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복장 규제는 인권 침해입니다”
 임영주
 2000-12-04 03:30:51  |   조회: 7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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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규제를 생각하시는 분들 참고하세요)


제목 : 두발·복장 규제는 인권 침해입니다”

“3㎝에서 5㎝로, 5㎝에서 8㎝로, 이번에는 윗눈썹까지만… (남학생 앞머리)” “귀밑 1㎝에서 어깨까지… (여학생 뒷머리).”
우리나라 남녀 중·고등학생들의 머리카락 길이를 규제해온 규정들 이다. 하지만 우리의 학생들은 조만간 두발을 ‘어느 정도 범위 안에 서’ 자유롭게 기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두발자유화에 대한 반대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청소년 교육 에 30여 년을 헌신한 서울 월계중의 김삼랑 교장은 “나의 경험에 의하면 두발이 길어지면 학업성적이 떨어지고, 그 다음에는 행실이 나빠진다”고 말했다. 학생의 두발이 길어지는 것에 대한 현장 교육 자의 우려는 그만큼 크다.

지난 9월 30일 토요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유네스코 회관 앞에서는 중·고등학생들의 소규모 집회가 열렸다. 행사는 흔히 보던 성인들의 시위와는 달리 청소년들이 주장을 펴는 색다른 집회였다.

전국중고등학생연합(가칭) 소속 회원 20여 명은 “학교에서는 우리 학생들이 주인이 되고 싶다” “왜 학생들은 모두 똑같은 두발에다 똑같은 옷을 입어야 하느냐”고 외쳤다. 학생들은 “요즘 교소도에 끌려간 사람들도 두발을 자유롭게 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학 생은 ‘학교 민주화 공동선언(초안)’을 배포하면서 자신들이 학교의 주인으로 대접받고 싶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교복 차림이 아니라 평상복과 개량한복을 입고 얼굴을 빨 갛게 칠하는 등 한껏 ‘끼’를 살린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들은 “학 생도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누릴 권리를 가진 교육의 주체다. 타 율과 강압으로 가득 찬 학교 울타리에 갇힌 채 삶의 지혜를 터득하 는 교육 본연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자유발언대가 마련돼 지나가던 학생들도 집회에 참여 해 자신들의 의견을 말했다. 방이중과 서라벌고의 랩 동아리들은 랩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이같은 집회는 지난 7월 26일에도 있었다.

학생들의 두발자유화 운동이 고조되자 모 방송국은 두발자유화 관련 토론프로그램에 학생연합의 대표 육이은군(여의도고 2년)을 출연시켜 토론을 벌이게 했다. 육군은 이 토론프로그램이 마련된 이래 최연소 출연자였다고 한다.

중고등학생들의 두발자유화 요구는 현실세계(오프라인)에서 뿐만 아 니라 온라인에서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청소년 웹 연대 WIT H’는 지난 5월 11일 이래 인터넷상에서 두발자유화 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있던 사이버유스(CyberYouth)·채널텐(Ch10)· 아이두(idoo) 등 3개 사이트 운영자들은 두발 제한 철폐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웹 커뮤니티 ‘아이두’의 서버에 ‘Nocut’ 이라는 프로젝트명(www.idoo.net/nocut)으로 두발규제 반대 서명운동 을 전개하고 있다.

5개월이 경과한 10월 14일 현재 서명자 수는 11만 명을 훌쩍 넘어섰 고 숫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학생들 뿐만 아니 라 과거에 머리를 ‘바리캉’으로 잘린 경험을 가진 교사와 일반인 도 서명에 동조하고 있다.

군대를 제대한 31세의 대한남아라고 밝힌 서명자는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과 비교해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면서 학생들의 뜻에 동의했다. 부여고등학교의 윤여관 교사는 두발 규제에 대해 “개인의 신체적 표현을 강제적으로 통제하는 행위”라면서 현 재 중고교에서 시행 중인 교칙(학생자율생활 규정)은 위헌소지가 있 다는 글을 올렸다.

WITH는 두발자유화 운동의 하나로 10월 20일 ‘서울 시민의 날 행 사’를 통해 ‘두발 제한-내 친구를 아름답지 않게 만들었다’는 주 제로 퍼포먼스를 벌일 예정이다.

