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문제에 대한 오해와 이해
 임영주
 2000-12-04 03:51:44  |   조회: 7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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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글)

제목 : 두발문제에 대한 오해와 이해

* 단대부고 학교 축제 행사의 하나로 열린 교사, 학생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


두발 문제의 현상과 본질


1. 요즈음 아이들은요?

"요즘 청소년들은 유행에 매우 민감하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옷이나 모자, 신발, 악세사리 등이 바로 청소년 들의 유행 필수품이 되고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연예인들과 비슷해지려고 노력한다. 이런 학생들의 세련되어 지려 는 욕구들이 학교의 교칙과 맞딱드리게 된다. 청소년 즉, 학생들은 긴 머리와 빨강, 노랑 등의 색깔로 염색하길 원 한다. 하지만 거의 모든 학교에서 염색이나 긴 머리를 규제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 단대부고에서는 일명 단웅형 이라 는 앞머리 5cm의 짧은 머리를 교칙으로 정하고 단속하고 잇다. 대부분의 남학교들은 스포츠형 머리를 교칙으로 하고 있다. 말 그대로 활동이 많고 땀을 많이 흘리는 군인이나 운동선수들이 하는 짧은 머리를 말이다.

대개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3가지 정도로 나누어진다. 힙합 스타일, 복고 스타일, 그리고 정장 스타일 이다.

먼저 힙합 스타일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 힙합이라는 것은 음악의 한 장르인데 최근에 우리 나라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힙합이라는 음악장르가 우리 나라에서 유행을 하면서 힙합을 하는 가수들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서 요즘에 거의 대부분의 댄스가수들이 힙합 스타일을 선호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힙합 스타일을 유행시키기 시작했고, 청소년들의 우상인 'HOT' 나 '젝스키스'는 물론 여성 댄스 가수들 까지도 힙합 스타일을 선호하고 있다. 이들의 영향으로 요즘엔 초등학생들까지도 힙합바지를 입고, 염색을 하고 다닌다. 최근에는 힙합 스타일이 많이 개량되어 나오기도 한다.

두 번째는 복고 스타일이다. 복고 스타일은 힙합 스타일과 함께 강북, 강남 패션으로 나누기도 한다. 이 복고 스타일은 말 그대로 예전에 유행했던 스타일을 부활시킨 것이다. 나팔바지, 머리핀, 쫄바지, 진한 눈 화장, 그리고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목 바로 뒤까지 올린 가방 등이 복고 스타일로 손꼽힌다. 아직까지는 복고풍 스타일을 선호 하는 사람들의 수는 적지만, 높은 연령층이나 어린 중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복고 스타일은 초기엔 여학 생들 사이에서 많이 유행되던 것이 남학생들 사이에서도 유행이 번지고 있다. 복고 스타일을 굳이 스타들과 연관지어 본다면 개그맨들이 주로 입는다고 할 수 있다. 복고 스타일은 보기에도 재미있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양복을 학생들이 입기 알맞게 개량시킨 정장 스타일이다. 이 정장 스타일은 TV에 나오는 스타들을 모방 하는 것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되고 있다. 정장 스타일은 중고등 학생뿐만 아니라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널리 유행되고 있다.

이렇게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에도 문제점이 있다. 우선 힙합 스타일은 통이 넓고 긴 바지 때문에 땅에 끌려 서 건강에도 해롭고 옷도 지저분해진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끈이 달린 바지나 워커 같은 구두, 큰 신발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복고 스타일이나 정장 스타일은 보기에 좋지 않다. 복고 스타일은 조사 결과 대부분 보기에 좋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정장 스타일은 학생답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물론 기성세대들은 헐렁하게 입는 힙합 스타일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무엇보다도 3가지 스타일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바로 학생 신분으 로서의 경제적 문제 즉, 돈이다. 이런 3가지 스타일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옷이나 장신구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옷과 장신구를 구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조사결과 많은 청소년들은 부모님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은다는 청소년도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부모에게 도움을 청해서 돈을 얻는 경우나 학교에 다니는 학생으로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으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부모님과 학교의 규제도 학생들에겐 또 하나의 문제이다.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학생다운 모습으로 다니기를 원한다. 또 머리를 기르거나 염색한 학생들은 학교의 두발단속에 적발되어 머리를 잘리고 때로는 처벌을 받기도 한다. 거기다 신발까지 값싼 운동화로 규제하기 때문에 구두를 신지 못한다. 이에 많은 학생들은 교복도 양복인데 양복에 누가 운동화를 신느냐고 불평한다.

