에서도 버스타고 통학 할 정도의 교육수준을 만들어 보시는건 어떤가요?시골 아이들이라 옥천아이들에 비해 과외도 못할텐데 학교에서 더 해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안내중에서 옥천고 1등을 배출할만큼 공부만 열심히 하고 잘한다면 학급당 인원은 적은게 좋은거 아닐끼요? 부모입장에서 공부만큼 큰 메리트는 없을 테니까요...

옥천군민 2017-12-06 10:00:49 211.xxx.xxx.114
잘 읽었네요~
저또한 미처 몰랐던 내용들...많이 얻고 갑니다.
우리모두 학교 통페합에 대해 한번 더 신중히 생각해 볼 문제라 여겨집니다.

흠.. 2017-12-06 07:03:13 115.xxx.xxx.232
오~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군요..
미처 몰랐던 내용이 많네요..다음 글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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