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그리고 교권에 대하여
 조만희
 2000-12-15 12:23:55  |   조회: 4523
첨부파일 : -
♠이 글은 지난번에 올린 글(1079호)을 다시 한번 퍼 올리는 것입니다. 먼저 길손 님께 널리 용서를 구하는 바입니다. 이 글을 다시 올리게 된 동기는 최근에 뜨겁게 달아오른 죽향초등학교 김 선생님 건을 지켜보면서 이 역시 중대한 교권 침해 사례라는 사실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차제에 교권 문제와 더불어 교육 전반에 대한 심대한 고민의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입고 계실 김영희 선생님께 끝없는 격려와 용기의 박수를 보내는 바입니다.

길손 님께!
우선 제 글에 대해 관심을 보여 주신데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길손 님의 글 중에 저와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어서 몇 자 적습니다. 길손 님의 논조를 살펴보면 제가 주장하는 바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듯 합니다. 세상에는 정말 비상식적인 일들이 허다하게 일어나고 있지요. 예전에 없던 원조 교제, 제 자식 손가락 절단 사건 등도 따지고 보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일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좀더 넓은 상식의 틀에서 보면 그러한 것들은 일어날 수 있는 일들입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것들은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주로 음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원조교제, 자식 손가락 절단 사건 등은 결코 양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아닙니다. 공개적으로 원조교제를 하거나 돈이 필요하다고 만천하에 드러내놓고 제 자식 손가락 절단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혹여 공개적으로 그러한 일들을 벌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히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책임을 질 각오를 하고 있거나 아니면 정신병자 일 것입니다.

음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로 일어납니다. 그것은 오늘날 갑자기 일어난 현상도 아니며, 과거에도 있었고 미래에도 일어날 것입니다. 범죄는 결코 드러내놓고 하지 않습니다. 교육도 공개되지 않은 곳에서 행해질 때는 음습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지요. 사제지간인 남녀가 과외 중에 불미한 일을 저질렀다든지, 촌지로 교육을 사고 파는 행위 등은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가운데 일어나는 것들입니다. 따라서 길손 님께서 지적하신 손가락 절단 건이나, 원조교제는 제가 주장하는 상식에 대한 비판의 예로 삼기에는 적당치 않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교육은 공개된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수 십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개성이 다른 많은 선생님들께서 나름대로 사명을 가지고 교육을 전개합니다. 따라서 많은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학생의 얼굴에 침을 뱉으며 모욕을 주거나 실내화를 햝으라고 하는 등의 벌칙은 결코 교육 현장에서 있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만일 그러한 일이 실재한다면 그 교육자는 교육자 길을 포기한 사람으로 교육 현장을 떠날 각오를 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정신건강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그러면 학생이 이런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노 선생님이 뭔가 그 학생에게 모욕을 준 일이 있거나 기분 나쁘게 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겠지요. 그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생각이지요. 학교 현장에서는 매일매일이 학생들과의 전쟁입니다. 그 과정에서 모욕을 당하는 놈은 수시로 나타나고 얻어맞는 경우도 흔히 있지요. 선생님이 이유 없이 아이들을 때리고 모욕을 줍니까? 그야말로 아이들이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이 당한 것만을 황당하게 부풀려서 공개된 자리에 터트린다면 어느 누군들 교육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노 선생님 건은 분명히 본질에 비해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는 사안입니다. 학생들이 노 선생님의 지도방식을 더 이상 참을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어 일으킨 나름대로 이유 있는 항변의 성격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노 선생님 건은 그 학교 문제아들의 지도과정에서 일어난 돌출행동이라는 것이 그 학교 선생님들의 일치된 시각인 것입니다. 다만 학생들의 장래를 생각해서 더 이상 확대시키지 않을 따름인 것입니다.