학생들의 두발자유화 요구가 강화되자 교육부는 10월 4일 16개 시· 도 교육청 중등교육과장회의를 소집했다. 교육부는 “두발문제는 학 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학교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라” 는 지침을 내렸다.

송영섭 교육부 학교정책과장은 “두발 규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학 생선도규칙은 일제시대의 잔재”라며 “학교별로 두발자유화에 관한 토론을 가진 뒤 추진현황을 11월 중 보고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송 과장은 두발문제에 관해 “자율적으로 하라”고 지시했으나 학교별 토론회가 잘 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추진현황을 보고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이런 지침에 대해 WITH와 학생연합은 일단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 학생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의 사정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원칙적인 ‘자유화’를 외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자유화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반론이다. 교사들은 “원론적으로 두발자유화를 반대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한다. 교사들은 두발을 짧게 규제할 당시에도 갖가지 방법으로 유흥업소에 출입한 학생들이 많았던 만큼 앞으로 학생지도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서울 교육과학연구원 김성기 원장은 교육부 지침에 반대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김 원장은 교육부 지침 직후 교육기관장 회의에서 “두발자유화는 교복자유화와는 달리 방과 후 학생들이 신분을 위장 해 청소년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학생의 두발문제는 교사와 교사 간, 교사와 학생 간 갈 등을 유발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두 발자유화 요구를 대폭 수용할 경우 더 이상 학생지도가 불가능하다. 교권 수호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당수의 보수적 교사들도 그의 발언에 동조하고 있으나 전교조 소 속 교사들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서울시 교육청은 11월까지 두발에 관한 최종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방침이다.

김 원장의 발언에 대해 WITH는 “우리나라 범죄인 비율은 40대가 가장 높지만 그들 연령대는 기본권을 봉쇄당하지 않는다”고 반론을 폈다. WITH는 “온라인 서명운동으로 두발 규제의 부당성을 알리고 기성세대와의 대화를 시도했다”면서 “우리는 교권을 침해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청소년의 흡연이나 음주는 상인들의 상도덕이 타락했기 때문이라며 이로 인해 청소년의 기본권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가능하면 학교측이 학생의 두발을 짧게 규제하 면 좋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학부모는 “학생들을 학생답게 보이도록 하는 한도 내에서 두발 자유를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나 학부모 단체는 학생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 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의 김영숙 대표는 “학생들의 두발 및 복장자유화 요구는 놀라운 변화”라면서 “사회 가 민주화되는 과정에 있음을 반영한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WITH의 인터넷망에는 각종 학생인권 침해사례가 속속 공개되고 있 다. 담뱃불과 라이터로 학생의 머리를 볶았다거나 바리캉으로 흉하게 머리를 밀었다는 글이 최신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부산의 ㄱ여상 1 학년 학생 100여 명이 두발검사를 이유로 9월 22일 수업 중 집단 하 교한 사례도 있다. 아직 두발에 관한 토론회가 민주적 분위기에서 열 리지 못한다는 글도 떠 있다.

요즘 일부 기성세대들은 “아직도 교문 앞에서 ‘바리캉’으로 머리 를 미는가?”라면서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전 반적으로 민주화된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실제로 학교현장에서는 최근의 두발 논쟁 이전부터 차츰 두발자유화 가 진행돼왔다. 서울 문일고의 경우 올 1학기부터 ‘권장사항’으로 두발 규제를 완화했고 배재고도 이미 새로운 두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여전히 두발 규제와 소지품 검사 등 ‘인권침 해’ 사례가 많다고 주장한다.

드디어 우리의 10대들이 인권 존중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두발을 포함한 자신들의 인격권에 눈을 떴고 이를 요구하기 위한 체계적 활 동을 벌이고 있다. 이는 분명히 엄청난 변화임에 틀림없다. 한 학부 모는 “10대들의 분출하는 요구와 이에 대한 기성세대의 이해가 조 화될 수 있는 공감대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설원태 기자(solwt@kyunghyang.com)
2000-12-04 03: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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