학생들에게 두발과 복장에 대한 규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하나같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심지어 교사에게 욕을 하는 학생들도 상당수 있었다. 학교라는 것은 선생님들을 위한 곳이 아니고 학생들을 위한 곳이다. 무작정 두발과 복장단속을 하는 것보다는 최소한 학생들이 원하는 쪽으로 교칙을 바꾸어 갔으면 하는 것이 모든 학생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2. 학생들이 보는 두발 규제


한 학급 내에서의 여론 형성 과정(시간과정)

학기초에는 새 학년에 대한 각오, 새 담임과의 관계 등으로 많은 학생들의 두발상태가 학교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다.

그러나 날라리(노는 애들)들을 중심으로 머리가 점점 길어지기 시작한다. 이 때쯤 두발단속이 본격적으로 시작 되고, 많은 아이들이 머리를 잘린다. 이때에는 노는 애들 중심으로 두발단속에 대한 반발심과 함께 규제가 완화되어 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규제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잘린 학생들이(대부분 노는 애들) 다시 머리를 기르려 할 때쯤이면 머리를 기르려 하는 학생의 수는 더욱 증가한다.

다시 말해서, 더 많은 학생들의 머리를 잘리게 되는데 이에 따라 두발규제 완화에 대한 여론이 확산된다.

결국 이렇게 여론은 확산되어 간다. 그러나 어느 수준(반에 따라 다름)에 이르게 되면 더 이상 확산되어 가지 않고 그 수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머리를 길렀던 학생들은 단속에 의해 잘리면서도 끝까지 기르기를 시도 한다. 그리고 그들은 계속해서 여론이 형성되기를 바라며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여론이 퍼져 나가는 과정

여론이 처음부터 모든 학생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노는 애들(날라리)의 이상한 사고들, 즉, 학교 규정을 어기는 것이 마치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것인 양 생각하는 것 때문에, 그들의 패거리들 사이에서 긴 머리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의 힘(?)을 선망하는 이들이 이들을 모방한다. 이것이 점차 확대되어 마치 유행인 듯 번져 나간다. 이때에 기르기 시작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특별한 중심이 없이 다른 애들이 기르기 때문에 기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시기에 이르면 노는 애들 사이에서의 여론이 점차 확대되어 대부분의 학생들의 생각처럼 되어버린다. 그리고 지지기반을 얻은 노는 애들을 중심으로 어느 때 보다도 강력하게 `두발규제철폐'를 요구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한 학급, 한 학급에서 모아진 의견이 모여져서 전체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이렇게 마음속에 있던 의견들이 다른 학교에서 두발 규제를 철폐하기라도 하면 터져나오는 것이다.

학생들의 두발규제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들

<1> 두발규제를 철회하고 자율에 맡겨보자는 의견

대체로 소위 날라리(노는 애들)가 많은 편이다. 이들은 보다 자유로운 학교생활을 원하고 있으며, 사실상 대부분이 머리를 기르고 있다. 즉, 떳떳하게 기르고 싶다는 생각이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보다 더 많이 반영되어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이웃학교들이 규제를 점차 완화하고 있고, 다른 건 몰라도 머리만큼은 내 마음대로 하고싶다는 것 이다. 그러나 선생님들이 주장하고 있는 두발규제의 이유 즉, 두발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다면 성적이 떨어지고 교내 질서가 흐트러질 것이라는 의견에는 전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외모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두발자유를 원하는 학생들과 실제 대화를 해본 결과 이들 이 두발규제에 대해 강한 반발심을 갖는 이유는 짧은 머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고, 짧은 머리로 여학생을 만난 다거나 밖으로 나갈 때 부끄럽다는 것이다.

<2> 두발규제를 지지하고, 지금처럼 불완전하게 시행되기보다는 완벽하게 시행하자는 의견.