학생이 등교시간을 제 멋대로 하고(3교시 후에 학교를 오거나 4교시 지난 후 학교를 오는 학생이 있다면 그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까? 그것도 한 두 번이 아닌 수 십 회에 걸쳐 그런 일을 반복한다면---), 또 시도 때도 없이 수업 도중에 도망치거나 툭하면 작당하여 가출을 일삼으며, 선생님이 학생의 잘못을 지적하면 눈을 부라리고 맞서며 쌍스런 욕을 하는 학생이 있다면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요즘 학교 현장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노 선생님 건이 등장한 배경에는 이러한 문제가 도사려 있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학생의 어이없는 비행을 나름대로 지도하고자 하는 가운데 나온 돌출 행위인 것입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잘못을 시정할 생각은 않고 선생님의 약점을 찾아 전후 과정 싹둑 자르고 익명으로 인터넷의 그늘 속에서 무차별로 공격해 온다면 교권은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교권 차원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현재 노 선생님은 이번 건으로 치명적인 명예의 손상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선생님이든 노 선생님 건에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현재와 같은 방법으로 아이들이 공격해 온다면 어느 선생님이든 피할 길이 없습니다. 교육과정 속에서 일어난 인간적인 실수도 때에 따라서는 커다란 약점으로 둔갑되어 비수로 꽂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교육은 열린 공간에서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공개적인 행위인 것입니다. 학생이 지켜보고, 동료 선생님들이 지켜보고, 또한 학부형들이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전개되는 교육은 인간적인 신뢰가 있어야 싹이 틉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노 선생님과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번 일에 개입한 부분을 개인적인 친분관계의 시각으로만 보면 곤란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 동안 억눌려 지내기만 하던 아이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분명히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그 동안 사각지대로 몰려있던 아이들의 인권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그 동안 지나치게 권위적으로 다스리려 했던 어른들의 무지에서 비롯됐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들이 제 목소리를 낼 곳을 찾지 못하다 이제 겨우 소리 지를 수 있는 통로를 찾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현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목소리가 학생들의 비행을 두둔하기 위한 장소가 되어 스승의 인격을 모함하는 장소로 돌변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선생님들은 수 십명, 수 백명을 상대로 교육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학생을 만족시킬 수 있는 교육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선생님의 교육 방식에 불만을 가진 학생이 늘 존재하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노 선생님의 교육 방식에 불만을 품거나 인간적으로 싫어하는 학생은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지도 내용이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선생님의 인간적인 약점을 과대 포장하여 파렴치범으로 몰아간다면 이 땅에 교육이 어떻게 자리잡을 수 있겠습니까?

요즘 비행 청소년들의 비행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교육 현장을 들여다보지 않고는 그 실정을 잘 알지 못 합니다. 이 곳이 공개된 장소이기에 차마 말할 수 없는 어이없는 비행을 저지르는 청소년이 우리 주변에도 많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앉아서 비행 청소년을 비난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막상 그들을 끌어안고 지도하는 문제에 이르면 모두들 어려워합니다.

다시 본 문제로 돌아가겠습니다. 공개된 장소에서 교육을 행하는 선생님을 어떤 의도를 품고 터무니없는 내용으로 과대 포장하여 파렴치범으로 몰아가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본질을 저버린 엄청난 해악인 것입니다. 저는 이 문제를 접하면서 교권 문제와 더불어 익명의 공간 속에서 무차별로 행해지고 있는 사이버 폭력에 대한 대처 방안도 교육적 측면에서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아무리 아이들이 미운 행동을 할지라도 그들 역시 우리 모두의 자식일 수밖에 없습니다.

끝임 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교육자들이야말로 시대에 걸맞게 변해야 한다는 질책에 감사드리며 저 자신 그에 부응하도록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덧붙여 ; 먼저 번 글 중에 사이버 테러라는 용어를 사용한 점은 교육자적 입장에서 적절치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이 문제의 성격은 그와 유사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언어의 선택이 적절치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사과 드리는 바입니다.

★교육에 무한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신 길손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00-12-15 12:23:55
211.xxx.xx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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