이들은 작은 규범 하나하나가 모여서 학교전체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고 현재 시행되고 있는 방법이 잘못된 것이지, 그 근본 취지는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처럼 불완전하게 시행되는 것보다는 완벽하게 시행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두발규제에 대해 반대하는 아이들의 의견이 다소 추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3>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의견. 즉 규제를 완화하는 쪽, 그렇다고 강화하는 쪽 중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의견

사실 두발규제에 대한 두 가지 의견사이에서 가장 시달리고 있는 계층이다. 이들은 기르자니 교칙에 위반되고 자르 자니 왠지 피해보는 듯 해서 항상 머리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러나 특이한 것은 이들이 사실상 두발규제를 강화하느냐, 완화하느냐에 대해서 그리 특별한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두발규제의 문제점

<1> 그 방법이 문제이다.

삭발을 해야할 정도로 머리를 잘린다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 기분 나쁜 일 일수도 있지만,보다 근본적인 것은 머리를 왜 잘려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이유는 없어. 그냥 이건 교칙이니까 넌 잘려야 해." 이런 식이다.

왜 교칙을 지켜야 하고 그에 따라 머리를 왜 잘려야 하는지에 대해 그 많은 학생 하나하나에게 그런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조회시간이나 머리를 자르기 전 학생들을 모아 두고 간단한 설명정도는 해야하는 게 아닐까?

<2> 모든 학생에게 교칙이 동등하게 적용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교실을 둘러보면, 머리가 긴 학생은 사회인 머리만큼 길고 짧은 학생은 무척 짧다. 즉, 교칙이라는 게 모두에게 동등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교칙을 비롯한 모든 규칙은 동등하 게 적용될 때만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교사들은 학생과 담당 교사의 숫자만으로는 단속이 완벽하게 이루어진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한다. 그렇다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두발단속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시행된다는 것을 아예 배제하고 시행한다는 것이다.

<3> 교사들의 자세다.

교사가 머리가 긴 학생의 머리를 자를 때 "미안하지만, 너희들은 교칙을 어겼고, 난 자를 수 밖에 없어."라고 말한 다. 하지만 사실은 이게 아니다. 교사들이 그렇든 아니든 학생들의 눈에는 즐기듯 자르는 표정이 역력하다. 마치 `난 선생이니까 너희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이렇게 생각하는 듯 하다.

<4> 교사들로부터 납득이 가는 이유를 듣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두발규제를 완화하면 성적이 떨어지고, 학생들이 나쁜 길로 빠지게 된다는 정말 황당하고 전혀 근거가 없는 그런 얘기만 늘어놓는다.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게 학생들이 수긍하지 않는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5> 이것이 정말 근본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학교정책 수립시 학생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즉, 모든 규칙들이 교사들선에서 제정, 시행 된다. 때문에 학생들과의 의견대립이 불가피해지기 마련이다.



3. 선생들께서 보시는 두발 규제

선생님들께 "왜 두발에 대해 단속하고 규제해야 하죠?"라고 묻는다면 교내의 기반을 잡고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말씀하신다. 즉, 두발을 규제함으로써 교내의 다른 생활에도 어떤 규제의 효과가 있다는 의견 이다.`두발도 안 되는데 이게 되겠어?'라는 걸 이용하시는 것 같다. 결국 선생님들은 교내의 규칙을 유지, 시행하기 위해서 하나의 수단으로 이를 이용하는 것 같다.


선생님들께서 생각하시는 두발규제의 문제점

<1> 선생님들 사이에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것이다.

두발규제에 대해 지지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혼재해 있다. 이 때문에 모든 학생에게 교칙이 동일하게 적용 되지 않고 있다.

<2> 학생과 교사간의 사이가 벌어지고 있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두발단속에 의해서 교사와 사이가 나빠져 있고, 한 번 벌어진 사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것은 단지 학교에 국한된 문제만이 아니다. 교사와 학생이 서로 불신하고 있다면 이것은 교육적으로 매우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4. 해결 방안

왜 두발규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만 하는가?

위에서 보았듯이 두발규제는 그 추진이 완벽하지가 못하고 교사와 교사,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 사 사이에 의견이 서로 다르고, 이에 따라 서로에 대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결국 언젠가는 어디선가 불만을 터뜨릴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교사와 학생간의 불신과 대립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이것은 협력공동체인 학교의 결속력을 약화 시키고 나아가 교육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 모든 것을 학생자율에 맡기는 방안

이 방안은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자율성을 인정한다는 긍정적인 면을 지니고 있으나 일부 학생들의 도에 지나친 헤어 스타일(염색, 장발)로 그 근본취지인 자율성을 망각한 채 방종으로 흐를 수 있고, 이에 따른 교사-학생간의 마찰이 있을 수 있다.

<2> 규제를 완벽하게 시행

현재 시행중인 교칙의 목적을 완전히 달성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것은 학생들의 자율성을 묵살하고 이에 반대하는 학생들 의 반발로 이 역시 교사-학생간의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실 위의 <1>,<2>는 실현되기에는 너무 많은 과제와 장벽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학생과 교사의 의견이 모두 반영된 3번째 방안을 제시한다.

<3> 반 개방, 반 규제

이 방안은 어느 정도의 자율성과 자유를 허용하면서도 학생들의 도에 지나친 행동들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 구체적이 방법은 `기본 모델로 이 정도는 허용한다'고 선포를 해 놓고 해서는 안될 몇 가지 규칙을 정해 놓는다. (예: 염색, 지나치게 긴 머리....)

그리고 해서는 안 되는 두발을 한 학생에 대해서는 새로 만든 규제를 가하는 것이다.

이 방안은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과 함께 학생들의 생활을 어느 정도 규제하고, 학내질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2가지 의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5. 해결방안을 위한 준비

<1> 학생회, 학급회의의 활성화

학교측에서 어떤 새로운 교칙을 마련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시행하려면 학교측과 학생들간의 정서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양자를 이어줄 매개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학생회와 학급회의의 활성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교칙의 개정시, 학교의 행사 추진시,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주축이 되어 이를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실상 오늘날의 학생회를 보면, 어떤 추진력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담당 교사들의 의견에 따라 일을 추진하고 있고,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학생회가 활성화되려면 학급회의가 활성화되어야 함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학급들에서 모아진 의견이 학생 회에 전달되고 학생회는 이를 바탕으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학생회의 시간이 자습시간으로 전락해버린 현실을 생각 해보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 교사들의 의식개선

교사들의 의식이 개선되어야 새로운 교칙이 시행될 수 있음은 자명하다. 그러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많은 교사들이 아직도 군신관계에 입각한 사제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때는 말이야, 선생님 말씀이면......."이라는 말을 학생들은 종종 듣는다.

그러나 교사들은 당시의 청소년과 오늘날의 청소년은 사고 방식이나 사회적 지휘가 달라졌음을 자각해야 한다. 당시의 청소년과는 달이 오늘날의 청소년은 유행, 소비의 주체가 되었고

이에 따라 그때와는 달리 청소년들은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밝히고 이것이 반영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누구도 자신의 자유 를 침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3> 현재 시행되고 있는 모든 교칙의 완벽한 시행

현재 시행되고 있는 모든 규칙이 완벽히 시행되어야 학생들의 교칙에 대한 신뢰가 쌓이게되고 새로운 교칙을 따르게 된다.

예로, 현재의 두발규제처럼 긴 사람은 길고, 짧은 사람은 짧다면 두발에 대한 새 교칙이 마련 되어도 학생들은 이를 잘 따르 지 않을 것이다. (위 글은 2학년 2반 이고려 군의 글입니다.)



6. 보통의 아이들의 의견

두발규제에 관한 한 나는 우리 학교가 그나마 타학교와 비교했을 때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니라고 믿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인근의 중대부고나 중동고, 상문고와 비교해 본다면 확실히 우리 학교의 학생들은 두발에 관한 한 꽤나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 학교의 `자유롭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학생의 부단한 노력에 의해 얻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이 등교시간, 수업시간, 교사와의 마주침 등에 상당한 정도의 신경을 쓴 다음에 라야 어느 정도 `자유롭다'는 것이다. 결국 여기 서 자유운운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교칙을 어기는 것이다. 단대부고의 규정은 여전히 앞머리 5cm의 스포츠형, 즉 단웅형(이 용어도 사실 우습지만)인 것이다.

두발 규제에 관한 논의가 계속 이루어지다 보면 꽤나 본질적인 물음에 관한 것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학생측이 자유를 외치면 교사들은 방종이라 답할 것이며, 학생들이 학생의 인권에 관해 역설하면 교사들은 배우는 자의 자세 를 언급한다. 더욱 더 진전되면 아마 `진정한 교육자의 역할과 수학자의 자세는 무엇인가`, '교육이란 것이 무엇인가`를 놓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나 일선 고교에서의 두발 규제의 일차적 이유는 생각보다 그리 본질적인 원인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 번 까놓고 이야기해보자. 만약 머리를 적당히 길러 가르마를 타는 정도를 허용하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서울 대 입학수가 40여명에 달한다면, 과연 그 학교에서 `진정한 수학자의 자세' 운운하며 새삼스레 두발규제에 나설 것인가. 어떤 교사는 말할지도 모른다. 너희들이 지킬 것은 지킨 다음에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하지 않느냐.

교사들이 흔히, 그리고 아주 무난히 학생들의 반발에 답하는 말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 것인가. 정말 대다수가 지키면, 그래 서 일정시간이 지나면 학교에서 반대급부로 다시 규제를 완화할 것인가. 만약(그럴 리는 없지만) 우연이라도 두발규제를 강 하게 시행하던 결과 좋은 대입성적을 거두었다면, 과연 학교에서 `너희들이 지켰으니' 규제를 완화할 것인가. 혹 강한 두발 규제 결과 그런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고 기뻐하며 두발규제하는 교사들에게 스스로 믿음을 주는 결과를 초래하진 않을까.

두발규제에 관해 교사와 학생간 토론이 이루어졌을 때 많은 학생들이 교사의 논박을 당해내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교사들이 학생의 두발완화 의견을 강경파로 몰아붙이는데 있다. 즉, 두발을 자유화하면 방종으로 가는 것 아니냐. 두발을 규제할 때도 이 모양인데 자유화하면 교복을 벗어도 학생답긴커녕 염색에, 담배에, 유흥업소에...

거기다 많은 학생들이 주장하지 않는 부분까지 마치 대다수의 학생의 요구사항인냥 교복을 한 번 없애봐라. 과연 학생다움 이란 게 뭐냐. 선진국에서도 다시 교복으로 돌아간다더라. 도대체 사복이 뭐가 좋아서 난리이냐.

잘못된 전제에선 잘못된 결론이 나오기 마련이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두발 완전 자율화를 주장하지 않는다. 교복 자율화에 대해선 더 그렇다. 염색은 말할 것도 없다. 일부 학생의 급진적 자율화 주장이 심지어 같은 학생들 일부를 두발규제 옹호론 자로 만든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의견을-그들이 논파하기 쉽게-강경파로 밀어붙이며, 그로 인해 오히려 일부 학생들의 지원 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혹 비겁한 방식이 아닌지. 한 집단의 의견을 반박하기 위해선 그 집단의 온건적인 소리에 대해선 못 들은 척 하고 강경적인 일부 의견으로 몰아붙인 후 그 의견을 논파하는 것이 쉬운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그리 공정하게 토론에 임하는 자세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두발규제에 관하여 대다수의 학생의 의견은 아주 단순하다. 완전 자율화가 아니라 규제완화(제발 왜곡하질 말길!!)를 외치 는 것이다. 아니, 외침도 아니다. 오히려 학생들의 의견주장은 조심스럽기까지 하다. 아무도 `두발자유`를 외치며 당선됐던 학생회장에게 가서 심각하게 공약불이행의 책임을 지라고 소리치지 않는다. 학교에 대자보를 붙이지도 않고, 머리카락을 자르는 현장에서 학생의 인권을 부르짖는 학생도 없다. 두발규제에 관해서 수업시간에 언급할 기회가 있을 때에나 어중이 떠중이 한 번 쯤 소리칠 뿐 선생과 얼굴 붉히면서 끝까지 토론에 나서는 학생도 학교의 두발단속에 무의식적으로 익숙해진 듯 당장 다음날 단속교사의 교문단속을 피해 다닌다.

난 여기서 심각하게 학생의 인권이나 헌법의 신체자유조항까지 들먹일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그런 식으로 주장이 나가면 교사들, 심지어 같은 학생들로부터도 비웃음을 받기 십상이다. 학생들이 교사들로부터 듣고 싶은 것은 두발 자율화에 대한 부당성이 아니라 규제완화의 부당성에 대한 성실한 답변이다.

사실 대다수 학생들의 이 주장은 일부 강경한(사실 그리 학구적이지 않은) 학생들로부터도 비난받을 수도 있는 온건, 아니 어쩌면 중도적인 주장이다. 그런 점을 대다수의 교사들이 알아주었으면 하고 또 알고 있다고 난 믿고 있다.

난 이런 의미에서 축제를 맞이한 이러한 심포지엄을 여는 우리 학교가 정말 자랑스럽다. 다른 어떤 학교도 이런 경우는 흔한 경우가 아니기 때문이다.(아마 일부 교사들에겐 이러한 심포지엄 자체가 못 마땅할 것이다.) 이런 정도의 자율성을 가진 학교 가 조금만 더 나아갈 수 있을 텐데..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이러한 민감한 문제에 관해 교사와 학생들간의 대화창구는 전무 하기 때문에 대화가 이루어진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크게 고무적인 일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칼 쥔 쪽은 학교이기에, 우리 가 어떤 논리와 근거와 자료를 대든지 학교에서 "NO" 라면 끝이라는 것을 알기에, 대화 `자체'만으로도 고무된다는 말이다.

어쩌면 학교는 솔직히 말해야 할지 모른다. 학생들의 두발 완전 자율화에 대해선 할 말이 많지만 적당한 규제완화의 부당성 에 대해선 사실 적당한 반박거리가 없다고.

차라리 이런 걸 솔직히 발표하고 `그래도 규제를 완화하면 학교가 진 것 같은 느낌을 주어 학생들을 제어하기 힘들어 분위 기가 풀어질 것` 또는 '본인은 머리길이와 성적은 반비례하다는 것을 굳게 믿기 때문에 제군들에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라며 학생들에게 진심어린 양해를 구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도 해 본다.

끝으로 우리 학교의 실제적(?) 두발 규제가 다른 학교에 비하면 비교적 자율적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언급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하나의 사회 속에서 공식과 비공식이라는 엄연한 차이를 학생들은 알고 있고 또 우리학교 학생의 가슴속에 좀 더 멋지고 진보적인 학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교사들은 믿어주었으면 한다.

2000-12-04 03:5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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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zz 2023-01-23 14:57:06 211.xxx.xxx.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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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zz 2023-01-23 13:06:22 210.xxx.xxx.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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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대전-옥천간 경전철 안 만드나.... (1)나도 - 2004-01-16 605
RE 대전-옥천간 경전철 안 만드나....옥천사랑 - 2004-01-15 519
본인 요청에 의해 삭제합니다익명 - 2004-03-07 766
한나라, 자민련과 합당 추진퍼미 - 2004-01-14 431
심 규철의 `신중론'의 허실 중에 실만 있는 (2)허참...... - 2004-01-14 386
RE 무식의 절정무식한 심 - 2004-01-14 438
뺑소니 사망사고 용의 차량을 찾습니다옥천경찰서 - 2004-01-13 510
미국에 '개기는' 브라질의 '꼴통질'이 부럽다오지혜의 '세상사는 - 2004-01-13 475
누가 왜 <친일인명사전> 예산을 잘랐나 (3)민족문제연구소 이사 - 2004-01-13 413
[동영상] `이게 노무현 정부야?'퍼미 - 2004-01-13 472
RE [동영상] `이게 노무현 정부야?'기가 - 2004-01-13 367
비밀 헛소리하는 심규찰이는 완전히 갈아 치워야!!알딸딸 - 2004-01-10 504
안티조선하는 놈들에게 (3)독도망언 - 2004-01-10 557
RE 싸가지하고는....금구리맨 - 2004-01-10 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